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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소녀 Aug 17. 2024

무지개 파란도시모험 - 하늘물방울 다롱다롱이일세!


 “이제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파란 도시야. 조용해야 해. 하지만 필요하다면 해도 돼~.”

 “아 맞다! 시나시나가 있었지!”

 등 뒤에 있는 시나를 깜박했다.

 “가벼워서 몰랐어. 시나시나야 심심했지?”

 “시나시나? 푹신행! 서나서나랑 닮아 보여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당! 하하하~.”

 규리가 서나와 시나를 번갈아 보더니 막 웃었다.

 


 하늘도 파랗고 땅도 파랗고 불어오는 바람도 파란색인 것 같은 파란도시를 들어서자 상쾌한 느낌이 한가득 풍겨졌다.

 “우와…, 시원해…! 기분이 좋아져! 마네마네야, 규리규리야, 여기 파란도시 생명체들은 시원한 곳에 사니까 소리 지르거나 잡으러 오지 않겠지…?”

 “그럴 것 같아! 이렇게 시원한 곳에 살면 누구라도 매일 웃고 있겠지!”

 “맞앙! 무서운 곳에서 살지 말고, 여기서 살 걸 그랬당!”

 서나와 마네와 규리는 밝은 표정으로 가볍고 경쾌하게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서나는 걸음을 멈추고 심각한 표정으로 지난날을 회상하다가 비장하게 말을 꺼냈다. 순했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음, 그래도 시나시나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 아까도 지나가다가 도망만 다녔잖아. 도시를 도착할 때마다 그랬어….”

 원래 이런 말은 마네가 하기 마련인데, 서나가 하다니 놀라웠다.

 “그래! 시나시나 말대로 조용히 다니자, 그동안 경험이 있으니!”

 “나동 시나시나 말을 따를겡!”

 둘은 서나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계속 앞으로 전진하니, 파란 모래가 쫙 펼쳐져 있고 그 앞에는 파란 바다가 있었다. 그런데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깐 앉았다가 갈래…? 다리가 아파….”

 서나는 조용히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희한하게도 파란 바다 앞에는 파란 책상들과 파란 의자들이 있었다. 셋은 각각 의자에 앉아 파란 바다를 구경하는데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게 바다라는 거구나. 말로만 들었었는데 예뻐…!”

 “나도 처음 봐! 평온하고 좋다!”

 “나능 바다라고 하는 구낭. 바다가 뭔지동 몰랐엉. 하늘보다 형님색이넹.”

 “저기 뭐가 움직여…!”

 “헉! 그러게!”

 서나는 바다를 가리켰다. 바다에서는 동그랗고 팔다리가 달린 파란 물방울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표정이 죽을 듯 심각한 표정이어서 얼른 피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사르륵 올라왔다.

 “좀 무섭당~.”

 “물방울들이야…! 우리 일단은 어서 숨자…!”

 “내가 하려던 말이 그거야~ 시나시나가 조용히 하랬으니까 조용히!”

 서나가 마네보다 먼저 친구들을 챙기자 좀 달라진 모습에 마네 서나를 바라보며 뿌듯해했다.

 ‘친구들을 지키고 싶어…! 특히 규리는 겁이 많으니까 지켜줘야 해….’

 셋은 얼른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을 기어 의자들의 맨 뒤쪽으로 갔다. 마침 그곳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어서 셋은 뒤에 몸을 숨겼다. 서나 유무서워하는 규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셋은 계속 바다를 주시하고 있는데, 다른 파란색 물방울들과는 달리 연한 파란색 물방울 하나가 보였다.

 “저 물방울은 색이 좀 다른 것 같아!”

 “어디…?”

 “아~ 그런 것 같기도 하공 아닌 것 같기도 하공!”

 바다에서 나온 파랗고 작은 물방울들은 책상 수에 맞게 의자에 앉았다. 마지막으로 올라온 파랗고 아주 큰 물방울은 바다에서 칠판을 가지고 성큼성큼 나오고 있었다. 아주 근엄하고 무서운 표정이었다.

 “자, 이제 공부하고 시험 바로 본다!”

 큰 파란 물방울이 칠판에 파란 분필로 물방울 모양을 그리고, 파란색 바다, 파란색 모래, 파란색 책상, 파란색 의자, 파란색 종이, 파란색 분필, 파란 연필, 파란 지우개를 그렸다.

 “공부 다 했으니 시험 본다! 떠들면 알지? 일주일 동안 시험이다!”

 작은 물방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눠주는 파란 종이에 파란 연필로 방금 배운 것들을 그리는 듯했다. 누군가 말 한마디라도 꺼내면 폭풍이 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10분쯤 지났을까, 은 물방울들은 다 그렸는지 손에 쥐어진 파란 연필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고, 그저 파란 연필을 잡은 채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왜 다 했다고 말하지 않지…?”

 “서나서나야~ 아까 그랬잖아. 일주일 동안 시험이라고.”

 “그래도 그렇징…, 일주일 동안 어떻게 앉아있어…, 불쌍해….”

 서나의 말과 동시에 한 물방울이 일어섰다. 그러자 큰 물방울이 화난 표정도 짓지 않고 그 작은 물방울 곁으로 가서 시험지를 찬찬히 훑어봤다.

 “휴~ 시험지 걷어 가려나봥.”

 규리가 안심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착각이었다. 큰 물방울 손이 스펀지처럼 커졌다. 작은 물방울의 팔을 잡더니 공중으로 돌리며 저 바다로 멀리 던져 버렸다.

 “헉!”

 서나와 마네, 규리는 눈이 똥그래졌다. 정말로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다른 물방울들은 익숙한지 쳐다보지도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두려움에 떨지도 않았다.

 “말도 안 돼. 자기 친구가 저렇게 됐는데 왜 보지도 않지…?”

 “내 말이!”

 이번에도 희한하게 마네보다 먼저 서나가 화를 냈다. 둘의 소리가 조금 높아지자 규리가 둘의 입을 막았다.

 “조용조용, 들키면 안 됑! 걸리면 안 됑!”

 그나저나 날아간 물방울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바닷속에 잘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또 큰 물방울은 또 다른 물방울들의 시험지를 보기도 하고 또 보지 않기도 하다가 이전과 똑같이 작은 물방울들을 바다로 멀리 던졌다. 하늘색 물방울도 역시나 던져졌다.

 “왜 던진 거야?”

 미처 보지 못한 서나가 물었다.

 “연필을 책상에 콩콩하고 소리 냈다고, 또 일어섰다고!”

 마네가 점점 화가 난다는 듯이 말했다.

“말도 안 돼…!”

 서나도 점점 더 화가 났다. 남아있는 다른 작은 물방울들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던져졌던 물방울들 중에는 다시 헤엄쳐 자리로 돌아오는 물방울들이 있었다. 아니, 던져졌으면 기분이 나빠서라도 집에 갈 텐데 왜 다시 돌아오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빠나빠나빠!”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같았다. 하지만 화가 나서 들리지 않았다.



 “얘들앙, 저기 봐방~”

 “어디?”

 “저기 하늘에 구름!”

 그 사이에 규리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하늘을 가리켰다. 구름은 마치 화살표 모양 같았다. 그 구름 화살표의 방향은 물방울들이 날간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엇? 빽빽의 화살표인가? 저기를 어떻게 가. 바다를 건널 수도 없고~.”

 마네는 한숨을 쉬었다.

 “방법이 있어…! 우리 떠들자…!”

 서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상한 발언을 했다.

 “떠들자고?”

 “떠들면 날려가서 죽을 수도 있엉!”

 규리와 마네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둘의 눈모양본래 땡그래서 누가 더 크고 누가 더 작고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지만, 서나의 이상한 발언에  엄청나게 더 커졌다.

 “어서…!”

 서나는 웬일로 재촉했다. 정말 웬일로!

 “그. 래. 떠. 들. 장!”

 규리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고 무서웠지만, 자신을 받아준 서나를 위해 먼저 큰소리를 냈다.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러자 큰 물방울은 놀라지도 않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모래가 들썩들썩 물결치는 것만 같았다. 일단 소리는 쳤으니 던져질 게 뻔했다. 바위 뒤에 있던 규리는 엄청 떨면서 눈을 꾹 감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큰 물방울에게 셋은 파란색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나 보다. 규리만 잡아 바다 쪽으로 높이 날려버렸다.

 “아하!!! 서나서나 똑똑한데? 나. 도. 나. 도!”

 마네도 이해한 듯 소리를 높였다.

 “하. 하. 하. 하. 하. 하. 하.”

 서나는 즐겁게 크게 웃었다. 마네와 서나도 역시 큰 물방울의 양쪽 손에 잡혀 규리가 날아간 곳으로 날아다.


 날아가다 보니 재미가 붙었.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공중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기도 했다. 마네의 기다란 귀는 팔랑팔랑거렸고, 규리의 복슬복슬한 털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공중으로 올라오니 땅에 있는 작은 물방울들이 아주 작게 보였다.

 “우와아아아아…, 하나도 무섭지가 않아….”

 “다음 도시는 어디일까? 진짜 다 별로지만 이건 재미있다~.”

 “항항항항, 홍홍홍홍!”

 셋은 담력이 강해졌는지, 날면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바로 앞에 먼저 날아갔던 하늘색 물방울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엇! 하늘색 물방울앙, 안녕? 나는 규리규리양.”

 “나는 마네마네!”

 “나는 서나서나….”

 셋은 양반다리를 하고 날아가는 하늘색 물방울에게 말을 걸었다. 물방울은 의외로 침착하게 이 셋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보니 물방울 머리 위에는 아주 작은 갓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 있었다.

 “나는 다롱다롱이일세! 당신들은 물방울이 아니구려! 신기하다오~ 물방울이 아닌 존재는 처음 보오!”

 “너는 아까 일어섰던 물방울 맞지? 아직도 날고 있었어?”

 “그렇소! 소자는 날고 싶어서 일부러 일어난 것이라오~.”

 “맞아! 그런데 그냥 때려치우고 나오면 되잖아!”

 “맞아…, 너무 화났어….”

 하늘색 물방울은 서나와 마네, 규리를 훑어보았다. 서나와 마네는 아까를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에 있는  물방울째려보았다.

 “다른 물방울은 다시 헤엄쳐 가던데, 왜 그런 거야?”

 “이해할 수 없엉~ 무서운 물방울이던뎅~.”

 질문쟁이 마네는 계속해서 물었다.

 “그건 소자도 이해할 수 없어서 궁에 가는 길이오~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말이오.  소자와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기도 하오! 그리고 그놈의 시험 좀 그만 보고 싶소!!!”



 이제 다들 공중에서 땅으로 슬슬 떨어지는데도  대화에 빠져버렸는지 모두 웃고 있었다. 그리고 다롱이의 말투가 이 셋과 완전 다른데도 불구하고 다들 개의치 않고 즐거워했다.

 “오…, 우리도 왕궁에 가는데 같이 가자…! 이제부터 우리는 친구야…!”

 서나가 기쁘게 웃으며 금방 말을 꺼냈다.

 “마자마자! 친구!”

 “친구당! 친구는 많을수록 좋앙!”

 “친…구? 너무 좋소오~.”

 또 하나의 친구가 생겼다. 이렇게 서나, 마네, 규리, 다롱이 넷은 왕궁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다롱이는 씩 미소 지으며 양반 다리를 피면서 두 팔을 셋에게 내밀었다.

 “이제 내려가야 하오. 친구들! 다들 소자를 잡으시오!”

 셋은 다롱이의 팔을 꼭 잡았다. 마치 물컹물컹한 젤리 같아 감촉이 푹신했다.

 다롱이의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땅에 착지하는데 충격이 하나도 전해지지 않았다.

 “고마워…, 다롱다롱이…! 덕분에 다치지 않고 잘 내려왔어…!”

 “고마워! 친구 하나 잘 만났네!”

 “고마왕! 너무 안심이양~.”

 “뭘 이런 거 가지고 그러시오. 헤헤헤.”

 다롱이는 부끄러운 듯 하늘색 볼이 더 파래졌다.

 “여기는 어딜까…?”

 “파란색이랑 비슷한데?”

 “소자보다 아주 진한 색이오!”

 “파란색 다음 색깔이양~ 여기는 좀 안전했으면 좋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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