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소녀 Aug 27. 2024

난 무지개색이야

 “서나야! 서나야!”

 “얘들아…, 얘들아….”

 서나는 양 팔로 휘젓고 있었다.

 “우리 딸, 잠꼬대 생겼네! 푹 잤나 봐!”

 눈을 떠보니 앞에 엄마가 웃고 계셨다.

 “엄마?”

 엄마였다.

 “그래그래. 우리 딸!”

 “엄마! 마네랑 규리 어디 갔어?”

 “어디 가긴 꿈속에 있겠지요! 학교 가게 나오세요!”

 엄마는 서나를 귀엽게 쳐다보며 거실로 나가셨다.

 “꿈인가?”

 자신의 분홍가방을 뒤져봐도 수화기는 나오지 않았다.

 “꿈인가 보다. 마네야…, 규리야…, 다롱아….”



 서나는 꿈에서 함께 한 가방을 메고 길을 걸었다. 엄마의 한쪽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엄마…, 꿈에서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 마지막으로 분홍색 도시를 갔어요. 이 빽이랑 시나랑 친구들이랑 같이 여행을 했어요… 마지막에 빨주노초파남보를 외쳤는데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이잖아! 대단한데?”

 “헤헤헤.”

 무지개를 알게 된 지금 서나는 뿌듯했다.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꿈이었다고 하니 아쉬웠다. 지나는 길에 역시 공중전화박스는 없었고, 남색 포스터만 있었다.

 “맞아. ‘꿈을 가져라’인데? 글씨가 바뀌었네….”

 “‘꿈은 이루어진다’ 원래 이렇게 쓰여 있었는 걸? 다 왔다! 오늘도 잘 다녀와!”

 “네…? 네…! 다녀오겠습니다…!”

 서나는 엄마께 인사를 하고 학교로 달려갔다.

 ‘꿈…? 정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2학년 2반으로 들어간 서나는 깜짝 놀랐다. 민애는 토끼 머리띠를, 이는 곰 모자를 쓰고 있었다.

 “마네? 규리?”

 마침 선생님이 파란 옷을 입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셨다.

 “오늘 새로 온 친구예요. ‘달이’예요! 친하게 지내요!”

 “네!!!”

 “달이? 다롱이?”

 달이라는 친구는 서나 옆으로 와서 앉았다. 그 웃음이 누군가와 많이 닮은 것 같이 느껴졌다.



‘딩동댕동~’

1교시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다.

 “자 오늘 창체시간에는 저번 시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었죠?”

 “네!”

 “이번 시간에는 좋아하는 색깔을 주제로 글을 쓸 거예요!”

 “선생님! 어떻게 써용?”

 “귤이! 웬일로 질문을 하는구나~ 옆에 민애는 호빵 얼른 먹고!”

 “응?”

 서나는 뒤를 돌아 귤이와 민애를 쳐다보았다. 분명 민애는 질문을 해야 했고, 귤이는 먹고 있어야 하는데, 둘이 바뀐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노란색이면 노란색 우산에 관련한 이야기를 써도 되고요. 또 노란 망고를 먹었을 때의 추억이나 노란색에 가지는 감정이나 생각을 써도 돼요. 글의 종류는 자유예요! 제목은 좋아하는 색깔을 적고 시작해요!”

 다들 공책을 펴고, 열심히 적고 있었다.

 서나는 가만히 있다가 민애와 귤이 그리고 옆에 앉은 달이의 제목을 한 명 한 명씩 둘러가며 보았다. 그런데 제목을 읽을 때마다 너무 놀랐다. 민애는 하얀색, 귤이는 갈색, 달이는 하늘색이었다.  

 ‘말도 안 돼… 민애와 귤이는 저번처럼 똑같은 색깔을 선택했다지만, 처음 본 달이는 하늘색이라니…! 혹시 마네, 규리, 다롱이…?’

 서나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선생님이 다가오셔서 서나와 눈높이를 맞추며 속삭이며 토닥여주셨다.

 “서나야, 오늘도 색깔을 못 정했으면 굳이 안 써도 돼~ 괜찮아!”  

 아무래도 저번처럼 서나가 색깔을 정하지 못해서 우는 줄 아신 모양이었다.

 서나는 흘러내린 눈물을 양손으로 닦으며 환히 웃었다.

 “아니에요…! 선생님…! 저 너무 좋아서 그래요…! 저 할 수 있어요…!”

 “그래? 서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구나~”

 머리를 쓰담쓰담하시며 일어나 다른 아이들에게 다가가셨다. 옆에서 보고 있던 달이가 물었다.

 “서나야~ 너는 무슨 색이야?”

 서나는 양쪽 입꼬리를 있는 대로 올리며 기뻐 외쳤다.

 “난 무지개 색이야!!!!!!!

이전 09화 무지개 분홍왕궁모험 - 길고도 긴 분홍왕궁의 왕이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