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 'Born to be blue'

파이란 하늘이었는데, 미세 먼지라니.....

by 김미정

쳇 베이커의 생애에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Born to be blue'가 에단 호크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고 있죠. 당시 주로 흑인 Jazz 뮤지션들의 명성이 높을 때,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 호평을 받으며 등장한 잘생긴 백인 트럼페터, 쳇 베이커. 그렇기에 기득권자들의 텃새에 시달렸으리라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워낙 타고난 절대음감으로 한번 들으면 바로 연주할 정도의 청음 실력이었다는데, 이는 기타리스트였지만 미국에 불어닦친 공황으로 뜻을 접고 생활인으로 살아야했던 아버지에게서 얻은 재능이였겠죠. 영화에서 언뜻 무뚝뚝하고 퉁명스런 그의 아버지를 살짝 묘사하던데, 그 황량한 시골 마을에서 타고난 음악적 기질과 집안 분위기는 충분히 'born to be blue'를 쳇 베이커의 이미지와 일치시키도록 이끌더군요. 교수 집안의 흑인 여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그의 여친, 위험한 인물인지 알지만 충분히 믿어주며 그를 서포트하고자 하는 연인의 존재를 픽션으로 가미한 감독의 센스도 점수 주고 싶었습니다. 텃새 심한 흑인 뮤지션들에게 주눅들어 있는 그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존재로는 딱인거죠. 그런 그녀도 마약이라는 구렁텅이까지는 용납 않고 그를 떠납니다. 쳇 베이커, 그 잘생긴 젊은이는 마약에 찌든 나머지 훗날 조로한 외모로 변해가고...... '20세기 최고의 흐느낌'이란 찬사를 들으며 읇조리듯 노래하다 트럼펫 연주하는 그의 음악들이 좋습니다. 영화에선 의치로 힘을 받지 못해 힘든 상황에서도 피를 흘려가며 트럼펫을 연습하던 그의 열정, 자연과 하나 되어 음악에 빠져드는 그를 묘사합니다. 그의 음악 중 'almost blue'를 무척 좋아합니다.

https://youtu.be/keHlTVICWts


'Alomost Blue' 한동안 쳇 베이커의 우울에 감염된 기분이었습니다. 사노라면 내 힘으론 어찌해볼 수 없다는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 있죠. 기도하는 맘으로 서울 성곽길을 걸으며 몸을 혹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경기가 않좋은 요즘 치열하게 사시는 분들의 모습에서 힘을 얻고자 동대문시장을 둘러보고 흥인지문 옆으로 성곽길을 따라올랐습니다. 옆으로 언덕진 골목들에 오랜 이야기들이 서려있을 올망졸망 서민들의 삶의 모습들이 상상되는 터전들이 있고. 벽화로 유명한 이화마을도 있고. 최근 관광객들 땜에 조용한 생활 터전에 피해를 입힌다고 그림들을 지우고 있다는 그곳. 이렇게 삶은 다양한 모습으로 얽히고 설켜 상상하기 힘든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었습니다. 내일부터 장마가 오리라던 기상청 예보도 길을 나서게 한 요인이었지만, 그리하여 비구름 땜에 하늘이 뿌옇다고 믿던 그 시절이 그립도록 서울 하늘은 회색빛이었습니다. 미세먼지 땜에.

그 시각 담당 부서 장관님께선 '건강한 사람에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계실 그 미세먼지. 'born to be blue' 한 우리의 하늘빛이 역설적이게도 'born to be blue', 그러니까 우울한 빛을 띄고 있는 나날들. 정말 'almost blue'한 기분이지만 쳇 베이커처럼 가짜 위로에 빠져 조로한 모습으로 나이들진 말아야겠단 생각들이 짙어지더군요.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장수하시며 명징한 글과 삶으로 우리에게 좋은 표본을 제시하시는 김형석 교수께서 '살아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65세에서 75세였노라'하셨던 말씀을 떠올리며 진짜 위로의 힘을 찾아 기대며, 때론 위로가 되어주는 삶을 추구하려 합니다.

때론 오래된 것들에서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곤하는 습성, 스스로 맘에 들어하면서 젊은이의 거리 대학로의 활기를 느끼며 성곽길 순례를 마치는 하루, 'perfectly blue'하지 않은 우리의 현실, 쳇 베이커의 west coast jass 음악에 기대어 우울한 기분 카타르시스하고......' 인생은 아름다워'를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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