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아부지와 고양이엄마가 현대사회에 대처하는 자세(1)
생쥐아부지편
"딸~ 전달하기 어떻게 하는 거야?"
생쥐아부지는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내 방으로 통통통 들어오신다.
"검지손가락으로 전달할 사진이나 글을 꾹 눌러봐 봐~"
생쥐아부지는 말없이 꾹 눌러보지만 긴 손톱으로 인해 사진은 금방 터치가 해제되고 말았다.
"손톱으로 하면 안 되고 살로 꾹 누르고 있어야 전달하기가 떠~ 다시 해봐 봐~"
생쥐아부지는 조심스럽게 다시 꾹 눌러보셨다.
"아니지~ 이렇게! 자~ 꾹~ 아니~ 기다려! 맞아 맞아! 오~ 잘하시는대요!"
이렇게만 보면 정말 버릇없어 보이지만 그동안 생쥐아부지를 가르쳐드리면서 그 과정 속에서 얻은 아부지께 효과적인 말투가 생겨나게 되었다.
목소리는 절대 높이지 않고 일정한 톤으로
표정 하나 구김 없이
언제나 격려하는 자세로
틀리면 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태도로!
"또 잊어버릴 텐데...찌~익..."
솔직히 '전달하기' 뿐만이 아니라 '연락처 저장', '삭제' , '검색' 등등 여러 가지 스마트폰의 기능들에 대해 이미 다 알려드렸었지만, 언제나 처음처럼 물어보신다.
그래서 나도 처음처럼 알려드린다.
하하하~~
****
"아부지! 이거 키오스크 천천히 해봐 봐~ 우선 바코드를 찍고~ 전에 하던 것처럼 하면 돼! 겁먹지 말고 천천히~"
"찍찍~ 알았어! 해볼게!"
생쥐아부지랑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키오스크 앞에 섰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하려다가 문득 생쥐아부지를 해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는 어딜 가든 키오스크가 있는데, 하는 법을 몰라서 못 먹는다면 얼마나 답답하실까 싶어서!
전에도 한번 해봤으니, 이제는 익숙해지실까 지켜봤다.
"이렇게? 찍찍? 이렇게?"
생쥐아부지는 단계마다 나에게 물어보시면서 조심스러워하셨다.
아무래도 완벽주의 성격에 실수하시는 걸 두려워하시는 것 같았다.
"맞아! 아부지! 잘한다! 오~~ 대단한데! 잘했어! 잘했어! 여기다가 카드 꽂고!"
우리 생쥐아부지는 그래도 끝까지 잘 해내셨다.
잘하셨다!
짝짝짝!
****
"충전은 왜 안 되는 거야? 찍찍?"
생쥐아부지의 말에 나는 생쥐아부지의 스마트폰과 충전기를 살펴보았다.
스마트폰과 충전기는 멀쩡했다.
다만 충전기 끝에 콘센트 꽂는 부분이 조금 들려있었다.
"아하! 찍찍! 나는 왜 또 안 되나 했네! 앞만 봐서 그래! 직진!"
그렇다.
생쥐아부지는 걸으실 때도 주위는 잘 안 보시고 앞만 보신다.
뭘 찾을 때도 앞에 물건이 있는데도 잘 못 찾으신다.
그걸 내가 닮았다.
그래서 생쥐아부지의 언제나 처음처럼 물어보시는 태도를 이해하고 물건 못 찾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언제든 물어보세요!'라고 하면서도 '힘들다'는 느낌을 드렸는지, 생쥐아부지나 고양이엄마나 어느 순간 물어보기를 멈추실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아~ 불효녀다 불효녀.
앞으로는 이런 느낌도 드리지 말아야지.
암튼 우리 생쥐아부지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