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소녀 Oct 23. 2024

외할아버지고양이 검지손가락의 행방

"내가 어릴 땐 말야~"

'라떼'가 '어릴 때'가 되었다.
어린이들에게는 없는 어른의 라떼는 참 특별한 것 같다.
물론 그 라떼를 빌미로 자랑하거나 일방적인 화풀이의 특성을 가진 라떼도 있지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픈 사랑의 라떼도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나무 같은 걸 팼다고? 그 어린 나이에?"
"야~옹~ 열 살인가 그랬을 거야. 나무는 아니고, 낫들고 언니들 따라가서 장작거리를 팼지! 너무 무거워서 묶어놓고 아부지한테 가져와달라고 하니까 화를 내셨어."
"왜 화를 내? 좋은 거 아니야?"
"낫 위험하다고 다칠까봐 그러셨지."

내가 기억하는 외할아버지는 고양이다.
장난꾸러기 고양이!
생쥐아부지보다 더하면 더하셨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시골에 내려가 고양이외할아버지께서 만들어준 두부를 먹고 있었다.
갑자기 "야!"라고 하시며 내게 검지손가락을 딱 내미셨다.
그 옆에 생쥐아부지도 함께 있었는데, 잘 기억은 안나지만 빙그레 웃고 계셨던 것 같다.

나는 깜짝놀라서 먹다말고 '왜 그러실까' 하고 멍하니 쳐다보니 글쎄 외할아버지고양이도 씨익 웃으시면서 나를 지켜보고 계셨다.
외할아버지고양이께서 그 검지손가락을 내리지 않으셔서 뒤늦게 찬찬히 살펴봤는데, 그 검지손가락이 반으로 접혀있었다!
나를 가리킨 게 아니라 그 옆에 생쥐아부지를 가르킨 것이었다.

"앗!"
"푸하하~ 야옹~"
"하하하하~ 찍찍~"

이 두 장난꾸러기 고양이외할아버지와 생쥐아부지는 나의 반응을 보시며 즐거워하셨다.
어찌 고양이와 생쥐는 이리 궁합이 잘 맞는단 말인가!

갑자기 고양이외할아버지가 보고싶다.
있으실 때 잘 해드릴 걸!
왜 철은 늦게 들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