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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Feb 09. 2019

영화 <가버나움>과 뱅크시의 <소녀와 풍선>

파괴의 미학.......

 영화 '가버나움'을 보았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같은 지구상의 삶인데도 아직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멍멍해지는 기분이 되는 영화...   아랍권의 여성 감독 나딘 라바키가 레바논 베이루트 지역의 난민들을 직접 영화에 참여시켜 더욱 실감나는 작품.  그녀가 말합니다.

원래 가버나움은 성경에 등장하는 저주받은 마을의 이름이예요. 그런데 최근 프랑스 문학에서는 혼돈과 기적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모든 모험이 '가버나움'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혼돈의 안개 속에서 작은 기적이 일어나쟎아요.
 

 시리아 난민인 자인 가족은 극빈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모는 동물적 감각의 성욕으로 14명의 아이를 두었으나 그 어린 아이들이 오히려 생계를 꾸려나가는 역할을 하는 형국.....  자인은 특히 좋아하는 여동생 사하르가 11살, 이제 막 초경을 시작하자 집주인에게 시집 보내지는 상황을 막아보려 하나 결국 사하르는 부모에 의해 팔려가는 상황이 되고, 자인은 가출을 합니다.  놀이동산에서  아프리카계 미혼모 라힐을 만나고, 그의 아들 요나스를 돌보며 빌붙어 살게 되나, 어느날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집에 오지 않는 라힐을 기다리며 버티나 너무 힘겨운 상황에서 요나스를 입양 보내기로 하고 스웨덴으로 가기 위해 신분증을 찾아 집에 기어듭니다.  그러나 12살이 되도록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은 현실과 맞닿게 되고, 동생 사하르가 임신한채 신분증이 없어 입원도 못해보고 사망한 사실을 알고 그의 남편을 상해하여 감옥에 갖히게 됩니다.  그의 엄마가 면회 와서  말하기를  "신은 하나를 뺏어가면 하나를 주신단다. 엄마 뱃속에 아기가 있는데 사하르 대신 딸이면 좋겠다."    자인은 "엄마는 감정도 없냐?!  사하르가 죽은 것이 슬프지도 않냐"고 절규합니다. 그리고 그는 재판 과정에서 '이 끔직한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신을 이야기하며 그저 무기력하게 동물적 출산만을 계속하며, 자식 부양에 어떠한  책임감도 없는 자인의 부모.  갑자기 최근 핫이슈를 몰고 왔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 속 부유층 부모들의,  자식을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며 본인의 욕망의 대상으로 삼던 그들이 오버랩 되더군요.  '너무 많이 가져서,  너무 못가져서, 본인의 감정은 모르는채 세상의 기준에만 맞추어 살아가는 아무 생각없는 그들'

엄마에게 '감정도 없느냐'고 묻던 자인에 의해,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본인의 순수한 연민의 감정을 보여주던 그 어린 아이......  그로 인해 그들 가족은 노르웨이로 가게 되고 자인은 난생 처음 학교도 다닌다는 자막이 오르고 있더구요.

 가버나움 그곳은 갈릴리 호수 근처, 예수님의 제2고향이라 할만한 도시였지요.   그곳에서 예수님은 베드로등 제자를 처음 부르시고 복음을 펼치셨던 곳.  신의 아들이나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작년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헤프닝이 있었죠.

뱅크시의 작품 '소녀와 풍선'이 낙찰되던 순간, 그림이 내려오며 자동 파쇄되었던.


      https://youtu.be/iiO_1XRnMt4

 뱅크시는 영국의 얼굴 없는 그레피티 아티스트로 유명합니다. 경매장에서의 작품 파쇄는 그의 미리 계획된 의도였슴이 스스로의 인스타그램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지요.  세상에서 금전 가치로만 환원되는 예술작품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었을까요?!  그러나 또 이런 기행으로 인해 그 작품은 더욱 값어치가 올라갔다고 말들하네요.

파괴하려는 충동은 또한 창조하려는 충동이기도 하다.


그가 한 명언입니다.

그는 기존의 질서와 사상과 개념을 뒤집는 작품과 행위로 유명합니다.


우리가 보는 미술 작품은 단지 소수의 선택되어진 화가들의 작품일 뿐이다. 갤러리에 간 당신은 단지 백만장자들의 장식장을 구경하는 괸람객에 불과하다.

라고  일갈한 그는 대영박물관에 본인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기행도 서슴치 않았다네요.


결국 박물관 측은 그의 작품을 매입했다고 하고.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도. 그러나 이번엔 금방 발각되었고.

아트 테러리스트라 불리는 그는 "누군가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경찰이 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더 좋아보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거리의 테러리스트가 된다."라 했죠.

이 세계의 거대한 범죄는 규율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규율에 따르는 것에 있다. 명령에 따라 폭탄을 투하하고 마을 주민을 학살하는 사람이 곧 거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렇게 일갈한 뱅크시의 파괴나, 가버나움에서 유대교에 반기를 들고 복음을 선포하셨던 예수님,  베이루트에서 신을 언급하면서도 무책임한 부모를 고발한 자인, 그들의 기존 질서에 대한 다른 시각들,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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