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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Oct 03. 2018

지나간 일기

가버렸어, 오지 않아.

1. 카페에서 구석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는 셀프바와 자리와 가까웠다. 원하지 않아도 바리스타와 커피를 가지러 온 손님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와 커피를 받는 다급한 손들이 잘 보이는 자리였다. 그러다가 어떤 손님이 컵 홀더를 떨어트렸다. 그는 자신이 떨어트린 것을 잠시 쳐다보더니 새 것을 들어 밖으로 나갔다. 분노 3초와 바리스타에 대한 연민 2초, 나는 그것을 주워 쓰레기 통에 버렸다. 다시 분노.


2. 운전을 한 지 일 년이 다 되었지만 친구를 태우면 바짝 긴장이 되서 잘 하던 것도 못한다. 이를테면 차 선 지키기.


3. 나에게 이런 끈질김이 있는지 잘 몰랐는데 나는 참 끈질기다. 카페 마다 마음에 드는 메뉴가 있으면 오로지 그 메뉴만 먹는다.


4. 식사량을 줄이는게 좀처럼 되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 좀 된다. 이럴때 긴장을 놓지 않아야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그런데 오늘 긴장을 슬쩍 ..놓았나?!


5. 어쩐지 하고 싶은 취미들에 공통점이 있다. 그 결을 따라가다보면 하나의 가지로 쭉 뻗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결국 그림을 그려야 한다로 귀결된다. 몇 해 전 그림을 배웠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좀 열심히 했더라면, 하지만 시간은 가버렸어, 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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