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소녀 Aug 19. 2024

무지개 남색도시모험 - 사기꾼 원숭이들의 도시

“여기는 남색 도시야!”

 “시나시나야… 그 뒤에 주의사항 없어…?”

 “…”

 “없나 봐! 가보자!”

 서나는 궁금했다. 매번 주의사항을 말하던 시나가 말을 하지 않다니 말이다.

 “이 분은 누구시오?”

 “아…, 내 친구 시나시나인데, 도시를 도착할 때마다 주의사항을 알려줘…. 그런데 이번 도시에서는 알려주지 않네….”

 “아하! 좋은 친구 구려~ 그런 유익한 친구라면 알려주지 않는 이유가 있을 거요~”

 “무얼깡?”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까?”

 “음….”

 다들 다롱이의 말에 고민에 빠졌다. 시나가 왜 침묵을 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소자는 알아낸 것 같소!”

 셋은 다롱이를 둘러싸며 엄청난 집중을 했다.

 “말해줭~.”

 “뭐야? 얼른 말해봐!”

 “궁금해….”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것은 말이오. 나보다 연약한 자를 도우려고 정한 신이오. 그런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뜻이겠소?”

 다롱이는 선생님처럼 서나와 마네, 규리와 눈을 마주치며 답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몰랑~.”

 “그냥 갈래!”

 규리와 마네는 김 빠졌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려고 했다. 다롱이는 난감해하며 잡으려 했다. 그런데 서나가 한 마디가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 우리들이 든든해서 믿음생겼나 봐….”

 이 말에 마네와 규리는 놀랐고, 다롱이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으며 서나는 시나를 끌어안고 속삭였다.

 “시나시나야…, 고마워! 이번 도시에서 힘내볼게! 파이팅!”



 그렇게 넷은 계속해서 걷다 보니 양 옆으로 남색 벽이 빽빽하게 늘어져 있었다. 남색 벽을 자세히 보니 남색 종이들이 붙어있었다. 서나는 눈이 똥그래졌다.

 “우리 동네에도 포스터 붙어 있어! 꾸…음…, 가… 가져… 가지…, 뭐라 그랬더라…?”

 벽에 붙은 종이들을 보며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무리들이 다가오더니 경쟁하듯 자기네들끼리 밀치며 서나와 마네, 규리, 다롱이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가지 먹는 법을 배우고 싶으시면 저에게 배우십시오. 하루만 배워도 인정도장을 드립니다. 인정도장이 있으면 왕궁에서 일할 수 있고, 어느 도시를 가든지 간에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가지 먹는 법보다는 물 마시는 법! 어떻습니까? 반나절 만에 배울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걷는 방법을 배우십시오. 가장 쓸모 있습니다. 왕 앞에서 이렇게 걸으면 출세합니다.”

 “기는 방법이 더 좋습니다. 바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 무리들은 남색인 원숭이들이었다. 서로 자기네들한테 배우라고 앞 다투어 종이를 나눠줬다. 넷은 너무 과격한 남색 원숭이들 때문에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이 다치잖아요…, 그만하세요…!”

 “그런 거는 다 할 줄 알아요!!!!!!”

 “에헴~ 이게 무슨 경거망동한 짓이오!”

 “…”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데, 남색 원숭이들이 막고 있어서 마네와 모처럼 화를 내지 않을 것 같던 다롱이가 답답했는지 한 마디씩 했다. 하지만 규리는 놀랐는지 그 자리에서 가만히 굳어 있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남색 원숭이들은 평소 그랬던 양 아무렇지 않게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타깃을 정해서 전략적으로 부드럽게 다가왔다.

 “이름 모를 곰님,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인정도장이 없으시죠? 그러면 아무리 해봤자 인정 못 받아요! 싸게 해 드릴게요. 남색 바나나 열 개만 주세요.”

 “저는 열한 개만 주세요.”

 “저는 열다섯 개만 주세요.”

 “저는 한 개만 주셔도 됩니다!”

 “엥?”

 다른 원숭이들은 놀랐다. 한 개만 줘도 된다는 남색 원숭이는 당당히 서나일행에게 자기가 쓴 남색 종이를 내밀었다.

 “…어떤 걸 가르치는데용?”

 가만히 있던 규리가 궁금함에 물었다.

 “원하시는 건 모든지 가르쳐드립니다!”

 “그럼 왕궁으로 가는 길 알려 주세용!”

 “당연하죠. 저를 따라오세요.”

 규리가 왕궁으로 가는 길을 알려 달라고 하자 스스럼없이 바로 수락하는 남색 원숭이.

 “조금 이상한데…?”

 “그렇지?”

 서나와 마네는 속닥였다. 이미 몇 번을 경험해 본 이 둘이었다. 하지만 규리와 다롱이가 순순히 따라가길래 서나와 마네는 하는 수 없이 뒤따라갔다.



 끝없이 있을 것만 같던 빽빽한 남색벽들을 지나 어떤 동네로 들어갔다. 모두 다 남색이었다. 직사각형을 옆으로 눕힌 집 모양에, 지붕 위에는 노란 바나나 모양이 아닌, 남색 바나나 모양이 떡하니 있었다. 그리고 집마다 대문이 없었다.

 일행을 이끌던 남색 원숭이는 익숙한 듯이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

 “여기입니다. 어서 오세요. 어서 앉으세요!”

 “넹?”

 “무슨 말이오?”

 규리와 다롱이는 당황해하며 서로를 쳐다보다가 어쩔 줄 몰라했다.

 그 남색 원숭이는 앉으라고 권했지만, 의자는 보이지도 않고, 바닥에 깔린 대리석과 딱딱한 콘크리트 남색 벽이 다였다. 그 남색 벽에는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와 ‘여러 가지 분야를 가르쳐 준다’는 광고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모든 포스터에는 ‘남색 바나나 1개’라고 적혀 있었다.

 “왕궁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소!”

 왕궁에 빨리 가고 싶은 규리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 바나나 없잖아….”

 “그러게 말이야!”

 다시 서나와 마네가 속삭였다.

 “음, 왕궁 가는 길을 알려 달라고요? 당연히 가르쳐 드릴 수 있죠. 인정도장을 받으시면 왕궁에서도 일할 수 있고, 다른 도시에 가서도 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걷는 방법의 인정도장을 받으시면 더 빨리 일할 수 있고요, 거기다가 우는 방법의 인정도장을 받으시면 더욱더 빨리 일할 수 있습니다. 이득이지 않습니까? 이 모든 걸 다해서 오늘 하루 만에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어떠십니까?”

 “…”

 “헐….”

 “헉….”

 “음….”

 넷은 말을 잃었다. 왕궁 가는 길을 알려준다고 해서 온 건데, 아까 남색 원숭이들 무리가 하는 말과 별다를 차이가 없었다.

 “아니! 왕궁 가는 길만 알려 달라고요!”

 그 정적을 마네가 깼다.

 “맞아요…! 그래서 여기 온 거잖아요…!”

 서나가 적극적으로 거들었다. 규리와 다롱이는 미안함도 있고, 놀라기도 해서 가만히 굳어 있었다.   

 


 남색의 원숭이는 공손한 웃음을 잃지 않 있다가 갑자기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풀어 양 쪽 허리에 놓았다. 그렇게 있으니 몸집이 더 커 보였다. 또 눈빛 살짝 매섭게 변하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왕궁까지 가는 길이 참 신비롭고 어려워서요. 남색 바나나 이십 개는 주셔야겠습니다!”

 “아… 아까는 1개라고 하셨잖아용….”

 규리는 가만히 있다가 책임감에 용기 내어 말했다. 남색 원숭이는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저었다.

 “아니죠~ 아니죠! 제가 드린 포스터 보셨지요? 아래 적힌 것 말이에요~.”

 서나는 재빨리 포스터 아래쪽을 보았다.

 ‘남색 바나나 1개’라고 써져 있고, 그 아래 아주 작은 글씨로 ‘종류에 따라 20배까지 추가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20배래….”

 “뭐?”

 “내 귀가 잘못된 것이오?”

 “헉….”

 모두는 당황했다. 남색 원숭이는 아주 거만하게 턱을 쳐들며 오른쪽 손을 내밀었다. 바나나를 달라는 표시였다. 규리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친구들을 곤경에 빠뜨린 것만 같았다.

  “나빠나빠나빠!”

 그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확실히 들었다.

 “맞아, 나빠요. 우리 바나나 없으니까 나갈게요…!”

 “왕궁 가는 길 필요 없어요! 알아서 갈게요!”

 서나와 마네는 외쳤다. 그동안 이상한 사람들만 만나서 적응이 됐나 보다. 각자 규리와 다롱이 손을 잡고 그 집을 벗어나 뛰어 나갔다.



 ‘쿵쾅쿵쾅’

 “다롱다롱아! 뒤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

 “무슨 소리오?”

 초록 곰들이 쫓을 때, 그때의 진동과는 달랐다. 몸이 들썩들썩했다.

 “뒤… 뒤를…, 봐!”

 마네와 서나의 말에 다들 뒤를 보 했지만 계속해서 가까워지는 거대한 진동에 필사적으로 앞만 보고 죽어라 뛰었다.

 “살려!”

 “으악! 빨리 뛰어야 해!”

 서나와 마네 방금 전에 그 남색 원숭이가 하늘 높이까지 엄청나게 커져서 자기들을 뒤따라 뛰어오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었다.

 “빨리 뛰어 뛰어 뛰어!!!!!”

 하지만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 남색 거인 원숭이가 더 빨랐다.

 “잡히는 거 아닐깡? 무서웡….”

 “규리야, 헉헉 괜찮아.”

 “아버님, 어머님, 소자 오늘 세상 하직 하옵니다….”

 넷은 정신없이 남색 도시를 휘저으며 뛰어다녔다.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볼 겨를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뛰었다. 넷은 도망 다닌다고 분산 됐다가 또 자연스럽게 한 데 모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 넷의 시야가 어두컴컴 졌다. 분명 해가 뜬 밝은 남색도시였는데, 이 네 명이 있는 부분만 아주 진한 남색으로 바뀌었다. 희한했다. 주위는 여전히 낮인데도 말이다.

 “마네마네야…, 내 눈이 이상한 걸까…? 왜 우리 있는 쪽만 어둡지…?”

 “나도 그래, 규리규리 너도 그래?”

 “응, 다롱다롱앙! 너동?”

 “그렇소~.”

 이 넷은 뛰다가 더 이상 땅의 진동이 느껴지지 않자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규리와 다롱이는 얼은 체로 서 있고, 마네는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서나는 물끄러미 위쪽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자 무슨 상자 같은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슝~'

 그런데 갑자기 공중에서 그 상자가 훅 내려오더니 이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가뒀다.

 “악!!! 이제는 남색도 안 보영. 다 검은색이양. 얘들아 어디 있엉?”

 “여기 있소!”

 “아무래도 갇힌 것 같아! 벽이 있어!”

 “아까 위를 쳐다보니까 상자 같이 생겼었어….”

 서나는 천천히 침착하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거지?”

 “남색 거인 원숭이가 가둔 것 같아….”

 “으어어엉, 무서웡….”

 “왕궁에 가야 하는데 말이오….”

 규리가 울음을 터뜨리자 서나는 두려움에 집중하기보다는 규리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규리규리야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전보다 많이 달라진 서나였다.

 “서나서나랑 나랑 다롱다롱이가 있으니 무서워하지 마! 금방 열릴 거야. 기다려 보자!”

 마네는 씩씩하게 대답했지만, 무서운 건 매한가지였다.



 상자는 어디론가 옮겨지고 있는지 한 20분쯤 지나더니 상자의 덜컹거림이 멈췄다.

 ‘쿵’

 그리고는 바닥으로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상자는 바로 열리지 않았다.

 서나는 조용히 집중다. 주위에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롱이는 우는 규리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고, 마네는 상자의 이곳저곳을 두드려 보고 있었다. 서나는 공중전화가 생각났다.

 ‘그 공중전화도 한쪽이 열렸었지…. 어딘가는 열릴 거야….’

 서나는 마네처럼 이곳저곳을 두드리고 위에도 두드리고 아래도 두드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 흘러가자, 마네는 이내 지쳐 털썩 누워버렸고, 다롱이는 상자벽에 기대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었고, 규리는 울음을 멈추고 서나를 도와 상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서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상자 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손의 감각으로만 상자를 만지는 중이었다. 그래도 상황이 풀리지가 않자 화가 조금은 났지만, 친구들을 위해 인내하며 여기저기 계속해서 두드려보았다.



 그런데 이럴 수가! 그 딱딱하던 상자에 물렁물렁해진 부분이 있었다.  

 “이곳은 왜 물렁물렁하지…? 혹시 다롱다롱이야…?”

 그곳은 물방울인 다롱이가 기댄 곳이었다.

 “엇? 방해가 되었다면 비키겠소…. 미안하오….”

 “오! 서나서나 찾았구나!”

 눈치 빠른 마네는 벌떡 일어나 벽을 더듬어 다롱이가 기댄 부분을 뚫기 시작했다.

 “우왕~ 다롱다롱이 대단행! 우리를 살렸엉!”

 “하하하하~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러시오~. 하하하하!”

 이제야 눈치를 챈 다롱이는 규리의 말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다롱이는 적극적으로 상자 벽에 기댔다. 여기저기 상자 벽들이 물렁물렁해지자 서나와 마네, 규리가 합심해서 상자 벽을 뜯었다. 생각보다 꽤 두꺼웠다.

"야호!"

 결국 상자에 큰 구멍이 생겼고, 그곳에서 넷은 남색이 아닌 다른 색을 보게 되었다.     

이전 06화 무지개 파란도시모험 - 하늘물방울 다롱다롱이일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