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와의 비교.....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매우 특별하다. 나는 한때 조현병 환자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저는 과거에 에이즈를 앓았습니다." 혹은 "이전에 당뇨병 환자였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예전에 조현병 환자였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그게 가능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냥 조현병 환자였다. 그래서 이 병에 걸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안다. 세상이 어떻게 보이고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만 했는지 안다.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다르다. 나는 건강하다.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 중에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 눈에 나는 '조현병 환자'로 비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른힐이었다. 그리고 당시에 아른힐은 빌어먹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런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이 필요했다. 나는 옛 동화에 나오는 기사처럼 괴물과 싸울 때 나를 도울 마법의 무기로 무장했다. 내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버티도록 도와준 것은 반항심이었다. 나는 모든 길이 막혔을 때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도와줄 상상력과 창의력을 지녔다. 나에게는 항상 곁에서 나를 돕고 응원해준 가족이 있었고, 관심을 보여준 여러 의사가 있었다.
너는 여전히 내 딸이야. 아른힐. 너는 가족과 전통, 인생에서 중요한 것과 예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잖아. 예쁜 것과 소중한 것을 깨뜨릴 만큼 너는 미치지 않았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할 만큼 아프지도 않고. 너는 언제나 우리 딸이야. 너는 집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아니야. 우리 집에서 너는 아른힐이야.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