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40분, 트레이더 조 주차장에 진입했다. 늘 그렇듯 조용하고 평온했다. 주차장에는 두 대의 차가 있었다. 하나는 데릭(가명)의 SUV, 다른 하나는 에이든(가명)의 푸른색 콤팩트 카였다. 출근 체크인이 조금 이른 감이 있었지만, 차에서 의미 없이 기다리는 게 싫어 건물로 향했다. 데릭의 차 번호판을 보니 그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Veteran.' 그는 군인 출신이었다.
데릭은 짙은 갈색 눈과 근육질 체격을 가진 부매니저다. 그는 늘 비니(beanie, 머리에 딱 맞는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와, 저 사람은 왜 할리우드에 가지 않고 여기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잘생긴 눈도 눈이지만, 무엇보다 눈빛이 남달랐다. 따뜻함과 정의로움이 공존하는 눈빛. 길을 가다 뒷골목에서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본다면, 데릭이 나타나 구원해 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캡틴 아메리카라고나 할까?
오리엔테이션 중 그가 무언가를 설명할 때면 넋을 잃고 쳐다보곤 했다.
이 주쯤 후, 그의 민낯을 보았다. 늘 쓰던 비니를 벗은 모습이었는데, 세상에… 그는 대머리였다.
잘생긴 대머리, 데릭.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그를 그렇게 불렀다. 그러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대머리'라는 표현을 지웠다. 당사자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속으로도 하지 않는 게 마땅했기 때문이다.
'대머리'는 누군가에게 아픔이 될 수 있고, 한 사람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행위 역시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가 나를 '머리 크고 노란 아시안'이라고 부른다면, 나도 수치스러울 것 같다.
사실, 남편도 대머리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탈모 예방 에센스를 시작으로 샴푸, 탈모 케어 헬멧, 그리고 최근에는 소량의 전립선 약까지 먹이고 있다. 그 덕분인지 남편은 아직 머리카락을 잘 유지하고 있다.
시어머니와 통화 중 "어머니, 남편의 머리숱이 적은 게 유전이라 이렇게 케어하고 있어요" 또는 "어머니, 남편이 고혈압도 유전이라 조심해야 해요"라고 말하면, 시어머니는 유전이라는 말에 몹시 불쾌해하신다. 시어머니는 고혈압 약을 드신다.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는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냐고 되묻는다. 남편은 상대가 듣고 기분 나쁠 이야기는 쓸데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솔직함이라고 착각했었다. 내가 한 말은 악의가 없고 그냥 사실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느끼면 그건 예의 없는 행동이다.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말은 독 묻은 화살처럼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속에 있는 말을 모두 꺼내는 것이 솔직함이라고 여기는 것은 무례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상태다.
나는 학교 과목에 '인간관계'나 '사회생활 예절교육' 같은 과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배웠다면 지금처럼 나이를 헛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런 교육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나처럼 가정에서 배울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 학교에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데릭의 대머리 이야기가 너무 멀리 나갔다.
어쨌든 데릭은 영화주인공처럼 잘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