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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소녀 Aug 10. 2024

무지개 주황도시모험 - 마네와의 우정 쌓기

 빨간색 길 끝 쪽에 다다르니 울퉁불퉁한 주황색의 길 보였다.

 “마네…, 아아니…, 마네마네야…, 여기는 어디야…?”

 “나도 처음 와! 동네가 너무 시끄러워서 귀 막고 매일 집에만 있었거든!”

 “여기는 주황 도시야. 아까 빨간 도시보다는 나을 거야. 그래도 조심해. 휩쓸려갈 수도 있어.”

시나가 친절하게 알려줬다. 빽은 앞장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항상 서나 등에 있었는데 말이다. 서나는 어깨를 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서나서나! 왜 그래?”

 “빽빽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가 않아….”

 “아까 화살표 찾으라고 했잖아~ 우리가 뒤따라가면 되지!”

 “마네마네는 똑똑하구나… 내 친구 민애랑 똑같아….”

 “민애가 누구야? 앗 민애민애라고 해야지!”

 “응…, 민애민애…, 내 친구야…, 너도 내 친구고….”



 “준비해!!!”

 갑자기 시나가 뒤에서 외쳤다. 서나와 마네는 대화하고 있다가 주황색 길에 처음 발을 내딛자, 알 수 없는 힘에 몸이 '붕' 위로 튀어 올랐다.

 “어어엇…, 뭐야아아아….”

 “헉!!!!!!!!!!!!! 뭐지?”

 서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서워서 양 팔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민애는 튀어 오르자 상황을 살피기 바빴다. 이내 곧 몇 번 튀기자 서나는 편안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푹신해…, 침대 같아….”

 “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깜짝 놀랐었는데, 있어보니 단지 길이 푹신할 뿐이었다. 게다가 제자리에서 '통통통' 튀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앞으로 서나와 마네를 움직여주었다.

 “야호! 재미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주황도시로 올 걸!”

 “바로 옆 동네인데 오지…!”

 “이런 줄 알았으면 벌써 왔을 거야~”



 동그란 주황색 동산에서부터 '통통통' 나아가고 있을 때, 20명쯤 돼 보이는 작은 물체들이 서나와 마네가 있는 쪽으로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네마네야!!! 저건 뭐야? 자꾸 우리한테 와!”

 서나가 깜짝 놀라 마네의 손을 꼭 잡았다. 마네는 유심히 관찰했다.

 “무표정에 눈 초점이 없는 걸로 봐서는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할 것 같진 않아 보여.”

 “어떻게 생겼어…?”

 서나는 마네의 말에 조금은 안심하며 호기심에 생김새를 물어봤다.

 “음, 얼굴이 네모진 건 보이지? 주황색이고 다들 우리처럼 통통 튀고 있어! 고무 같은 느낌이야. 키가 나보다 훨씬 작은데? 목이 없고 얼굴이랑 몸체랑 붙었어! 다 똑같이 생겼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서나와 마네는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해 길 위에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자, 살아있는 길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서나와 마네를 마구잡이로 튕기고 이끌어주고 있었다.


 '시끌시끌시끌'

 “마네마네야…, 그런데 지금 우리는 길 위에 있는 것 같지 않아…, 아까보다 엄청 빨리 앞으로 가는데…? 으아악…, 무서워….”

 “서나서나야, 그 이유를 알았어! 아래를 봐! 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주황 난쟁이 무리들 머리 위에 서나와 마네가 자동으로 얹힌 것이었다. 분명히 길 위에서 튕겨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길은 주황 난쟁이 무리들에게 서나와 마네를 튕겨 넘겨버린 것이었다.

 다행히도 주황 난쟁이 무리들의 머리가 푹신해서 다치진 않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서나는 멀미가 날 것 같았다.

 “저…, 죄송하지만 천천히 갈 순 없을까요…?”

 “가서 내고 먹고 찍고 놀고 와서, 다시 가고 내고 먹고 찍고 놀고 와서, 다시 가,내,먹,찍,놀….”

 서나의 말은 듣지도 않고, 주황 난쟁이 무리들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저기요! 저희는 궁에 가야 하는데요. 궁이 어느 쪽이에요?”

 똑똑한 마네가 물었지만, 여전히 노란 난쟁이들은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마네야…, 우리 이제 어쩌지…?”

 “휴~ 우리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아. 언젠가는 서겠지. 기다려보자아아악.”



 마네가 체념하는 순간, 주황 난쟁이 무리들은 목적지에 도달했는지 '통통' 튀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마네와 서나가 어떤 동산으로 내던져졌다. 그곳은 웬일인지 딱딱했다.

 “아이고…, 엉덩이야….”

 “서나서나야 괜찮니?”

 시나가 뒤에서 걱정했다.

 “우와~ 정말 빠르다~~~ 서나서나야 저것 봐바!”

 “응…? 어디…?”

 “저기 저 맛있어 보이는 건물!”

 서나가 엉덩이를 만지다가 마네가 보는 쪽을 보았다. 그곳은 동그란 건물이었는데, 동그란 아이스크림을 4겹으로 쌓아 놓은 것 같은 모양의 4층 주황색 건물이었다. 특징이라 하면 건물의 반을 잘라놔서 밖에서 안이 다 보인다는 점이었다.

 “오오…, 진짜 빠르네….”

 그 반이 잘라진 아이스크림 건물 앞에서 그 주황 난쟁이 무리들이 1층에서부터 4층까지 통통 튀기며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안에 계단은 없고 건물의 잘라진 단면 앞에서 공처럼 튀어올라 안으로 들어간 후에 활동을 빨리하고 다시 튀어 내려오는 모양새였다.

 “1층에서는 뭐하는 거지?”

 “마네마네야…, 잘 보여…? 가까이 가기가 무서워…, 휩쓸릴 것 같아….”

 서나는 두려운 눈빛으로 부동자세를 취했다. 대신 마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주황난쟁이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주머니에서 주황색 낙엽을 꺼내는 것 같아.”

 “그걸 왜 꺼내는 거야…?”

 “모르겠어. 1층에서는 주황색 낙엽으로 물건으로 바꾸는 것 같이 보여. 2층은 주황색 오렌지를 먹는 것 같아. 3층은 사진을 찍고 있고, 4층은 뭘 내리치고 있는데? 뭐지?”

 “아……, 궁금해…, 뭘까…?”

 마네와 서나는 열심히 봤지만 멀어서 그런지 자세히 구체적으로는 보이지가 않았다. 마네가 답답한지 좀 더 앞으로 걷다가 푹신한 땅을 찾았는지 제자리에서 통통 뛰기 시작했다.


마네는 계속 뛰다 보니 높게 올라갔고,  드디어 주황 난쟁이들이 둘러앉아서 뭘 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리들이 빨리빨리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정확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서나서나야! 빨간 카드를 치고 있는 것 같아. 주황도시에서 웬 빨간 카드지?”

 그들은 카드를 치다가도 쉬지 않고 계속 오르락내리락 1층에서 2층, 2층에서 3층, 3층에서 4층 다시 4층에서 1층으로 튀기기를 반복했다.

 “마네마네야…, 이제 그만해…, 위험해….”

 서나는 계속해서 위아래로 뛰고 있는 마네가 다칠까 걱정이 됐다. 땅에서부터 공중으로 짧은 거리도 아니고 정말 높은 높이로 뛰고 있어서였다.

 “아까 주황 난쟁이들이 말했던 걸 생각해 봐!”

 시나가 말했다.

 “아! 내고 먹고 찍고 놀고?”

 똑똑한 마네가 생각해 냈다.

 “그건가 보다…, 생각 없이 반복하지…?

 “나도 모르겠어. 저런 삶이 좋은 게 아닐까?”

 “난 좋지 않은데….”



 마네는 '통통' 튀는 강도를 줄이며 서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우와…, 그러고 보니 어떻게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야…? 나는 갈 수가 없어….”

 “나도 확실히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되는 것 같아! 서나서나도 생각해 봐!”

 서나는 마네가 있는 푹신한 길 위에 가서 마네가 내민 손을 잡고 싶었다. 그래서 자유자재로 다니고 싶었다.

 ‘난 할 수 있어…. 나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

 서나는 눈을 딱 감고 푹신한 땅에 발을 내밀 마네는 서나의 손을 잡고 조금씩 방향을 조절해 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방향을 정해서 갈 수도 있었고 멈출 수도 있었고 뛰는 강도도 조절할 수 있었다.

 “오오…, 마네마네야…, 대단해…, 진짜 맘대로 갈 수 있게 됐어…!”

 “그렇지!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된 서나와 마네는 손을 꼭 잡고, 그 알 수 없는 동그랗고 주황 아이스크림 반쪽건물을 지났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

 일단 건물을 지나긴 했는데 어디를 갈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서나가 바닥을 내려다보자 길 위에 화살표가 보였다.

 “화살표…?”

 “빽빽이 화살표야! 따라가자!”

 “응…!”

 마네는 금세 알아보고 화살표를 따라 통통 튀기며 움직였다.



 얼마 가지 않아 엄청 큰 주황색 나무집을 지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나무집 같이 오래돼 보였다. 주황색 나무집에는 주황 캥거루 엄마와 주황 아기 캥거루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왜 제대로 안 해. 이러려면 하지 마!”

 “…”

 “왜 인사 안 해?”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왜 제대로 안 해. 이러려면 하지 마!”

 “…”

 주황 캥거루 집을 지나는 찰나에 서나는 주황 아기 캥거루가 불쌍했다. 하지만 뭐라고 하실까 두려웠다.

 “저… 아줌마…”

 “뭐!!! 누구야!!!”

 서나는 큰 호통 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마네 손을 잡고 있는 채로 몸이 조금 떨렸다.

 “서나서나야, 괜찮아?”

 등 뒤에 시나가 걱정했다.

 “으응…, 아기 캥거루가 불쌍해….”

 서나가 기죽은 채로 작게 중얼거리자 마네는 서나를 보고 귀를 쫑긋 세우며 엄마 캥거루에게 크게 외쳤다.

 “아줌마, 아기 너무 혼내지 마세요. 말 잘 듣고 있잖아요!”

 아기 캥거루는 서나와 마네를 쳐다보는 듯했지만 엄마 캥거루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빠나빠나빠!”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같았는데,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부당하다는 귀여운 어린아이의 소리 같았다. 그러다 금세 엄마 캥거루의 혼내는 목소리만 들렸다.

 “아줌마!!!!!!!!!!!”

 “마네마네야…, 안 들리시나 봐…, 그냥 가자….”

 “으휴~.”

 서나와 마네는 길 위에 언뜻언뜻 보이는 빽의 화살표를 따라 앞으로 앞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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