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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May 29. 2020

<세 도시 이야기>를 통한 미래 추측하기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호기심으로.....

  E. H. Carr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습니다. 이 말을 토대로

과거에 일어난 객관적 사실과 그 기록을 토대로 역사가가 주관적으로 재구성한 것들이 역사라 가정할 때,  중세 흑사병의 창궐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죽었던 이후(당시 7,500만명 정도였던 유럽 인구가 약 2,500만명이나 감소)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던 현상에서, 현재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많은 담론들을 점검하고픈 심정이었나 봅니다.  

흑사병 역시 중국에서 발원하여 당시 원나라를 초토화시키고, 1347년 무역선에 실려  시칠리아 섬에 처음 들어왔다 합니다.  그후 중세 온난기 때 활발한 교역 덕택에 촘촘해진 교역망으로 인해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하니, 지금의 코로나19가 세계화의 물결로 급속히 전지구적으로 번진 현상과 많이 닮았다 싶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상황 속에서 좀더 희망적인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 소망이었을까요?!


 시오노 나나미는 훌륭한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적 상상력으로 세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주홍빛 베네치아>, <빛 피렌체>, <황금빛 로마>

를 통해 16세기 초의 르네상스를 이끌던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 속내를 들춰보여 줍니다.

그러기 위해 가상의 인물인 두 남녀를 등장시키는데요. 베네치아의 귀족 출신 정치가 마르코와 그의 여인 올림피아입니다.  그녀는 로마에서 고급 창녀로 활동하다 베네치아에 와서 마르코와 만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티치아노가 그려준 초상화가 등장하는데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바로 이 그림을 차용합니다.

그런데  300년 이후 마네는 '우르비노의 비너스'

'올림피아'로 변신시켜  새로운 작품을 선보입니다.

마네의 '올림피아'

그리하여 시오노 나나미의 그녀는 올림피아가 되었나봅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는 흑사병 창궐 이후 심히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고, 줄었던 인구도  다시 회복되었던 200년 후의 이탈리아 모습입니다.


 神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은 기아와 전염병에 속수무책인 현실 앞에 인간 중심의 사고를 하게 됩니다.  과거 그리이스와 고대 로마의 문화에서 인간의 개성과 자아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부활시키는 움직임이 시작되는 거죠.

그리하여 정교 분리 정책을 쓰는 해상 도시 베네치아의 마르코는 신심이 돈독한 편도 아니고 친구를 찾아 콘스탄티노플까지 오가게 됩니다. 고위 권력가인 그가 잘못된 사건에 연루되어 3년 동안의 활동 정지 기간을 겪으면서 타국인 피렌체와 로마를 여행하게 되는 스토리 속에는, 메디치가의 도움으로 꽃피웠던 예술가들의

세상이었지만 알렉산드로 대공에 의해 자유가 억제된 상황을 목도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창조적 활동의 원천인 정신의 자유는 모든 분야에 자유가 있는 곳에서만 충분히 발휘되는 법이다.

상업이 발달한 이탈리아의 도시 중, '꽃의 도시'라 불린 피렌체의 메디치가가 적극적으로 예술가를 후원했던 사실을 19세가 스위스 역사가 부르크하르트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정통적이라고 할 수 없는 지배자로서 그들 신변에서는 언제나 위험이 떠나지 않았으며, 그들로 하여금 마음 속 깊이 고독을 느끼게 하였다. 그들이 맺을 수 있는 유일한 영광스러운 교제는 가문이나 혈통과는 관계없는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과의 교제였다.

교황청이 있는 로마에 온 마르코는 한참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고대 로마 유적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천지 창조'를 그리고 있던 미켈란젤로와 교유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마르코를 통해 로마에 대한 단상을 피력합니다.

로마라는 도시는 고대부터 줄곧 동포와 이방인을 차별하지 않는 도시였다.
진정한 의미에서 개방적인 이 로마에 기독교의 포교 본거지를 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는 보기드문 전략적 사고의 소유자가 아니었을까


 다시 펼쳐본 <세 도시 이야기>는

 안티 프레질(Antifragile)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수많은 고통 속에도 다시 일어나 더 나은 세상으로 가꾸어 가는 우리 인류의 모습을 발견하고픈 염원이었을 것입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이야기하는

여행의 출발점은 마음의 출발점

이니까요.

그녀는 또 표현합니다.

옛것에 대한 인식은 새것의 창조로 이어진다는 것.

그러하니 E. H. Carr의 말처럼

"현재와 과거의 끊임 없는 대화"

가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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