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소녀 Oct 18. 2024

생쥐아부지와 고양이엄마가 현대사회에 대처하는 자세(2)

고양이엄마편



이제야 학창 시절 선생님들이 왜 공부 잘하는 학생을 이뻐하는지 이해가 간다.
내가 선생님이었다면 우리 고양이엄마를 엄청 예뻐하고 아꼈을 것 같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습득하는 우리 고양이엄마!

"이거 카톡 사진 어떻게 올려? 야옹?"
"여기 편집을 누르고, 카메라 모양을 누르면~"

고양이엄마는 그 작디작은 통통한 손으로 내 말에 따라 서슴없이 누르신다.
생쥐아부지는 내가 말하면 조심스러워하시면서 '이렇게?'라고 일일이 물어보시는데, 엄마는 포클레인처럼 거침이 없으시다.

"그럼 이것도 올리고 저것도 올려야지! 이거 맞지? 야옹!"
"응! 엄마 잘한다~ 오~"

고양이엄마는 한번 딱 배우시더니, 다른 사진들도 혼자 막 올리신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엄마는 시니어일을 시작하시면서 영어스펠링도 외우셨다.
그동안 영어 하나 모르셨던 분이 어느새 영어스펠링을 다 알고 계셨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재작년이었던가, 고양이엄마랑 영화를 보러 영화관 건물 엘리베이터를 탔었다.

"이거 엠이지?"
"헉. 어떻게 알았어? 그럼 그 옆에는 뭐야?"
"이? 이거는 쥐. 이거는 에이?"
"대단해!!!!!! 엄마 최고다!!!"
"훗! 이거는 비, 이거는 오~"

고양이엄마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시더니 내가 계속해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계속 말씀하셨다.
왠지 삘 받으신 것 같았다. 왕귀요미!!!!!!!!!

고양이엄마가 내 딸이었다면 이미 볼을 부비부비하고 안아주고 난리 났을 것 같다.

****

"엄마! 키오스크 이거 해봐 봐. 이거 전에 햄버거집에도 있었던 거랑 비슷해."
"그래? 해보면 되지!"

고양이엄마랑 무인아이스크림집에 같이 갔다.
생쥐아부지랑도 온 곳이다.

고양이엄마는 말없이 바코드를 하나씩 찍으시고 카드를 꽂으신다.
그리고는 딱 한마디를 하신다.

"이거 맞아?"
"응! 엄마! 잘한다 진짜!"

역시 한번 배우면 열을 안다. 습득이 빠르고 기억저장도 오래간다!
에너자이저 고양이엄마!

****

"충전기 줄 너무 짧아서 사 왔어~"
"오~ 이렇게 긴 거 처음 봐~ 어디서 팔아?"
"다이소."

쿵푸팬더오빠가 고양이엄마를 닮은 모양인지 둘 다 얼리어답터다.
기계에 있어서는 편함을 추구하는데 정보도 빠르고 행동력도 빠르다.

내가 엄마를 통해서 알다니. 이럴 수가.
신기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