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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소녀 Aug 13. 2024

무지개 노란도시모험 - 까칠한 노란 존재들

 “이번에는 노란 도시야, 여기서는 함부로 믿으면 안 돼!”

 시나가 말했다.

서나가 보기에는 지나온 빨간 도시와 주황 도시보다는 정상인 것 같았다. 노란색의 여러 생명체들이 제대로 걸으면서 시끄럽게 말하지도 않았고, 반복하지도 않았고, 뾰족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길은 노란색으로 반짝반짝 빛났지만 딱딱한 점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

 “오~ 모두 다 금색같이 보여! 다들 정장만 입고 다니네! 게다가 바닥이 대리석 같아!”

 “여기서는 왕궁 가는 길을 알려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겠지…?”

 서나는 달라진 환경에 기대가 저절로 생겼다.




마네도 서나 같은 마음으로 마침 지나가는 노란 정장을 차려 입 노란 여우에게 물어봤다. 꼬리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이름은 모르겠지만 노란 여우님, 왕궁 가는 길을 아시나요?”

 노란 여우는 손목에 있는 시계를 보더니 바쁘다는 듯이 말했다.

 “오호라~ 아이들이구나~ 내가 지금은 안 되고 날 따라오면 알려줄게~.”

 서나와 마네는 기뻐하며 노란 여우 뒤를 따라 걸었다. 노란 슈퍼를 지나 노란 신발가게를 지나, 노란 채소가게를 지났다.

 “여기 우리 동네 시장이랑 똑같아. 다 노란색인 것만 빼면 말이야.”

 서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친절한 노란 여우를 자세히 관찰했다. 꽤나 지적이게 보였다. 정장도 다른 여우들보다 멋졌고, 정장 모자 또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동물처럼 생각이 들었다. 노란 여우는 지나가면서 두부가게에 들렀다.



 “노란 두부 한 모!”

 “여유여유님이시군요. 한 모 여기 있습니다. 10년 전에 주시겠다는 노란 호박보석은 언제 구할 수 있을까요? 헤헤헤.”

 “조용히 못해요? 감옥 들어가고 싶습니까? 보석이야기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저 갑니다!”

 달라진 노란 여우의 태도에 놀랐지만, 두부주인 두부 한 모를 주면서 값을 받지 않고 굽신거리는 모습에 더 놀랐다.

 “여기는 왜 돈이 없어…?”

 “돈이 뭐야? 먹는 거야?”

 마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귀를 깜짝깜짝 접었다 폈다 했다.

 “음…, 두부가게에서 두부를 살 수 있는 거야…. 아! 아까 주황도시에서 주황색 낙엽 같은 것처럼 물건으로 바꾸는 거….”

 “여기 모든 도시에는 돈이 있어!”

 서나 뒤에 있던 시나가 한 마디 했다.

 “뾰족 가시를 말하는 건가? 우리는 뾰족 가시가 돈이야. 그런데 거의 쓸 일이 없지. 불평만 하니까~ 뭘 먹고살았는지 기억도 안 난다.”

 “여긴 뭐지…?”

 서나와 마네는 추측을 하며 걷는 동안 노란 여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걷고만 있었다.



 노란 여우는 노란 빵 집을 들렸다.

 “노란 카스텔라 하나!”

 “여유여유님이시군요. 노란 카스텔라 하나 여기 있습니다. 100년 전에 주시겠다는 노란 호박보석은 언제 구할 수 있을까요?”

 아까 두부 장수와 똑같이 빵집장수도 말하고 있었다.

 “조용히 하세요. 감옥 들어가고 싶어요? 저 갑니다!”

 노란 여우도 똑같이 행동하고 답했다.



 “뭔가 이상한데?”

 서나와 마네는 노란 여우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고는 서로 눈을 맞췄다. 마네가 단호하게 말했다.

 “여유여유님! 왕궁 가는 길 알려주신다고 했으니 이제 알려주세요.”

 그제야 노란 여우는 뒤를 돌아봤다. 또 손목시계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아~ 지금은 안 되고 나중에 말해 줄게~~.”

 “여유여유님, 나중에 언제요! 책임을 지셔야죠!”

 노란 여우는 자기 말만 하더니 바로 걷던 길을 다시 걸었다. 마네는 화가 나서 노란 여우의 정장바지를 잡았다. 바지가 구겨지니 신사다운 표정을 짓던 노란 여우표정이 갑자기 싹 변하며 소리를 쳤다.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기분 좋을 때 알려 줄 거야!!!!

서나는 무서웠다. 마네 뒤로 숨었다.

 “아 짜증 나. 오랜만에 짜증 난다고 소리가 나오네~ 가자! 서나서나야!”



 귀가 쫑긋 세워진 마네는 서나의 손을 붙잡고 무작정 걸어갔다. 저 앞에 노란색 사자가 경찰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마네…마네마네야…, 내가 물어볼게…, 너만 항상 물어보고 미안해…, 저 아저씨….”

 “왜 그러니?”

 노란 사자 경찰 아저씨는 온화한 미소로 아래를 내려다보자 서나 맘이 편해졌다.

 “저 아저씨…, 왕궁 가는 길이 어디예요…?”

 “아 왕궁 가는 길을 찾고 있구나. 지금 아저씨가 교통정리를 하고 있어서 바빠요. 나중에 말해줄게~.”

 “네, 마네마네야 조금만 기다려보자!”

 하지만 마네는 아직도 화가 가라앉혀지지 않았는지 주위를 둘러보며 팔짱을 낀 채 소리쳤다.

 “아저씨, 여기 교통정리 할 게 뭐가 있어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곧 차들이 올 거란다. 아이야~.”

 노란 사자 경찰 아저씨는 화도 내지 않고 아까처럼 대답해 주셨다.

 “그래…, 올지도 모르잖아….”



 서나는 마네를 토닥였다. 얼마쯤 흘렀을까.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오지도 가지도 않았다. 그저 텅텅 비어 있었다. 서나는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마네가 먼저 화를 낼 것 같아서 그전에 자기가 물어보는 것이 나을 거란 생각에 다시 도전했다.

 “저…, 아저씨 알려주시면 안 돼요…? 저희가 지금 빽빽을 따라가야 하는데 빽빽이 보이지 않아서요….”

 “내가 뭐라 했니! 바쁘다고 했지!!!!”

 노란 사자 경찰 아저씨가 머리 주변의 노란 털들을 뻗뻗하게 세우며 결국에는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소리가 땅을 진동하는 듯했다.

  “나빠나빠나빠!”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였지만 무서워서 들리지 않았다. 서나는 울먹울먹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서나서나야, 괜찮아?”

 “…”



 그때 마네 눈에 저 분수 쪽에서 빽빽의 화살표가 눈에 띄었다.

 “서나서나야, 저기 화살표 보인다. 그냥 가자! 아오~ 열받아!”

 마네는 무서워하지도 않고 서나를 이끌었다.

 이제는 화살표를 따라 걸으면서 지나가는 노란 생명체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무서워…, 노란 도시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

 서나는 마네와 함께 빨간 도시, 주황 도시, 노란 도시를 지나오면서 계속되는 불친절에 마음이 그리 좋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가 보고 싶고 집에 가고 싶었지만, 마네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지만…, 나마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그래서 울지 않고 꾹 참았다.


 서나와 마네는 빽빽이의 화살표를 찾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다 보니 노란색 나무들이 점점 작아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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