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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생시킨 친구의 림프 마사지

내 친구 손은 약손

by 뮌헨의 마리


친구의 풀옵션 마사지를 받은 후 나는 다시 살아났다. 몸은 가뿐했고, 기운은 넘쳤으며, 눈은 반짝거렸다. 몸 어디에도 피로감을 찾을 수 없었다. 밤 열 시, 내가 늘 기진맥진하던 그 시간에.


샘과 친구 M과 걷던 윤중로길의 철쭉(위). 내가 매일 산책하는 공원의 흰 철쭉(아래)



모든 피로에는 이유가 있다. 생각해보니 이번 주 내내 느꼈던 내 몸살기도 그랬다. 며칠 동안 언니가 내 등의 날갯죽지에 집중 마사지를 했기 때문이다. 사나흘 동안 아픈 곳을 깊숙이 마사지했고 그 후 며칠은 손의 날을 이용해 뜨거운 열기로 풀었다. 너무 아플 때는 손바닥으로 쓸어주면서. 오랜 시간 뭉쳐 있던 근육과 통증이 밖으로 나오면서 몸살기가 왔던 아닐까 싶다. 몸도 무겁고 어깨와 등에도 묵직한 통증이 밤낮으로 따라다녔다.


그리운 샘을 만난 날도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오후에 샘이 언니 집 부근 공원으로 오셨을 때는 외래 진료를 받고 온 후였다. 샘을 만나기 전에는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엄마 집에서 쉬었다. 전날부터 여의도에서 만날까, 샘 집 부근에서 만날까, 미팅 장소를 조율하다가 컨디션이 바닥인 내 상태를 보시고 샘이 언니 집 쪽으로 오시기로 했다.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었다. 오후 네 시도 안 됐는데. 샘을 보고는 눈물부터 쏟았고. 바깥공기를 마시니 비로소 정신이 맑아지고 기력도 생겼다. 공원 벤치에 앉아 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샘과는 이른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기운을 내라고 샘이 샤부샤부를 사주셨다. 언니는 부지런히 야채와 샐러드를 담아나르고, 팔팔 끓는 육수에 야채와 고기를 넣고, 익은 고기와 야채를 접시에 담아주었다. 뜨거운 육수도 자주 마셨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소고기나 붉은 고기는 스테이크나 직화 불로 굽지 않고 삶거나 데쳐서 먹으면 좋다고. 오리 고기도 괜찮다고. 병원에서 단백질이 부족해서 두 번이나 알부민을 맞은 적이 있었다. 그날 저녁도 샤부를 맛있게 먹었고, 컨디션이 올라서 샘과 공원을 1시간이나 걸었다.



샤부샤부, 오리고기, 연둣빛 물김치(위) 훈제 오리(가운데) 고소한 돌솥밥, 보리굴비, 도다리 쑥국(아래)



다음날 점심 때는 엄마 집에서 한살림에서 사 온 훈제 오리고기를 먹었다. 적당히 익혀 상추쌈에 올려먹었다. 두 끼를 연달아 고기를 먹은 덕분인지 아니면 간밤에 언니가 해 준 부드러운 등 마사지 덕분인지 기운도 나고 어깻죽지 통증도 전날보다 심하지 않았다. 몸도 조금 가벼워지고 컨디션도 좋아졌다. 그날은 창원에서 친구 M이 오는 날이었다. 샘과 일정을 맞춘 방문이었다. M은 샘 집에서 자고 다음날 오후에 내려가기로 했다. 서울에 오던 날에는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도 못 먹고 기차를 탔다고.


친구는 물리 치료사였다. 가까이 있으면 매일 마사지를 해 줄 텐데 그걸 못해주어서 안타까워했다. 저녁을 먹고 샘 집에 가자마자 마사지를 받았다. 원래는 여의도에서 저녁을 먹고 피곤하면 바로 집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샘이 꼭 사주고 싶어 하신 메뉴는 한국을 떠날 때 샘과 먹던 보리굴비였다. 그날은 M이 사주었다. 밥을 먹자 기운이 났다. 오랜만에 반가운 이들과 웃고 떠들어서 그런 지도 몰랐다. 여의도에서 샘 집까지는 걸어서 돌아왔다. 벚꽃 지고 철쭉이 지천인 윤중로 지나 여의샛강 지나 샘 집으로 오는 길은 30분 남짓 걸렸다. 봄밤의 산보는 평화로웠고 바람은 다사로웠다. 남쪽에서 온 친구는 서울의 밤이 춥다고 했지만.


전문가의 손길은 달랐다. 어깨와 등과 날갯죽지를 누르는 친구의 마사지는 아팠다. 악력이 얼마나 세던지. 최고 강도가 10이라면 내겐 강도 2로 한다는데도. 내 몸의 긴장감이 큰 편이라 그렇다고 했다. 등과 어깨를 꼼꼼하게 풀어주고 발끝에서 겨드랑이까지 림프 마사지도 해주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림프 부종이 심하지는 않다고. 친구의 말을 듣고서야 안심이 되었다. 발마사지도 해주었는데 친구의 풀옵션 마사지를 받은 후 나는 다시 살아난 기분이었다. 몸은 가뿐했고, 기운은 넘쳤으며, 눈은 반짝거렸다. 몸 어디에도 피로감을 찾을 수 없었다. 밤 열 시, 내가 늘 기진맥진하던 그 시간에. 친구의 말대로 그녀의 손은 약손이었다.


토요일 오후에 왔던 친구는 일요일 오후에 내려갔다. 오전에 샘 집에 들르자 다시 마사지를 받았다. 나는 친구의 마사지를 받으며, 샘과 친구와 허물없는 농담을 주고받다가 꼬박 졸 뻔도 했다. 친구의 손길은 부드러웠고, 침대 위의 매트는 따끈했다. 점심은 샘 집 앞에서 오리고기를 먹었다. 우리 언니가 극찬하던 우렁 순두부는 매울 것 같아 된장찌개를 시켰다. 오리고기도 된장찌개도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친구는 내가 매일 산책하는 공원으로 와서 나와 함께 걷다가 서울역으로 떠났다. 떠나기 전 친구는 나를 안고 울었다. 나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두고두고 명심하려 한다. 죽지 말라고. 우리랑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꼭,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여의도 윤중로길. 벚꽃은 지고 지금은 철쭉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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