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거미

세상의 거미들을 응원하며

by 마리안

나는 3층 아파트에 산다. 새벽출근길, 현관문을 여는 소리는 급하고 조용한 소동을 일으킨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나방은 벽에 찰싹 붙어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나는 꼼짝도 않는 나방을 마치 원수라도 보듯 노려보며 한발 한발 계단을 내려간다. 그다음은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왼쪽 위에 사는 작은 거미다. 인간으로 보자면 10대 초반쯤으로 보인다. 아직은 몸집도 작고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한구석에 집을 잘 짓고 있는 중이다. 거대한 피사체의 쿵쿵대는 발소리는 경험이 부족한 녀석에게 큰 위협으로 느껴졌음에 분명하다. 내가 가까워지기도 전에 자신의 밧줄을 타고 서둘러 천장을 향해 올라갔다. 그런 급한 움직임이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부각했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계단을 돌아 2층으로 내려서면 좀 더 큰 놈이 기다리고 있다. 장성한 이 거미는 나를 보고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아니면 자존심상 놀라지 않은 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녀석은 큰 위협이 없는 이상 자기 자리를 이탈하지 않는다. 여전히 나의 시선은 그 녀석에게 고정되어 있다. 1층 바깥에 발을 내딛으며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어마실 때에야 내 호흡도 멈춰있었음을 깨닫는다. 매일 재방되는 드라마처럼 이 일은 반복됐다.


미운 놈도 매일 보면 정이 든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작은 거미가 사라진 후였다. 어느 날 퇴근 후 3층 향해 올라오는데 이 작은 거미의 집이 사라지고 청소되어 있었다. 2층 거미는 무사했다. 아마도 매번 급하게 피하던 습성이 결국 자신을 위험에 빠뜨렸을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이 친구들과 날마다 교감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두려웠지만, 그들도 내가 두려웠음에 분명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공격할까 봐 두려웠다. 때때로 나는 그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기도 했었다. "야, 네가 나보다 낫다. 너는 집이 있는데, 나는 월세다. 인마" , 혹은 "야, 그렇게 살고 싶으냐? 애쓴다. 애써.". 나는 그들을 보며 매일매일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매일 밤 생존을 위한 아우성을 듣는다. 우리 집 뒤로 지나가는 산책로 무성한 나무숲에 사는 곤충들의 소리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시끄럽게 울부짖다가도 어느 순간 모두 일제히 소리를 닫는다. 아파트 공동 수영장에 숨어 사는 두꺼비들도 마찬가지다. 마치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듯 박자에 맞춰 나팔을 불다가 인기척을 느끼면 동시에 연주를 멈춘다.


어제 퇴근하고 돌아와 무거운 발을 한발 한발 계단에 올려놓으며 무심코 천장을 바라보았다.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붙어있었다. 그 녀석이었다. "야, 너 용케 살아있었구나! 대단하다!". 나는 천장을 향해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녀석이 내 속도 모르고 부리나케 도망쳤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나단의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