사람을 지극히 사랑하신 하느님께서 어린 아이로 오시어 말구유에 눕혀진 성탄절입니다. 이 세상에 많은 사랑의 형태가 존재하나 그 중에서도 남녀 간의 러브 스토리는 가장 흥미로운 주제인가 봅니다. 무수히 많은 예술 작품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영화계에 러브 스토리가 없다는 건, 달콤한 로맨스 마저도 꿈꾸기 어려운 삭막한 현실 때문일까요?!
그리하여 외국 영화 두편으로 러브 스토리를 맛보았습니다. 헝가리 영화와 일본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일디코 엔예디라는 헝가리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로, 서로 관심을 갖고 있던 두 남녀가 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고 가까워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도축공장이라는 다소 생소한 환경이 비춰집니다. 그곳이 그들의 일터이므로. 초로의 남자는 재무 담당 이사로 한쪽 팔이 불구인 상태입니다. 그는 오랫동안 즐겼던 남녀 관계에서 권태를 느끼고 현재는 제한된 인간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곳에 새로이 등장한 미모의 젊은 품질관리사. 그러나 그녀는 탁월한 기억력을 가졌으나 어릴적부터의 결벽증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줄 모르는 소통 불능의 인간형입니다. 그런 둘이 서로 관심을 갖게 되나 진도가 나가지 않다가 둘이 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고, 그 둘은 서로 가까워집니다. 꿈의 내용은 하얀 설국에 두 마리 사슴이 여유롭게 노니는 모습. 그와 대비해서 그들의 현실인 소도축공장은 피가 낭자한 조금은 혐오스런 모습으로 비칩니다. 서로 사랑을 느끼고 가까워지기 까지는 꿈 같은 시간들이었으나 그 이후 현실은 그들의 일터와도 같은 느낌일 수 있슴을 암시라도 하듯이......
또 하나의 러브 스토리. <나는 내일 어제의 너를 만난다> 일본 영화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나 5년 만에 잠시 만나게 된다는 기발한 발상. 그러나 <밴쟈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에서 잠시 느껴보았죠. 여자의 시간은 그렇게 거꾸로 갑니다. 그 둘이 스무살이던 어느 날 기차 안에서 마주친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40일 동안의 연애를 합니다. 아기자기 예쁜 에피소드로 일본스런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들의 로맨스는 슬프면서도 아름답습니다.
두 영화의 여자 주인공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현대인 그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심지어 그 속에서만 타인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듯 보여지는 그 물건이 그녀들에게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은 한 남자에게 깊히 몰입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일까요?! 동양과 서양의 먼 거리의 감독들이지만 같은 설정을 하고 있슴을 보며, 휴대폰 좀비가 되어가는 현대인들을 되돌아 보게하는 듯합니다.
하나의 결핍이 더욱 큰 채워짐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신앙의 세계에서도 그러합니다.
20세기의 최고의 종교철학자인 카알 라너의 말을 옮겨봅니다.
참으로 인간다운 삶이란 더없이 진지한 자유 안에서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포착되는 영원한 하느님의 무게를 지닌 삶인 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찾아 얻게 하는 것은 실상 이념이나 고상한 말이나 자아 반영이 아니라, 이기심에서 나를 풀어주는 행위, 나를 잊게 해주는 남을 위한 염려, 나를 가라앉히고 슬기롭게 해주는 인내 등이다.
두 남녀가 사랑하고 결혼하여 사랑에 눈멀게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소위 유효 기간이 지난 후에도 라너의 말을 기억하고 따른다면 소도축공장 같은 살벌한 분위기의 가정은 아닐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