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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소녀 Aug 15. 2024

무지개 초록도시모험 - 갈색아기곰 규리규리

“이제 가는 도시는 초록도시야. 가는 길을 계속 가!”

 시나가 말했다.

 신기하게도 노란 도시에서 초록도시 경계선을 딱 지나니, 발에 초록색의 잎들이 수북이 밟혔다. 서나는 좀 진정이 되었는지 노란 도시와는 달리 안정감 있는 폭신함에 표정이 풀어졌다.

 “안심할 수 없어!”

 하지만 마네는 계속해서 팔짱을 풀지 않고, 앞 째려보면서 걸었다.



서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초록 잎들을 바라보는데 이게 웬일! 네잎클로버가 보였다. 미소가 절로 번졌다.

 “이거 행운의 잎이야!선생님이 그랬어! 이렇게나 많다니. 우와~ 따서 엄마 드리고 싶!”

 서나는 그 자리에 멈춰 몇 잎을 뜯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 어떤 소리가 들렸다.

 '쿵덕쿵덕'

 초록색을 가진 큰 곰이 서나 앞으로 달려왔다.

 “헉헉헉, 지금 돈 넣었지?”

 “아… 아뇨…, 네잎클로버예요…, 많이 있길래요…!”

 서나는 주머니에서 다시 꺼내어 보여줬다.

 “돈 맞네! 도둑이야!”

 “나빠나빠나빠!”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같았지만 역시나 놀란 마음에 들리지 않았다.

 큰 초록색 곰은 제자리에서 서나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마침 여기저기 바위 뒤에서 몸체가 서로 다른 초록색 곰들이 ‘벌떡’하고 일어났다.

 “아… 아니에요…. 훔친 것 아니에요….”

 “처음 왔다고요! 돈인 줄 몰랐어요!”

 서나와 마네는 아니라고 했지만 믿어주지 않았다. 초록곰들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쏘아대면서 성큼성큼 가까이 왔다.



 “뛰엉!!!!!!”

 서나와 마네는 ‘뛰라’는 누군가의 소리에 서로 손을 잡고 뛰었다. 뛰다 보니 마네가 손을 잡은 줄 알았는데, 마네가 아닌 갈색의 폭신한 손이었다. 옆을 쳐다보니, 곰인데 초록색 곰이 아니라 갈색의 아기 곰이었다. 아기곰은 마네와 나를 양손으로 잡고 헐레벌떡 뛰고 있었다.

 “헉헉, 누구야…?”

 “헉헉헝, 여기 숨!”

 마네의 말에 아기 곰은 초록풀숲에 작은 구덩이로 돌진했다. 마네와 서나는 아기 곰과 같이 숨게 되었다. 조용히 숨을 쉬면서 몸을 숨기고 있으니 초록색의 곰들이 우르르 지나갔다.



 “휴…, 다행이야…, 고마워….”

 “고마워! 너는 초록곰과 같은 곰인데, 우리를 도와주다니~ 고마워!”

 “아니양! 우리 도시 곰들은 참 어려웡! 도무지 알 수가 없엉. 자기네들이 다 뿌려놓고 남이 가져가면 뭐라고 하공. 같은 곰이지만 이해를 할 수 없다니깡!”

 “무슨 뜻이야?”

 “그런데 아기 곰 말투가 어디서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아! 일단 내 이름은 마네마네야!”

 “나는 서나서나….”

 “앙~ 나는 규리규리라고 행!”

 “아! 규리규리, 반가워!

 “규리규리…, 이름 귀엽다…, 반가워….”

 “헤헤 나동!”

 서로 악수를 했다. 그 작은 구덩이에서 서나와 하얀 토끼 마네, 갈색 아기곰 규리는 서로 인사를 했다.



 “우리는 궁에 가는 길이야. 화살표를 보면 찾아갈 수 있는데, 화살표가 보이지 않아서 무작정 걷고 있어. 너는 궁에 가는 길을 아니?”

 “오옹! 나도 궁에 가는 길이양. 궁에 가서 왕에게 말하면 같은 종족인 초록곰들의 행동을 바꿔주지 않을까 싶어성! 아니면 나와 맞는 친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려고 행!”

 “그럼 우리 같이 가자….”

 서나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면서 제안했다. 규리는 감동한 나머지 이 둘을 꽉 안고는 펄쩍펄쩍 제자리에서 뛰었다.

 “헉~ 그렇게 좋아?”

 “당연하징! 나 이런 적, 생애 처음이라공!”

 “하하하…, 규리규리야…, 숨 막힐 것 같아….”

 규리는 이 둘을 놓고 기쁨의 눈물을 닦았다.

 “혹시 모르니까 얼른 초록도시를 벗어나자고!”

 “가장!”

 “응…!”



 셋은 초록색 풀숲 안에서 들키지 않게 조심조심 걸었다. 초록 곰들이 찾고 있을지 몰라서였다.

 “여긴 나무도 초록색이고, 잎사귀도 초록색이네, 꽃도 초록색이고….”

 “초록 도시니까 그렇지. 하하. 당연한 걸 묻니! 서나서나야.”

 “그런데 규리규리아…, 너는 왜 갈색이야?”

 “…”

 서나의 질문에 규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휴웅…, 나도 모르겠엉. 내가 왜 갈색인지. 그래도 곰이라는 건 똑같잖앙. 그런데 나는 화도 나지 않공, 또 초록 곰들이 이상하고 무섭다고만 생각이 들엉~ 내가 이상한 걸깡?

 “그래서 너가 갈색인가 보다….

 서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래서 갈색인가 보다'는 뭐야? 서나서나야, 말의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

 “다른 곰들과는 달라서 갈색인 거야…. 넌 특별해….

 갈색 아기 곰은 서나의 말에 입꼬리가 쭉 올라갔다.


 셋은 손을 잡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풀숲을 빠져나오니 높은 초록색 산이 있었다. 경사가 높았다.

 “저기를 지나가야 다음 도시가 나온다 이야기를 들었엉. 나는 거기까지만 알앙. 확실한 도움이 못 돼서 미안행~ 소중한 친구들앙~.”

 규리가 미안한 표정으로 서나와 마네를 쳐다봤다.

 “아니야! 이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어!”

 “맞아…! 고마워…, 규리규리야…!.”

 “헤헹 고마웡~ 얘들앙!

 규리는 또 감격한 표정이었다.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듣지 않은 곰처럼!

 “아! 맞당! 저기를 건널 때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빨리 지나가야 행. 초록색 곰들 집인뎅 후딱 지나가기만 하면 모를 거양. 다만 경사라 힘들겠지망!”

 “왜 빨리 지나가야 해?

 “먹고 싶어동 군침이 당겨동 그냥 지나가야 행!”

 “그러니왜에…?”

 규리의 눈망울은 겁이 많아 흔들렸지만, 친구들을 자신의 동네에서 꼭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에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듯 주의사항을 말했다.

 “일단 가보면 알겠지!

 “진짜 조심해야 행!”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정신 바짝 차려!”

 “으…응…!”

 행동파 마네가 먼저 발을 떼었고 서나와 규리도 거의 동시에 같이 걸었다. 경계를 살피며 아주 민첩하게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초록색 집들이 계단처럼 하나씩 층층이 있었는데, 지붕이 모두 네잎클로버 모양이었다.

 조용조용하게 재빨리 올라가고 있을 즈음, 한 집의 창문이 활짝 열렸다. 마네가 급히 집 벽으로 몸을 바짝 기대면서 양손으로 서나와 규리를 붙잡끌었다.

 그 집 창문에서는 네잎클로버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그 위에 집 창문도 마침 리고, 그 위에 집 창문도 열리면서 무엇인가 막 쏟아지고 있었다.

각 집들에서 쏟는 것 같았다.

 셋이 서 있는 곳의 창문에서는, 초록색 꿀과 초록색 빵이 쏟아지고 있었다.

 “대체 왜 네잎클로버랑 꿀이랑 빵을 버리는 거야? 썩은 건가?”

 “아닝, 그냥 이유 없이 버리는 거양. 집에 많이 있거등. 그러면서도 다른 곰들이나 도시인들이 가져가려고 하면 못 가져가게 행. 무섭고 이상하징?”

 “규리규리는 참 친절하구나…. 아! 맞어! 이! 내가 아는 이귤이랑 말투가 비슷해…! 그리고 정도 많고…!

 “달이달이가 누구양?”

 다들 속삭이며 말했다. 서나는 규리를 보면서 이의 모습이 겹쳐 보여 웃음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말이다.

 “귤이귤이는 내 친구인데, 먹는 걸 참 좋아하는 마음 따뜻한 친구야!”

 “앙~ 아주 좋은 친구로구낭~.”

 “쩝! 배고픈데 잘됐다!”

 마네는 서나와 규리의 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배가 고팠는지 쏟아지는 빵을 하나 집고, 꿀이 떨어지는 지점에 서서 빵에 꿀을 발라 한 입 베어 먹었다.



 “으악! 마네마네양! 안 됑! 그냥 가야 됑! 무서운 일이 벌어질거양!”

 “괜찮아 하나 먹는 건데 뭘~.”

 “냠냠…, 맛있어….”

 그새 서나도 배가 고파서 마네처럼 빵을 집어 먹었다.

 “헉! 아아악~ 애들아~ 일단 뛰엉!”

 “응? 아아악!”

 “으응?”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아까 규리가 한 말이 똑같이 들리는 듯했다. 그 이유인즉슨, 서나와 마네가 먹은 초록빵과 초록꿀을 버린 집주인 초록 곰들이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잡을 듯이 쿵덕쿵덕 다가오고 있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빵을 입에 넣은 채로 서나와 마네는 규리의 손에 떠밀려 그 경사진 산 위로 단숨에 뛰게 되었다.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뒤를 돌아보니 그 초록곰들은 다시 집에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헉헉헉, 버리는 거 먹겠다는 데 다들 이상해!”

 “헉헉헉헉…, 그러니까 말이야…, 힘들어…, 화살표는 어디 있을까…?”

 “헉헉, 혹싱 너희들이 말하는 화살표가 이거양?”

 서나와 마네가 기진맥진하며 바닥에 철퍼덕 앉아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규리는 서나말을 듣고는 바로 발 밑에 있는 빽빽의 화살표를 가리켰다.

 “헉헉…, 맞아…! 빽빽이의 화살표! 이제 쭉 가면 돼….”

 “빽빽이가 누구양?”

 “서나서나에게 길을 알려주는 네모난 친구야!”

 “아앙~”

 빽빽의 화살표에 안심이 되었는지, 서나는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마네와 규리 손을 꼭 잡았다.

 “그래도 너희들과 있으니까 안심이 돼…! 둘 다 함께해 줘서 너무 고마워….”

 “나도 진정한 친구들이 생겨서 좋아!”

 “내 생애 최고의 날이양~”

 서로 손을 맞잡은 세 명의 친구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며 활짝 웃었다. 얼굴에 꿀과 빵가루가 덕지덕지 붙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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