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질문하는 삶
4일 알베르토 쟈코메티의 <전차>가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97만 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낙찰되었다는 소식이 있군요.
쟈코메티가 설명하길 "전차는 내가 원하는 높이에 여인을 두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나는 땅에 묵직하게 놓여있는 밋밋하고 특징 없는 받침대가 아니라 여인의 발밑에 텅 빈 공간을 두고 싶었다."라고 말했던 작품.
그의 <걷는 사람>이 피카소의 작품 가격을 능가한 이후 계속되는 고가 판매. 교만했던 피카소마저도 쟈코메티의 능력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영화 <파이널 포트레이트>에서 쟈코메티는 피카소에 대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친 작가로 혹평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쟈코메티가 오랜 친구이자 작가인 제임스 로드에게 초상화의 모델이 되어주길 부탁하고, 하루 이틀이면 끝나리라고 했던 작업이 18일 동안 계속되어지는 과정을 제임스 로드 본인이 그린 소설로부터 시작되었다더군요. 당시에도 유명세를 타던 쟈코메티는 파리 몽파르나스의 7평 작은 작업실에서 동생 디에고와 아내 아네트와 함께 기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쟈코메티가 폭 빠져있는 캐롤라인이라는 창녀가 드나들고.....
쟈코메티는 그려놓은 초상화를 다시 지워버리고...
"초상화를 완성하는 건 불가능해. 단지 그리려고 노력할 뿐" 이라 합니다. 결국 미국으로 떠나야만 했던 모델 제임스 로드가 디에고와 함께 훌륭한 작품이라며 다시 지우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18일만에 끝을 냅니다.
올초 예술의전당에서 쟈코메티 전시회가 있었죠.
거기에서 보았던 작가는 스위스 유명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미술교육을 잘 받고 이탈리아 여행에서 많은 명작들을 통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철학에 매우 밝을 뿐 아니라 문학과 연극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런 연고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장치를 맡아하게 되었고요.
그의 일생에는 네명의 뮤즈가 있었고, 세번째 여인인 아네트가 스위스에서 쟈코메티의 능력을 알아보고 결혼해줄 것을 요청해서 이루어진 부부라더군요. 원래 쟈코메티 형제들은 고자였다는 도슨트의 설명이 있었고...... 아네트는 쟈코메티의 모델 역할을 했던 일본인 이사쿠 야나이하라와 불륜 관계였으나 쟈코메티는 쿨하게 넘겨주는 센스를 발휘했으며. 본인 역시 케롤라인에게 빠져있었고...... 많은 돈을 케롤라인에게 투자하였으나 본인의 작품들은 아내인 아네트에게 남겨 그의 작품이 고가에 팔리는 역사를 이룰 수 있었겠죠.
영화에서 쟈코메티는 끊임없이 본인의 작품 완성도에 대해 회의를 합니다.
그리고 전시회에 이런 글이 있었죠.
우리는 "걸어가는 사람"
우리는 실패하였는가?
그렇다연 더욱 성공한 것이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걸어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이것이 하나의 환상 같은 감정일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이 또다시 시작이 될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계속 걸어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그는 <걷는 남자>라는 명작을 남겼고.... 전시 끝 공간에 명상실처럼 꾸며졌던 그 공간 속 <걷는 남자> 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가 샤르트르는 <걷는 남자>에서 전쟁으로 인한 불안과 상실감, 절망, 실존적 절망을 읽었다고 평했습니다. 1차 대전 이후 많은 젊은이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그 작품. 작가의 의도대로......
이번엔 현 경제 부총리이신 김동연님이 작년에 출간하신 <있는 자리 흩뜨리기>라는 에세이에서 볼 수 있었던 또하나의 끊임없이 질문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작가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세동생과 어머니를 돌보는 판자촌 소년가장이 되었답니다. 상고를 다녔고 고3때 은행에 취직하였으나 본인 능력에 비해 짧은 가방끈은 많은 회의를 가져왔고 야간대학에 진학하며 또한 고시에 도전합니다. 이후에도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죠. 거침 없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던 그의 삶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큰아들 덕환이 미국 좋은 직장에 다니던 중 급성 백혈병 발병으로, 20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참척의 고통이 닦칩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아들과 책을 내쟈던 약속을 했던 터라 아들에게 바치는 책을 발행하신거죠. 그의 삶 자체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했던 과정인지라, 아들을 잃은 후 아주대학교 총장을 역임하면서도 본인의 못다한 아들과의 시간들을 대신하여 학생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십니다.
그러면서 책 제목처럼 새로운 시도로써 있는 자리 흩트리기를 계속하며 '파란 학기','에프터 유 프로그램'등을 시도합니다.
작가는 이야기 합니다.
성공은 목표의 달성이나
이룬 성과가 아니라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는 노력과
그 과정 자체가 훨씬 더 의미있는 일이었고
성공의 가늠자였다.
끊임없이 걸으라 했던 쟈코메디의 말과 많이 닮아 있는 표현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