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 Aug 24. 2018

종이도 던지지 마세요.

직장이라는 전쟁터. (a.k.a프로사직러)

 2016년, 가을의 문턱. 나는 1년하고도 5개월의 백수 시절을 그만 마감하고 싶었다. 기회가 되면 얘기하겠지만-브런치 작가가 되지 않으면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웃음)- 나는 퇴사를 곧잘하는 프로사직러다.


전 회사에서 심적으로 너무도 힘들었던 지라 지난한 회사생활을 버틸 수 있을지 스스로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 눈에 들어온 채용공고는 3개월 짜리 출산휴직 대체근무였다. 3개월이라니, 회사 생활의 권태기가 생긴다는 3,6,9년은 커녕 일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떠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면 다소 움츠러든 나에게 '딱' 맞아 보였다. 면접을 보러가기도 전에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내 경력을 말로만 듣고 "그렇다면 됐네요." 라고 했다. 0월0일 9시까지 출근하세요. 라는 말을 듣고 첫 출근을 했다. - 지금이라면 전화 한 통으로 오케이하는 출근은 어림도 없다.- 막상 가니 나를 채용할 곳은 말그대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 이었다. 대기업의 이름으로 채용공고를 내니 경력직이 뽑히지 않아 다른 중소기업의 이름을 빌려(?) 채용을 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얕은 수를 두는 곳은 믿고 걸러야 한다. 그렇다. 그렇게 잦은 사직을 하고도 나는 정신을 못 차렸던 것이다. 3개월이라는 매력에 이끌려 결국 어정쩡하게 첫 출근날부터 인수인계를 받았다.


 관리자의 입장인 내 직업 시장에서는 부하 직원이 항상 나보다 연배가 높다. 이번 회사에서는 총 세 명이었다. 본격적인 직장생활이 시작되자 내가 관리하는 직원 중 한 명의 공격이 시작됐다. 본인 업무를 아주 자연스럽게 나에게 넘겼다. 방패는 커녕 내 총도 장전하지 못했기에 꽤나 당황했으나 수많은 공격으로 다져진 촉이 있어 다행히 피는 보지 않았다. 나는 다른 업무가 너무 많아 도와주기 힘들것 같다는 낭창 공격을 시전했다. 그것도 잠시 본사에서 시시때때로 날아오는 이메일 업무는 나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나의 촉은 무뎌지고 요새는 부서졌다. 이를 눈치 빠른 적장이 놓칠리 없다. 직원 두 명이 연맹을 맺어 합동 공격을 했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무뎌진 촉을 피흘리는 손으로 쥐고 남은 날짜만을 헤아리며 출퇴근을 반복했다. 나의 직장 생활은 피폐해져가고 두 번째 주자의 욕 공격에 그만 이성의 끈이 툭 끊어졌다. 욕 공격 이후 그 직원의 뻔뻔함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나는 그 직원이 무서워졌다. 3개월이 2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을무렵 팀장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지금은 처음 욕 공격이 들어왔을 때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흥분한 사람한테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상대방이 상식이하의 행동을 했을때는 이미 통제선을 벗어 났다는 이야기다. 이럴땐 상급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그때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일을 그만두고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될 때까지 왜 나 자신을 혹사 시켰을까. 처음엔 상대방이 가벼운 종이를 던진다. 그 정도는 참고 넘어가거나 회사 생활을 하며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벼운 종이라고 업신 여겼다가는 나중에 큰 칼이 날아 올수도 있다. 그 종이를 막아내야만 상대방이 적어도 당당하게 공격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운이 좋게 상대방이 기적같은 내적 반성으로 더이상 공격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종이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뭐든 던질 수 있다. 직장내에서 많은 감정의 충돌과 근거 없는 비난이 쏟아질수는 있다. 그러나 같이 일하는 사람의 공격은 종이라도 함부로 참아내지 말 것이다. 대단한 걸 하라는 뜻이 아니다. "종이 던지지 마세요" 라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해야한다. 후에 칼을 막아내는 아주 든든한 방패가 될것이다. 그러니 그대들이여. 아주 작은 방패를 드는 일에 주저 하지 마라.


나에게 직장 문제로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때 내가 꼭 하는 말이 있다. "지금 그만두는 것도 괜찮지" 이 무슨 무책임한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직장이란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그만둘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이 아주 잘 인지하고 있을 때 어깨의 짐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나 때는 더 했어. 이건 힘든것도 아냐.' 라고 하는 말에는 절대 귀기울이지 말 것. 짊어질 수 있는 짐의 무게는 저마다 다르다. 짐을 들 수 있는 근력은 평생에 걸쳐 길러지는 것이다. 한 사람의 평생을 옆에서 지켜보고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하더라도 상대가 든 짐이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그 사람은 당신의 힘듦을 알 수 없다.


그러니 당신의 직장생활에 십자가를 지우지 마라.

힘들 수 있다는 사실에도 당당해지시길.

그래야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힘이 남는다. 집이 아니면 어디라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