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그 녀석

by 마리안

이틀 전 매장 오픈 준비를 하는데 사바나가 강아지 두 마리를 안고 나타났다. 사바나는 근무하지 않는 날이었다. 태어난 지 6주 된 저먼 셰퍼드였다. 열심히 일하던 나를 미쉘이 큰 소리로 불렀다.
“마리안, 여기 봐봐!”
뒤를 돌아보니 미쉘이 사바나의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꺄악~ 어떡해!” 나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쫑긋 솟은 두 귀는 얼굴만큼 크고, 까만 두 눈동자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주둥이는 거뭇거뭇하고 몸통은 짙은 갈색 빛이었다. 무엇보다 압권은 짧고 통통한 네 다리와 몸집에 비해 큰 두툼한 발이었다. 발 크기를 보아하니 이 녀석이 자라면 얼마나 클지 상상이 갔다.
“한번 안아봐도 돼?”
앞발 사이 겨드랑이에 두 손을 조심스레 집어넣는 순간, 녀석의 보드라운 털과 따뜻한 체온이 손을 타고 올라왔다. 조그만 녀석이 가슴에 아기처럼 포옥 안기더니 볼에 뽀뽀를 하며 내 뺨을 핥기 시작했다.

‘아, 난 강아지를 키워야만 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어쩌지?’

사바나가 강아지를 데리고 떠난 후에도 마치 사랑하는 이의 얼굴처럼 강아지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릴 적 내 꿈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 세계는 꽤 돌아다녔지만, 작가는 아직 되지 못했다.

또 하나는 길을 잃고 불쌍한 개들을 위한 집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살다 보니 나 하나 챙기며 사는 것도 힘들었다. 게다가 주로 집에 없는 내가 반려견을 키우는 건 차마 할 수 없었다. 나만 따라다니고, 나만 쳐다보는 강아지를 남겨놓고 문을 닫을 수가 없다. 그건 어린 시절 내 모습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4남매를 키워야 했던 아버지는 우리를 서울에 남겨두고 돈을 벌기 위해 청주로 떠났다. 아버지는 주말이 되면 서울에 왔다가 다시 청주로 내려갔다. 나는 버스 정류장까지 아빠를 따라가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며 울었다.


네 살 터울인 언니는 운동선수였는데 기숙사 생활을 했다. 언니도 가끔 집에 왔다. 얼마나 오랜만에 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언니가 집에 있는 날은 너무 좋아서 하루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내일 떠날 언니를 생각하며 슬픔과 불안이 행복한 마음을 뒤쫓았다. 언니가 떠나는 날, 나는 버스 정류장에 서서 또 울었다.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배웅하는 건 가슴에 무거운 바위가 내려앉는 느낌이다. 바위에 눌린 마음은 착즙되어 눈물이 된다.


나는 반려견을 키울 수 없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내려놓았다.
‘그래, 은퇴하면 내가 집에만 있을 때, 그때 키우자.’

그러나 나는 안다. 영원히 키울 수 없을 것을.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혼자 남겨질 녀석이 가슴 아파 그러지 못할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소유한 적 없는 그 녀석이 계속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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