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부터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어지럼이 찾아왔다. 고개를 단순히 숙이거나 가볍게 오른쪽왼쪽 돌리는 건 괜찮았는데, 각도가 조금 더 깊어지거나 또 가볍게 돌려도 가끔씩 내 행동보다 시선이 뒤따라오는, 뇌에 슬로모션이 걸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머리를 감을 수 있겠지 싶어서 고개를 팍 숙이는데 어지럼이 확 와서 깜짝 놀랐다.
제일 안정된 자세는 정면만 보는 자세다. 그래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것이었다. 티브이시청도 가능하지만 다투고 싸우고 심각한 프로그램은 스트레스를 더하니 피하게 되었다.
누워서 잘 때가 문제였는데 첫날은 정면으로 누웠을 때 뇌가 자연스럽게 부서지는 것같이 어지러웠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더 심해서 시선을 내 마음대로 둘 수가 없었다.
둘째 날도 마찬가지, 셋째 날은 왼쪽으로 5도 트는 게 괜찮아졌지만 나머지는 비슷했다.
앉아있을 때랑 누워서 고개 틀 때랑 왜 이렇게 어지럼 정도가 다를까?
뇌에서 기름기로 막혀있나 싶어서 아침에만 먹던 약을 저녁에도 먹었다.
그나마 약을 먹으니 다행이지 안 먹었으면 바로 응급실 직행이었다. 추석 때 전과 잡채, 또 그 이후에 먹던 기름 있는 음식들, 빵이나 과자 등등... 라면은 끊었으니 음식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쌓이고 있었나 보다.
어쩐지 계속 뒷목이 파르르 떨리더라니...
주님께 죄송했다. 어떻게 살려주셨는데 6년 동안 똑같이 실수를 반복하면서 또 도와달라 고이러고 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스트레스는 내 마음을 붙잡고 있어도 갑자기 오는 영향들에는 어쩔 수 없으나, 식단관리에 있어서는 내가 뜻대로 할 수 있었는대도 잘하지 못했다.
자려고 몸은 천장을 향하게 누웠는데 어지러우니 고개만 오른쪽으로 살짝 돌렸다. 그래도 또 괜찮나 싶어서 왼쪽으로 돌려보니 어지러워서 다시 원상복구 했다.
목이 자꾸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셀프마사지를 하고 손도 지압했다.
요양 2~3년 차까지 이렇게 어지러웠었는데 문득 떠올랐다. 왜 잊고 있었을까? 이때까지만 해도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면서 마지막처럼 살자고 다짐하며 지냈는데, 요양 6년 차가 되니 다 까먹었었다. 두둥~
심장도 부정맥으로 자다가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고 하는데 뇌질환도 마찬가지로 자다가 가는 경우가 있다고 들어서 어지럼이 계속되니 나도 예외는 아니겠다 싶었다.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 이 어지럼을 느끼면서 죽고 싶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평안히 가면 얼마나 다행이야! 그때는 매일 하나님께 데려가시려거든 잘 때 제자신도 모르게 데려가달라고 기도했다.
이 또한 까먹고 있었다. 매일 '내일은 일어날 수 있을까? 오늘이 마지막일까?' 하며 잤었는데! 또 생각날 때마다 종이메모지나 폰메모에 가족에게 남기는 말도 써놓고 말이다.
요즘 또 이러고 있으니 생각이 났다. 나는 참 망각을 잘한다.
어지럽기 전에도 주님 안에서 살았는데 갑자기 어지러우니 마음이 낮아지면서 마음 안에 있던 생각들이 정리된 것 같았다. 헛된 욕심도 내려갔다. 어지럽기 전과 어지럽고 난 후의 내 영이 다른 느낌이었다. 커튼이 걷힌 느낌! 이걸 반복하고 있다... 하아~ 바울의 가시처럼 나는 이 어지럼증, 건강이 약한 부분이 있어야만 세상에 물들지 않는 건가 싶었다.
부모님께 말씀을 안 드리고 어지러운 모습 안보이려고 최대한 노력했는데 가끔 심부름을 시키셔서 혹시나 그때 아시면 걱정하실까 봐 어제저녁에서야 말씀드렸다. 역시나 심부름을 시키시려고 하셨던 차였다. 타이밍굳!
부모님께 죄송했다. 같은 모습을 몇 번이나 보여드리는지!!!
초심을 지키기가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초심을 잃어버린 사람은 자신이 초심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초심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 같다. 내가 그랬응께~
오늘 일어나서 먼저 튀어나온 말이 "엇! 천국이 아니군! 살아있네! 주님이 살려주셨어!"였다. 웃프지만 약간은 아쉬움과 감사함!
가족을 생각하면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아니면 천국에 데려가달라고 징징거리는 게 맞을까 여러 생각들이 들지만,
어쨌든 오늘도 살아있으니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며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가치 없는 것에 목숨 걸지 말고 오직 감사하고 기뻐하고 사랑하며 살기!
할 일이 없나 하고 쫓기는 삶이 아니라 하늘을 보고 내 삶에 감사하며 현실은 팍팍하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할 일이 없어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기뻐하는 사람이 되는, 세상을 초탈한 사람이 되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