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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Sep 08. 2021

열세 번째, 열네 번째 그리고 열다섯 번째 항암

의사 샘들이 권해준 보충제들


삶이 계속되는 한 항암도 계속된다. 반대도 그렇다. 독일의 구월은 따뜻하다. 비가 오고 추웠던 봄과 여름을 보상해 주기라도 하듯이.


그림자 중 젤 예쁜 건 햇살 그림자. 심지어 그늘도 없음! (암센터 뒤뜰과 자연치유센터 사이의 숲.)



열다섯 번째 항암을 마쳤다. 이틀 연달아 피검사를 했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고 항암도 그렇다.  시간에 글도 쓰고 책도 읽으니 지루하지는 않지만 어제는 특히 오래 걸렸다. 아침 8시 피검사. 12시 30분 항암 시작. 오후 4시 귀가. 그래도 마친 게 어딘가. 남편이 힐더가드 어머니와 형네와 가족 휴가를 떠나 전날 호중구 주사는 아이에게 맞았다. 내가 해볼까, 시도를 안 해 본 건 아니다. 그런데 주사 바늘이 아랫배달라붙어 들어가야 말이지. 무서워서 더 깊이 못 찔렀다. 아이도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엄마가 하는  보더니 결연히 나서주었다. 엄마보다는 자기가 나을 거 같다며. 신기했다. 남편이 주사를 놓으면 무섭고 아픈데 아이가 놔주니 덜 아팠다. 계속 아이한테 부탁해 볼까. 아이 생각은 모르겠지만.


열세 번째는 무사히 마쳤고, 열네 번째는 한 주를 쉬었다. 어쩌랴, 몸 안의 백혈구들이 힘들다는데. 들리지는 않지만 살살 다독여가며 갈 수밖에. 그래서 9월부터 항암을 시작하신다는 어느 구독자 분께 항암 장갑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겠다는 약속은 미뤄졌다. 이해해 주시겠지. 살면서 우리 뜻대로 되는 게 있나. 만약 있다면 자신의 운과 복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지. 지금 나처럼. 항암의 끝을 향해 한 주 한 주 무탈하게 나아가고 있으니. 4주 간격으로 뼈주사도 잘 맞고 있다. 가슴뼈 전이로 인한 통증은 첫 뼈주사로 사라지고 다시 찾아오지 않았. 병원에서는 2주 간격으로 코로나 검사도 한다. 입과 코 검사괴롭지만 견딜만은 하.


Dr. 마리오글루 샘의 권고로 이명에 좋다는 은행 추출물 징코도 캡슐로  고 있다. 매주 어떠냐고 물으시는데 별 차도가 없다고 하자 복용량을 늘려보라 하셨다. 처음엔 한 알씩 먹다가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두 알씩 먹고 있다. 이렇게 해서 마리오글루 샘의 처방은 비타민 D와 셀레늄*과 징코** 가지가 되었다. 내가 선택한 비타민 C와 강황***과 열치료와의 한 판 승부라 할까? 그건 아니고, 둘 다 항암 부작용을 줄이고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비문증이 온 지도 3주가 지났는데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흑점들이 비 오듯 쏟아지지 않은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가끔 먼지 같은 점들이 보이기는 하는데 지켜보는 중. 눈에 넣는 물약이나 안약 같은 처방은 없었다.



꽃과 그늘. 인생의 빛과 그늘. 빛이 있어야 그늘도 있다.



자연치유센터의 Dr. 뵐펠 선생님과도 잘해나가고 있다. 비타민 C 고용량 주사는 여비서인 Frau 레온하르트가 흰 가운을 입고 놔준다. 주사를 어찌나 잘 놓는지 행복할 정도다.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서 받으니 더 좋다. 주 2회 중 한 번은 열치료 때 와서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 항암이 끝나도 비타민 C와 열치료는 주 1회라도 계속할 생각이다. 항암을  할지 말지는 항암 후의 검사 결과에 달렸다. 가능성은 반반.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적극적으로 해야지. 주사로 맞던 강황은 캡슐로 복용하니 간편하고 저렴하다. 초반에 고용량으로 가다가 나중에 용량을 줄여보자는 의사샘의 권고로 매일 아침/점심/저녁 1000mg씩 복용 중.


림프 마사지도 고민을 하다가 계속 같은 곳에서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람이나 장소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새로 찾아야지, 처방전으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해야지, 어디나 예약이 꽉 차서 첫 날짜를 잡기도 어렵다. 가장 어려운 일은 잘하는 사람 찾기. 나와 맞는 사람 찾기. 지금 마사지사와 어려운 점은 예약 변경이 어렵다는 . 혼자 운영하기 때문에. 항암 때문이라 해도 극도로 싫어하심. 또 한 가지는 휴가를 자주 간다. 1주든 열흘이든. 안 그래도 잡기 힘든 예약이 더 어려워진다. 2주에 한 번으로 밀리면 나도 힘들다. 최소 1주에 한 번은 받아야 하는데. 좋은 점도 있다. 몇 가지 팁을 얻었다. 수영이 좋다는 것. 물속에서 걸으란다. 뜨거운 물이나 온천은 피하고. 항암 중에는 포터 오염 방지를 위해 수영장, 호수, 강, 바다, 계곡 등에서의 수영도 금물. 샤워는 괜찮다. 결론은 좋은 사람 만나기는 어디나 어렵다.


나와 비슷한 암환자면서 나처럼 부작용도 없다는 독일 여성분도 만났다. 지난번에도 소개했듯이 그녀의 이름은 이어리스. 나이는 나보다 훨씬 많다. 내가 지어준 그녀의 별명은 항암 ! 나는 자궁 육종암. 그녀는 자궁 골육암이다. 동병상련인지 첫 만남부터 말이 잘 통했다. 제는 병원 근처 그녀가 추천하는 프렌치 카페에서 차도 마셨다. 나란히 피검사를 하다가 여의사인 Dr. 악커만 샘이 오시자 나랑 우리 동네 나무 카페에 가기로 했다는 말도 전했다. 악커만 샘도 벌써 우리 동네 핫한 카페로 부상한 그곳에 가보셨다고. 샘이 나에게 물었다. 어제는 저 분과 프렌치 카페에 가셨다고요? 뭘 드셨나요? 저는 그 집의 빵 드 쇼콜라를 좋아하는데요. 우리는 크루아상을 먹었는데 다음에는 꼭 저걸 먹어봐야지!



암센터 환자 휴게실 발코니에서 바라본 하늘. 항암 때 끼는 부종 방지 장갑과 가을을 알리는 노란 낙엽.



*비타민 D(1일 1 캡슐/2000)와 셀레늄(1일 1 캡슐/150~300mg)과 징코(1일 2 캡슐/120mg)


**징코는 120mg을 매일 2회 아침/저녁으로 복용 중. 의사샘의 권고로 한 알씩 먹다가 지금은 두 알씩 복용 중.


***강황은 의사샘의 권고로 주 3회에서 매3회로 늘였다. 매회 1,000mg을 복용 중.


비타민 D는 권고량 2배인 4000을, 셀레늄은 200을 구매했다(왼쪽). 징코는 120mg 구매(가운데). 강황은 추천 제품이 없어 1000mg과 500mg을 구매했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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