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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소녀 Oct 25. 2024

생쥐아부지와 고양이엄마의 냉전일지



전 세계에는 서로 긴장상태로 대치 중인 나라들이 있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이스라엘-하마스
우크라이나-러시아
대한민국-북한
대만-중국'
여덟 국가가 있다.

하지만 살 떨리는 냉전 중인 곳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 집이다.
생쥐아부지와 고양이엄마.

생쥐아부지는 그동안 통통하고 아담한 고양이엄마를 주제로
'결혼했을 때 집안 어르신들이 네 엄마 잘생겼다고(이쁘다고) 그랬어. 개천에서 용 났다고~ 찍찍~'
'꼬마가시나~ 신발도 작고~ 크크~ 찍찍'
그렇게 그렇게 자랑했으면서
지금은 그 자랑이 무색하게 표정부터 얼음장이다.

이 일은 크게 보면 생쥐아부지가 하려던 걸 고양이엄마가 저지해서였다.

각자의 생각이 달랐으므로 '누가 잘못했다'라고는 못하지만
생쥐아부지의 화가 이 냉전사태를 만든 건 확실했다.

아마 장난으로 화를 내시거나
표정이나 말투가 변하지 않고 고양이엄마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번졌을 일은 아니었다.

고양이엄마도 그 말을 안 했더라면 냉전은 없었을 테지만,
누가 미래를 다 내다보고 말하고 행동하리.

전쟁도 서로 이해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으로만 이뤄지는 거니까.



냉전 1~2일 차

"딸~ 오늘..."
"딸! 이거..."

등 터지게 생겼다.
중간에 낀 나는 생쥐새끼지만 새우와도 같다.

이 거대한 고래엄빠를 화해로 이끄려면 내가 잘해야 한다.
엄빠가 생각하셨을 때 차별받는 느낌이 나지 않도록 공평하게 챙겨드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새벽마다 생쥐아부지 출근을 도우시는 고양이엄마를 대신해 밥을 차려드렸고,
감기로 힘든 고양이엄마를 위해 밥을 챙겨드리거나 그 외의 맘 쓰는 말들을 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드리려고 애썼다.


냉전 3일 차.

엄빠의 입장 차이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두 분 다 비슷하게 아직도 화가 나 계셨다.

하아~ 아직도 멀었다.

생쥐아부지가 쉬시는 날이면 아침을 9시에 챙겨드려야 했고
고양이엄마도 따로 드시니까 과일을 더 챙겨드렸다.
대화도 따로따로 걸면서 마치 한 집에 두 집이 사는 모양새로 왔다 갔다 하며 지냈다.


냉전 5일 차.
생쥐아부지가 출근을 하시면서 거실 소파에 누워있는 고양이엄마를 향해 장난으로 고무고무를 하셨다.
여기서 고무고무란 원피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주인공의 스킬!

생쥐아부지가 출근하시고 고양이엄마에게 이 사실을 말하며 동작을 그대로 표현하니 고양이엄마가 드디어 '풉'하고 웃으셨다.

평소 잘 웃으시는 성격이 아닌데, 이렇다는 건 90퍼센트는 풀리셨다는 소리!


냉전 6일 차.

이제 나도 감기기운이 생겼다.
고양이엄마는 생쥐아부지와 쿵푸팬더오빠, 나를 감당하시면서 일도 하시고 음식도 하시고 집안일도 다 책임지셨는데 어떻게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음식은 안 하지만
집안일을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따로 차려드리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데
진짜 엄빠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반성이 들었다.

아무튼  드디어 기미가 더 보인다.
얼굴에 기미 말고.

고양이엄마가 감기가 좀 괜찮아지셨는지 새벽에 일어나셔서 출근하시는 생쥐아부지를 위해 만든 묵을 잘라주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생쥐아부지는 출근하다 말고 고양이엄마 신발과 자신의 신발을 맞대어 보더시더니
크기가 작은 고양이엄마 신발에 혼자 '킥킥' 웃으셨다.



음...
냉전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지만
서로 한 공간에 있고
그동안 함께 헤쳐온 시간들이 있으니
시간이 차차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시겠지.

집 밖의 냉전보다 집 안의 냉전이 체감상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이제 좀 끝났으면 하는 생쥐새끼이자 등 터진 새우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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