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my world was ending

내 봉안당에는 뭐가 들어갈까

by midsummer


오랜만에 엄마를 보고 왔다. 두 달 만이었다.

왜인지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처음 엄마가 여기 들어갈 때 울고 이후로는 처음 울었던 것 같다.

엄마를 보내고 딱 반년이 지났는데 최근엔 엄마에게 서운했던 점만 많이 생각났었다.

그게 미안해서 울었나 보다.


쌍둥이 조카들이 봉안당에 꽃을 붙이고 6살이 되었음을 알리고

할머니가 보고 싶다면서 “할머니는 왜 이렇게 작아졌어요? “라고 물었는데 할머니는 답이 없다.

작아진 엄마가 생전 좋아했던 색소폰이 엄마 봉안당에 들어있다.

새언니가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김밥도 넣어드릴까요,라고 했을 때

엄마 생에 마지막으로 먹었던 온전한 음식이 내가 사 온 김밥이었던 기억이 스쳤다.


그리고 문득,

내가 죽으면, 날 사랑했던 사람들이 내 봉안당에 뭘 넣어줄까 궁금해졌다.

엄마를 보내고, 지치고 슬픈 마음으로 봉안당을 꾸미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게 가족사진과 색소폰이었던 생각이 났다.

유골함이 들어가면 가득 차버리는 봉안당의 남은 공간을 꾸며줄, 고인이 생전 가장 사랑했던 것들.

엄마가 많이 사랑했던 쌍둥이 손주 사진 지분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아빠 오빠 새언니 그리고 나.

엄마가 색소폰 연주하며 행복해하던 사진과 작은 색소폰 모형.


내 봉안당에는 뭐가 들어가려나?

살아있는 동안 내가 알 방법은 없지만

아무래도 내 유골함 앞에는 와인과 피아노는 놓일 것 같다.

와인 좋아하던 친구,

클래식 피아노 공연 보는 데는 돈 안 아끼던 사람으로 나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들.

그게 그 사람을 가장 잘 알려주는 상징들이 아닐까?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나의 상징을 남길 수 있던 삶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 잘 살다 간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생일이 지났다. 받은 선물 중에 와인잔과 위스키잔이 있었다.

매년 지나가는 생일 선물 만으로도 나의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마음들이 스친다.

하물며 사후 나의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는 기억이란 어떤 것 들일까.


내 봉안당을 진심으로 꾸며줄 사람들을 세상에 남기고 떠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20250528

또 와인에 취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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