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시대에 생각하는 '사랑'

'나는 천국을 보았다'를 읽으며 델피의 기억이......

by 김미정

지난 여름 친구 둘과 함께 그리이스 여행을 떠났었지요. 당시 그리이스 디폴트가 한참 핫이슈인 상황에서 만류하는 손길을 뿌리치고 오랜 숙원을 푸는 느낌으로 서양 문명의 근원지로 향했습니다. 크레타, 산토리니, 미코노스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 섬들을 거쳐 본토의 아테네를 기점으로 코린토스, 델피, 메테오라를 둘러보는 코스였답니다. 아테네에서 메테오라를 가는 중간 델피를 거치기로 했는데, 호텔에서 알아보니 델피에서 메테오라까지 버스가 다닌다고 하더군요. 정작 가보니 하루에 한번 버스가 출발한다기에 열악한 그리이스의 교통 상황에 놀라기도 하면서 조상 잘 둔 덕에 아직까지 관광수입으로 연명하는 그들의 현주소를 확인한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의 배꼽이라 불리우던 델피, 그곳에선 신탁이 이루어졌고 온세상 사람들이 신탁을 받기 위해 금은보화를 들고 찾아오던 곳이었다죠?! 험준한 산세가 위협적인 그곳. 옴파로스 석이 놓여있고 신탁을 내리고 받은 보물들을 쌓아둔 창고의 흔적도 보이고, 신탁을 들려준던 무녀가 앉았던 넓적한 바위도 자리하고 있답니다. 무녀의 자격은 쉰살이 넘은, 그러니까 당시 개념으로 여자로서의 구실을 떠나보낸 존재들이었다고 하더군요. 뭐 그 또래 아줌마가 듣기에는 좀 섭섭한 말이었지만.... 좀더 올라가니 아폴론 신전의 잔해가 보이고, 소크라테스의 말로 유명해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구가 떡 하니. 한숨 고르고, 더운 그리이스의 여름을 한껏 느끼며 또 오르니 육체를 단련하고 경쟁을 즐기던 스타디움이 저 위에 자리하고 있었답니다. 앗! 이것은........ 아테네의 배치와는 정반대임을 느끼며 생각했습니다. 델피, 영적인 기운이 서린 이곳은 인간의 이성만으로는 이해 못할 또다른 의미가 읽혔습니다. 인간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신을 만날 수 있는 존재이고 그리하여 본인의 참 모습을 알고, 사는 동안 신체를 단련하며 신의 뜻을 따르도록 노력해야 하는 피조물임을.

우리의 석학 이어령 교수님은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라고 이미 예단하셨죠. 최근 하버드대 신경외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의사로서 활동하던 과학 신봉자 이븐 알렉산더가 임사 체험을 한 이후 저술한 '나는 천국을 보았다'와 '그 두번째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과학의 맹신으로 치우친 현시대가 영성과 화해를 하며 같이 가야한다고 말합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적 가르침을 잘 버무릴 시점임을 여러 예화를 통해 이야기 합니다. 서양 정신 세계의 원천인 그리이스를 떠올리는 또하나의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리하여 여행을 통해서 몸소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슴에 감사하며.

무더운 날씨에 위로처럼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영화

상영이 봇물을 이루네요. 그의 담백하면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주는 영화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환상의 빛', 1995년에 개봉한 그의 영화 데뷔작. 당시 우리나리는 왜색문화 거부 분위기로 상연되지 않았었고, 이번에 영화관에서 처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떠나보낸 기억과 바로 그날 처음 만나 결혼했던 남편의 알 수 없는 자살로 상실감을 떠안고 살던 젊은 미망인이 재혼하여 살며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아름답고 깔끔하게 그려낸 영화죠. 탁월한 영상미와 은유적 기법이 마치 한편의 시를 읽고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두해 전 그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았답니다. 멋진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같은 감동을 받았나봐요. 리메이크 하겠다 했다는거 보면.

찾아보면 여러 형식으로 같은 뜻을 다르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뛰어난 작품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천재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때로 지칠 때, 삶이 버거울 때 그들의 작품 속에서 위무를 얻을 수 있는, 그리고 전해줄 수 있는, 가끔은 직접적으로 지친 이의 손을 잡아주고 지친 나에게 내밀어 주는 손을 용기 있게 잡을 수 있는 삶이고픕니다. 어느 사제가 말씀하시더군요. 우리 모두는 'Becoming God' 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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