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코끼리들을 따라
강 쪽으로 걸어갔다.
길은 완만한 내리막이었다.
흙길 양쪽으로 나무들이 서 있었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잎이 조금씩 흔들렸다.
코끼리들은 우리보다 앞에서
천천히 걸었다.
발걸음이 느렸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잠시 후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강이었다.
넓지는 않았지만
물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코끼리들은 망설이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살이 다리 주위를
천천히 감쌌다.
직원이 말했다.
“이제 씻어 주세요.”
사람들이 웃으며
양동이를 들었다.
누군가는 물을 퍼 올렸고,
누군가는 코끼리 등에 손을 올렸다.
나는 잠깐
강가에 서 있었다.
그때 말리가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왔다.
물은 말리의 다리 절반쯤까지 올라왔다.
말리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물을 코로 떠올려
자기 몸 위에 흩뿌렸다.
나는 천천히
말리 쪽으로 걸어갔다.
직원이 작은 솔을 하나 건넸다.
“이걸로 문질러 주세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리 옆에 섰다.
코끼리의 피부는
생각보다 거칠었다.
두껍고
단단했다.
천천히
솔을 움직였다.
물이 말리의 몸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때
귀 뒤쪽에 있는 흉터가 보였다.
길고
희미한 자국이었다.
손을 멈췄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솔을 움직였다.
물과 흙이 섞여
말리의 피부를 따라 흘러내렸다.
말리는 가만히 서 있었다.
가끔
귀를 천천히 흔들었다.
나는 그 흉터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국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보였다.
물을 한 번 더 퍼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리의 등에 부었다.
물은
조용히 흘러내렸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 조용해졌다.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고,
코끼리들은 천천히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그 물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문득
산속 절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코끼리를 씻어 줘야 한다는 말.
나는 아직 그 말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