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을 500개 누르는 마음

한밤의 전화

by 뮌헨의 마리


아이가 내 브런치 글에 라이킷을 누르기 시작한 건 몇 달 되지 않는다. 내 글은 총 567개. 이미 누른 것을 67개 정도라고 쳐도 어젯밤 아이는 500개의 글에 라이킷을 누른 셈이다.



서울 교대 교정.



연지를 만나러 교대로 갔다. 일부러 가는 건 어려워서 마사지를 가는 일정에 맞추었다. 마사지 숍이 교대 사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더 미루면 얼굴을 못 볼 것 같아 마사지 예약 시간보다 일찍 출발했다. 연지는 우리 아이가 한국에 살 때 제일 좋아하고 따르던 언니다. 지금은 중1이 되었다. 우리는 서울교대 근처에서 오래 살았고 그때 만난 사이였다. 톡을 하니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놀이터에서. 그때는 연지만 있었고 둘째는 엄마 뱃속에, 지금의 셋째는 예상도 못했다. 연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발랄함과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연예 기질을 뽐내는 여섯 살 여동생과 한때 깔끔하고 예민했던 초2 남동생 사이에서 연지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시간이 없어서 연지랑 아이들은 못 보고 왔다. 연지는 집에서 온라인 공부 중이었고, 두 동생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연지 엄마가 동네 엄마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교대 쪽으로 뛰어왔다. 내가 지하철역에서 걸어오기 힘들다고. 착한 사람.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 교대도 달라진 게 없었다. 코로나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해서 조용한 것만 빼면. 연지 엄마가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교대 안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알뜰하고 살뜰하게 살고 있는 연지 엄마. 요즘은 배달 알바도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고. 얼마나 대단하고 대견한가. 우리가 살던 오피스텔로 배달을 갈 때마다 우리 생각이 난다고 했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던 알밥 집도 그대로라고.


연지와 동생들이 우리 아이도 같이 오는 줄 알고 기대를 많이 했단다. 미안했다. 우리 아이도 무척 보고 싶어 하는데. 내년에는 알리시아와 같이 오겠다고 약속했다. 연지가 아이에게 주라고 선물을 챙겨주었다. 자기가 쓰려고 구입한 어린이용 마스크도 나눠주었다. 아이가 기뻐할 것 같았다. 연지 엄마와 교대 벤치에 앉아 있던 30분 남짓한 시간. 교대 안의 나무들은 푸르고 공기는 맑았다. 교대역에서 돌담길을 따라 연지네를 만나기 위해 걷던 길도 좋았다. 밝은 햇살과 초록빛 가로수들과 돌담 위의 꽃들. 연지네와 마음을 나누고 살던 시간들이 돌담길 위에, 교대 교정에, 벤치 위에 소복하게 쌓였다. 아이들이 다시 만날 날도 꼭 올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서울 교대 돌담길과 연지 엄마와 앉았던 벤치.



새벽 4시에 잠이 깼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폰을 확인하니 아이가 보낸 톡이 도착해 있었다. '엄마 모든 글에 ♡ 누렇다'. 한국 새벽 3시 24분. 독일 저녁 8시 24분. 아이가 내 브런치 글에 라이킷을 누르기 시작한 건 몇 달 되지 않는다. 내 글은 총 567개. 그동안 누른 것을 67개 정도라고 도 어젯밤 아이는 500개의 글에 라이킷을 누른 것이다. 톡을 하니 잘 자라고 인사한다. '그래, 우리 애기도 잘 자'. 아이는 내가 애기라고 부르면 쑥스러워하면서도 좋아한다. 내가 떠날 무렵에 햄스터 대신 라따뚜이를 닮은 쥐 세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벌써 많이 큰 것 같다고 하자 자기 눈에는 아직도 애기들이란다. 한 마리는 쓰다듬어 주는 걸 좋아하고, 또 한 마리는 질투하고, 다른 쥐는 도망간단다.


쥐 얘기는 전날 들었다. 자정이 가까워오는 늦은 밤이었다. 한국 새벽 6시 30분. 독일 밤 11시 30분. 아이가 톡을 했다. '엄마'. 딱 한 마디와 함께 토끼가 주저앉아 눈물을 흩뿌리고 있었다. 엄마가 그리울 때마다 쓰는 이모티콘이었다. 영상 통화를 하자 눈과 코가 빨갰다. 아이에게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엄마도 자주 운다고. 울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앞으로도 많이 울라고. 아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쥐 이야기를 할 시간.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쥐 애기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말해주었다. 엄마는 그래도 우리 애기가 더 귀엽다고 하자 아니란다. 자기 쥐 애기들이 더 귀엽다나. 독일은 밤 12시.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 채로 잘 자라는 밤 인사를 했다. 구테 나흐트 Gute Nacht..



서울 교대 돌담길 위의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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