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주제를 보신 분들은
'그럼 인터넷에 나오는 레시피 보고 하면 되지!'라고 하실 수 있다.
그렇다.
그러면 된다.
그래서 엄청 맛있지 않지만 먹을 만한 음식도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음식을 안 한다'도 아니고 '못한다'라고 한 이유는 따로 있다.
솔직히 음식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어떨 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또 어떨 때는 먹어야 사니까 어쩔 수 없이 할 때도 있다.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지!
몇 학년인지 헷갈리는데 아마 고학년이었다.
내가 초등학생 때는 소년동아일보라는 신문을 필수적으로 봤었다.
거기에 나오는 '다다 일기'라는 만화, 그러니까 카툰이 있었는데, 다다라는 여자아이가 요리하는 만화였다.
나는 그 만화가 재미있어서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매일매일 그 만화를 가위로 오려서 공책에 붙여 언젠가 실행할 그날을 기다렸다.
어느 날 친구네로 놀러를 가게 되었다.
친구네에 아무도 없고 친구만 있어서 나는 다다 일기 이야기를 꺼내며 해보자고 했다.
친구도 동의를 해서 고구마를 잘라 재료를 준비하고 가스불을 켜고 맛탕을 만드는데 어떻게 어떻게 성공을 했다.
둘이서 기뻐하고 있는 와중에 친구 어머니께서 오셔서는 가스불을 위험하게 왜 켰냐며 혼내셨었다.
그때는 맛있게 잘 만들었는데 왜 혼만 내실까 하고 이해를 못 했는데,
커서 생각해 보니 혼날만했다.
잘못해서 사고라도 나면 정말 큰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또 어느 날은 떡볶이를 만들고 싶은데 고추장을 몇 숟갈 넣어야 하는지 몰라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오빠한테 물어봤다.
오빠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고추장 통에 있는 고추장을 다 넣었는데, 다 만들고 나서 오빠가 나에게 화를 냈던 것 같다.
그걸 왜 다 넣냐고~
또 하나는 오빠가 라면을 끓여 오라고 시킨 적이 있었는데,
너무 못 끓이니까 혼나면서 배웠다.
그래서 하도 끓이다 보니까 젓가락으로 면발만 만져도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 정도가 되었었다.
지금은 라면을 안 먹으니 이 감각이 사라졌다.
이렇게 요리에 대해서 좋은 기억은 없는 것 같다.
혼나는 기억만 생각난다.
좋은 기억이라 하면 엄마가 만들어준 요리와 오빠가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시켜준 치킨과 떡볶이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음식을 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싫지도 않다.
커서는 음식을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차라리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게 천 번 백번 낫다.
미래 배우자감도 요리를 즐겨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청소를 다 하고 설거지도 할 테니 제발 요리만은 책임져 달라고.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고 하실 수 있다.
맞다!
배가 고프면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는다.
하하하~
최근 요알못인 아부지께서 비빔국수를 해주셨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예전에는 배추 전을 해주시면서 자랑스러워하시더니 이번에는 비빔국수를 만들어주시면서 흐뭇해하셨다.
아마 내가 딸이라서 그러신 게 아닐까 싶다.
나도 가끔 내가 볶음밥을 만들거나 라면을 해서 부모님을 드렸을 때 맛있게 드시면 마음이 따땃해진다.
요리를 해서 기쁘다거나 즐거운 감정은 없어도 그냥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하다는 정도!
왜 얼른 미래식량인 캡슐형태로 음식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하하하~
밀키트가 나왔으니 캡슐도 기대해 볼 만한 건가!
백튜더퓨처에 나왔었던, 전자레인지에 캡슐을 돌리면 요리가 돼서 나오는 그런 형태 딱 간편하고 좋다.
또 내가 '공중도시'에 썼던 음식로봇에 캡슐을 넣으면 요리가 되어 나오는 형태도!
음식을 못한다고 하면 대부분은 레시피 보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가르침을 받고자 말한 게 아니다.
그냥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거나 "나는 요리를 좋아해! 그런데 너는 왜 음식 하는 걸 싫어해?"라고 하는 대답을 들어보고 싶은데 들어본 적이 없다.
단순히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다들 가르쳐주기만 한다.
완전 답정너인가!
하하하~~
나는 음식을 못한다.
그래서 부정적이거나 힘들다는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음식을 못한다는 걸 인정할 뿐이다.
그렇다고 아얘 밥도 못하고 라면도 못 끓이는 건 아니다.
다만 즐겨하지 않는다는 뜻!
음식을 못해서 음식을 잘하는 사람들이 대단해보이고 존경스럽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렇게 닮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그 특성을 인정한다는 거지~
나는 음식을 못하지만 음식을 좋아한다!
그럼 됐지~
나를 인정하고 마음이 자유하면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