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그리고 첫사랑의 기억....

고영민의 '첫사랑',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와 함께

by 김미정

이른 새벽, 주룩 주룩 내리는 빗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대문 앞 신문을 들고와 펼치니 고 영민의'첫사랑'이 실려있더군요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봄날 저녁이었다


그녀의 집 대문 앞에

빈 스치로폼 박스가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밤새 그리 뒹굴 것 같아

커다란 돌멩이 하나 주워와

그 안에 넣어 주었다


한참 풋풋한 시절 좋아하던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를 절로 읇조립니다.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

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제대로 사랑이 뭔지도 모를 시절, 그저 좋아서 외우곤 했는데......... '사소한 일일 것이나', '기다림의 자세'. 그 시어들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두 시에 등장하는 계절이 봄, 겨울, 그리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네요. 장맛비에 맘 한켠 허전한 지금 여름, 이 계절 같은(?) 시절을 살아내며 언뜻 생각이 납니다. 한때 "오갱끼데스까?"를 유행시켰던 일본 영화 '첫사랑'이 한참 인기일 때, 유명한 로맨티스트 노정객이 한 말입니다. "모든 남자의 첫사랑은 엄마"라구요. 그래요~~!! 그래서 고부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나봅니다. 가뜩이나 유교의 효가 정신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에서.

허나 요즘은 새태가 바뀌어 역으로 아들 장가 보내고 며느리 시집살이 하는 경우도 보는데요.

결혼은 성인과 성인의 결합이니만큼 정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독립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 되야겠죠. 그렇지 못하다면 의존성 강하게 키운 부모의 탓일거고 능력 안되는 미성숙한 본인들을 돌아봐야할 일입니다.

세상사에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고, 그러하므로 타인의 문화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서 서로에게 관심 갖는다면 어떨까요?! 배우자의 배경인 가족들에게도요. 영화 'Me before you'에서 이쁘진 않지만 사랑스런 루이자가 존엄사를 선택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윌에게 마지막 웃음과 생기를 넣어주며 사랑하던 모습, 본인의 뜻을 바꾸진 않지만 그녀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떠나던 윌...... 세상에는 첫사랑 뿐 아니라 모든 사랑이 소중하니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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