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보기 싫어! 다른데 틀어! 야옹~"
"나도!"
동물의 왕국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뱀이 나왔다.
으악~
엄마는 지렁이를 제일 싫어하지만 뱀도 싫어한다.
나는 뱀만 싫다.
그림으로만 봐도 정말 싫다.
"꼬마애 때 농사짓는 할머니 곁에서 같이 땅 메다가 뱀이 나타났었어!"
"헉! 엄마 어떻게 했어?"
"야옹~ 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에 있는 거 다 던지고 도망갔지!"
아~ 상상이 된다.
지금도 아담하셔서 귀엽지만, 그때는 얼마나 더 귀여웠을까!
작은 손에 있던 도구를 던지고 빨리 튀는 모습이 어땠을지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옹! 우리 손녀 왔어!"
요즘 들어 아기벌레고양이를 자주 본다.
다람쥐언니 품에서 내려온 아기벌레고양이는 단골스팟들을 일일이 순회하다가 갑자기 거실 탁자에 앉아있는 내 옆으로 왔다.
"오! 야옹!"
나는 탁자 위에 있는 물이 조금 들어있는 물병을 들어 흔들었다.
이 소리를 아기벌레고양이가 좋아할까 해서였다.
그리고 색깔 중에 밝은 색을 좋아하는 아기벌레고양이의 시선을 끌기 위해 빨간 비타민이 든 캡슐깍을 가져다가 그 앞에 놓았다.
아기벌레고양이는 비타민 캡슐깍을 나에게 받아서 탁자에 놓고,
또 물병을 집어 이리저리 흔들다가 나에게 줬다.
바로 비타민 캡슐깍을 집어 나에게 줬다.
'다다다닥~'
그리고는 내 스마트폰을 쥐고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나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바로 방금 전까지 나랑 놀고 있었던 아기벌레고양이가 순식간에 현관 쪽 방으로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걷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우리 엄마가 아기 때 아기벌레고양이처럼 뛰었을까?
마치 홍길동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스킬을 가진 유전자가 있는 듯했다.
줄행랑 유전자.
나는 5초 동안 멍 때리고 있다가 상황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나랑 놀려고 온 게 아니라 거실 탁자에 놓여있는 내 스마트폰을 보고 온 것이었다.
내 스마트폰을 덮는 플라스틱 깍이 반짝이 섞인 배경과 하얀 꽃모양이 있기 때문에 아마 그 반짝거림에 이끌렸던 것 같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뛸 수가 있지?
달리기에 소질이 있나 보다.
이제는 정신 차리고 있어야겠다!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