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스트코 매장에서 근무하는 시식직원은 CDS(Club Domonstration Service)라고 하는 협력업체 소속이다.
원래 CDS에서 취업공고가 나와있을 때, 의료보험 혜택, 401k 은퇴연금과 같은 benefits을 제공한다고 해서 지원했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내가 들은 바로는-우리 매장에서 이 혜택을 받는 사람은 매니저 외에 없었다. 일반직원이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 5일 풀타임으로 일해야 하지만, 대부분 주 4일 근무를 배정받았다. 대부분 직원은 60세 이상의 노년층이었고 그들은 이미 매디케어와 같은 보험을 가지고 있어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미국은 의료보험이 비싸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이 혜택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예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보험은 상당히 좋은 편이긴 해도 제일 좋은 옵션은 아니었는데, 2인기준 매월 2000불이 넘었었다. 그래서 의료보험없이 사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나는 기대감이 바람 새듯 슬며시 빠지는 걸 느꼈다.
300인분 이상 학교급식을 준비하던 나로서 코스트코 시식은 그야말로 아이들 소꿉장난이었다. 소주잔 크기의 종이컵에 딱 한입분량의 음식을 10개 정도씩 담아 손님들에게 나눠주면 그만이었다. 굳이 힘든 걸 찾자면 7시간가량 서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진단서 한 장만 받아오면 의자에 앉아 일할 수 있으니, 연령이 꽤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꿀잡이 따로 없었다.
CDS는 판매자로부터 시식요청을 받으면, 하루 판매목표량을 정하고 시식제품을 구입해서 시식직원들에게 할당한다. 담당직원들의 판매실적은 사무실 문에 순위대로 집계되어 게시된다. 나는 2주 일하고 판매순위 네 번째에 올랐다. 매니저도 나에 대한 호감이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판매실적만이 아니라, 그나마 내가 좀 젊은 직원에 속하기 때문에 오래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료직원들은 쉬는 시간마다 내게 충고하곤 했다. "아니, 젊은 사람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내가 자네라면 일찌감치 더 좋은 곳으로 찾아가겠네. 젊다는 것 자체가 돈이야."
나는 하는 일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지만, 기회가 온다면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곳에 또다시 옮겨야 함을 느끼고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은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그리고 바라고 기다리면 기회는 찾아오는 법. 트레이더 조에서 크루 모집공고가 올라왔다. 트레이더 조는 코스트코 못지않게 직원혜택이 좋기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직장 분위기가 밝고 건강하며, 직원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기 때문에 업무스트레스도 적다고들 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영어실력이었는데, 트레이더조는 소통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무조건 머리부터 들이밀고 보는 사람이 아니던가? 나는 트레이더 조에 지원하고 1차 서류 통과 후, 2차 인터뷰 이메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