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지한 사람이다.
매사에 진지하다.
다큐멘터리보다는 아니지만 그다음으로 진지하다.
그렇다고 웃음이 없는 사람이냐 할 수 있지만 웃음은 있다.
아재개그나 내 어릴 때 일기를 읽다 보면 빵 터진다.
하지만 재미있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거나 무슨 일을 하진 못한다.
사람을 만나는 목적은
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어떤 도움이 될 건 있을지
그냥 만나고 싶으니까
기타 등등의 이유일 뿐이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만난 적은 없다.
그래서 단체생활이 힘들다.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만나는 단체생활은 진지함 보다는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있는 자체로 견디기가 어렵다.
가족처럼 편하게 있으면 되지만
가족이 아닌데 어떻게 편안하게 있어?!
나는 친목도모로 만날 거면 어느 정도 다른 목적을 위해 모여서 함께 시간과 노력을 쌓았다가 만나라고 하면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능을 목적으로 공부를 함께 한 사이라면
공부 후에 혹은 쉬는 날에 만나서 함께 재미를 추구하며 대화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게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함께'라는 키워드가 중요한데,
나에게는 이 뜻이 단순히 한 공간에 있는 거 말고 '가까운 거리에서 같이 소통을 나누며 힘듬이나 기쁨도 함께 한 사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단순히 친목도모는 힘들다.
티브이를 보다가 어떤 사람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어떤 일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나는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 있었나 생각해 봤다.
20대 때 있었다.
편의점 알바.
재미있을 것 같아서 했다.
카페도 그때는 바리스타 자격증 개념이 없었어서 일하면서 배우고 싶어서 했었다.
그 외에는 딱히 없다.
'글 쓰는 게 재미있어서 하는 거 아니냐?' 할 수 있다.
맞다.
그렇다고 재미가 매일 있는 건 아니고
소설을 쓰기 위해 상상할 때로 한정적인데 이 안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가 있다기보다는 진지하게 상상하고 쓰다가 그날 잘 썼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때 즐겁고 재미있지, 쓰는 과정 중에 재미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저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 신기했다.
재미로 가볍게 시작한 일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열정적이게 만들어 일을 번창하게 했고 자신도 모르게 사업이 커졌다고 한다.
나에게 그런 게 있나?
어렸을 때는 확실히 독서와 글쓰기였는데, 크다 보니까 그렇게 몰입이 확 될 정도의 재미로 하는 무언가는 없어졌다.
이유가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는 아닌 것 같다.
이게 잘못된 점인 줄 알았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로 서로 교류를 해야 마땅하고
단체에서 좀 리더의 위치에 있어야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교류는 일대일로, 단체를 하더라도 '목적 있는' 모임이어야 하고, 리더는 굳이,라는 주의여서였다.
그래도 주위 사람들과 다른 성향에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여기고 나 자신을 부정해 왔는데,
MBTI검사를 하고 나서 이게 내 성향이라는 걸 알고는
그동안 나 자신을 믿어주지 못한 나날들이 미안해졌다.
그냥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되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야 한다고 왜 채찍질하며 바꾸려고 했을까 싶다.
당연히 서로 장점은 나누고 단점은 덮어주면서 살아가는 게 맞다.
하지만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이 어떤지 분명히 알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어야
상대방의 장단점도 잘 받아들이고 덮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교회에서 나이도 많고 재미도 없어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건강 때문에 그동안 조용히 다닌 것도 있었으나
어떤분의 '네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더더욱 사람들 속으로 가는 게 꺼려졌다.
그 사람의 시선이 다른 사람의 시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친절하시고 좋으신 분들도 많다!)
교회에서 나이가 많아도 20대들과 잘 어울리는 3040은 많다.
대부분 성향을 보면 말을 잘하고 활발한 성격이라 모임이나 행사에는 필히 참석을 하고,
조용한 3040은 예배가 끝나면 조용히 나간다.
그래도 나는 성경말씀의 한 구절이 계속 생각나서 예배 후의 모임을 지키려고 6년을 애썼지만,
결국은 나도 최근 조용히 나가는 3040이 되었다.
하하하~~
작가 소개에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라고 적어놨었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볼 때
확실히 재미가 있어야 계속 보긴 하기 때문이다.
재미는 흥미와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미만 있으면 이야기가 끝났을 때 금방 승화되어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감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 작가.
어른들의 삭막한 마음속을 다시 어린아이로 만들어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
물론 실제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지만
대중화된 재미가 아니라 나만의 재미는 있으므로
이 재미가 통하는 누군가에게는 재미와 감동, 꿈을 심어줄 수 있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