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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Feb 26. 2022

방사선 치료의 모든 것

1차 방사선 치료


방사선 치료가 끝났다. 이것으로 끝일지 계속할지는 아직 모른다. 검사 결과에 따라 8주 후에 결정된다. 그때까지는 자유! 1월에 시작한 치료가 끝나자 춘삼월이 문 앞에 당도해 있었다.


병원으로 가는 입구.



7주 동안 목의 림프 결절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애초에는 6주 예정이었으나 한 주가 연장되었다. 불평할 마음은 없었다. 그래요? 그러죠 . 나는 급하지 . 급하면 지는 거니까. 이것은 도박이나 투자에만 한정되 말이 아니다. 인생도 한 판 승부니까. 계획대로 예정대로 내 맘대로 흘러가 주지 않는 것이 인생이니까. 예전 같았으면  인생의 묘미네 어쩌네  같잖은 소리를 했을지도 모른. 아파보니 알겠다. 평온한 삶에서나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나 건강, 재산갑자기 잃는 경우가 많다. 묘니 미니 그런 단어가 끼어들 곳이 못 된. 부처와 예수의 말씀이 전광석화처럼 뇌리에 새겨지  순간이. 삶은 고다, 그리고 십자가. 인정, 리스팩!


방사선 치료는 선과 빛의 치료라 부를 수 있다. 방사선 치료는 몸에 선을 긋는 일로 시작하니까. 내 경우엔 왼쪽 어깨와 왼쪽 가슴 양옆, 그리고 왼쪽 옆구리와 왼쪽 가슴 아래쪽에 가로선과 세로선을 그었다. 가로선은 5cm, 세로선은 10cm 정도. 그 위에는 투명 테이프를 붙였다. 선을 긋는 횟수는 1주일에 한 번. 샤워는 선이 지워지지 않도록 물로만 한다. 바디 샴푸는  no. 치료 시작 전 의사와 상담도 했다. 남편과 함께 치료 과정과 부작용에 대한 주의 사항을 들었다. 같은  방사선실에 몸에 선을 긋고, 얼굴 사진도 찍었다. 의사와 면담 시간에는 남편이 있어서인 의사의 설명이 귀에 안 들어왔다 초집중해서 독일어를 듣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모국어가 있다는 것은 영혼의 쉼터가 있다는 말과 같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병원 방문. 방사선 대기실 천정 모서리에 있는 cctv가 얼굴을 인지. 의자 대기. 방송으로 이름이 호출되면 지하 방사선실로 내려간다.


방사선실 입구에는 두 개의 작은 탈의실이 있다. 길고 좁은 직사각형 공간의 왼쪽 벽에는 상체가 보이는 전면 거울. 오른쪽 벽에는 옷걸이. 가방을 놓을 수 있는 작은 접이 의자 하나. 들어온 쪽 문을 잠그고 상의를 탈의. 개인 수건을 들고 대기한다. 간호사가 반대쪽 문을 열고 호출할 때까지.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인내심 필수. 조바심은 금물. 그래 봐야 탈의실-치료-다시 탈의실로 돌아오는데 1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방사선실 입장. 기계 앞에는 작은 베개가 있는 침상. 간호사 둘 중 한 명이 무릎 아래 받침대를 받쳐준다. 다른 한 명은 방사선 각도를 몸 선에 맞추는 작업 진행. 상체 아래펼친 개인 수건을 이리저리 밀고 당기며 몸 선을 똑바로 맞추고 나면 다음은 빛이 나올 차례. 눈을 감고 기계음이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다. 느낌 없음. 5분  종료. 믿기 어렵겠지만  짧은 시간에 깜빡  때 다. 



병원 뒤편 헬리곱터 착륙장 부근 연못.



항암과 마찬가지로 방사선 치료는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걱정이 많았는데 큰 부작용은 없었다. (남편이 의사의 말을 상세히 전해주지 않아서 부작용에 대해 지하지 못한  치료를 시작. 남편은 내가 같이 들었으니 다 이해한 줄 알았겠지. 난 방심한 상태로 들어 의사의 말이 거의 안 들렸는.) 중요한 건 3주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4주 차가 되자 목이 칼칼했다. 초기 감기 증상처럼. 다음엔 물을 마시거나 음식물을 삼킬 때 오는 목 불편감. 편도가 부었을 때처럼. 암센터 담당 마리오글루 샘께 증상을 말했더니 방약을 두 개나 챙겨주셨다. 온화하고 다정하신 의사  처방약을 받자마자 목이 절반은 나은 기분이었다. 하나는 가글용. 하나는 혀에 떨어뜨리는 목 염증 예방 시럽이었다. 그 약들은 항암 때도 처방받은 적이 다.


남편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내가 물조차 삼키지 못하겠다 하니 약국에 문의해서 알약을 두 종류나 사 왔다. 입 안에 넣고 오래 녹여야 했는데 맛은 추천할 만하지 않았지만 효과는 만점! 아침저녁으로 한 알씩 녹여먹자 금방 목 삼킴이 좋아졌다. (이럴 때 일 약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한 번은 방사선 치료 때 대기실에 있는데 목이 건조해지면서 마른기침이 나오려 했다. 잽싸게 외투 주머니에 넣어둔 비상용 목 알약을 입에 고 방사선실로 내려갔다.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치료 중에는 절대로 몸을 움직이면 안 되기에. 부작용은 그뿐만아니었다. 5주 차가 되자 왼쪽 목과 어깨 쪽 피부에 착색 시작. 햇볕에 탄 것처럼. 피부가 검붉어지고 당김도 있었는데 통증은 없었다. 저녁마다 집에 있는 보디로션을 아무 거나 발라주니 당김 증세가 나아졌다. 부작용은 그 정도. 그 이후로 지금까지 목 삼킴은 괜찮다.


한 가지 중요한 건 치료 1주일 후에 방사선과 담당 샘이 치과 방문을 하라고 했다. 치과에하라고? 일단 스케일링부터. 치아 위아래 얇고 부드러운 플라스틱 투명 틀도 주문 제작했다. (교정용 비슷함. 이건 비쌌다! 700유로 정도. 건강보험 적용 가능. 여기에 치약 같은 젤을 바르고 아침저녁으로 끼고 있어야 한다. 단 5분을 넘기면 안 된다고.) 이게  필요하지? 방사선이 어깨와 목 사이라 치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남편에게 물으니 방사선 때문에 침 분비가 줄어들어서 그것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단다. 나는 매일 저녁에 하고 있다. 방사치료 후에도 2주 정도 계속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방사선 치료와 관련한 경험의 전부다. 치료 시 통증이나 치료 후 피로감 같은 건 없었다. 6주 차에 CT. 림프 결절이 생각보다 안 작아져서 이번 주에 한 주를 더 치료. 남은 건 암센터에서 CT 검사.  달 후 방사선과를 재방문. 방사선을 더 할지는 그때 결정한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산책길의 집들.



방사선 치료를 하며 가장 좋았던 건 걷기. 병원을 오가며 한 산책이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치료가 끝나면 집까지 걸어오는 으로 시작했다. 병원에 다닌 지 1년이 지났지만 그전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시도였다. 병원까지는 지하철 U반으로 1코스. 다음엔 트람으로 갈아타고 10분. 트람 역에서 병원까지는 걸어서 10분. 대중교통으로는 30분, 걸으면 1시간 거리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뮌헨 남쪽의 종합병원 클리니쿰 할라힝 Klinikum Harlaching. 현재 병원 바로  운동장 만한 터에 병원을 축 중이다. 내가 다니는 암센터와 방사선과는 본관, 자연요법센터 KFN(Krankenhaus für Naturheilweisen)은 별관.


산책의 즐거움은 다양한 날씨다. 걸으면서 사계절을 경험한다. 봄날처럼 포근했다가 눈비도 내린다. 독일은 자연재해가 거의 없는 나라다. 우리나라처럼 여름 장마도 태풍도 없다. 지진도 산불도 없고. 내륙 지방이라 높은 산도 바다도 없다. (오, 숲은 많다!) 그래서인지 독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따뜻한 남유럽의 바다다. 독일 북쪽에도 바다가 있긴 한데 연중 날씨가 별로고, 여름에도 바람 불고 춥다. (나도 직접 가봐서 안다.) 독일 남쪽엔 알프스가 다. 남부 사람들이 겨울 스포츠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건 이런 환경 덕분이다. 가끔 수해가  때는 있다. 남부는 알프스의 눈이 녹는 봄에 도나우 강 등이 범람할 때가 그렇다. 특이한 건 2월에 눈폭풍이 온다는 것. 강풍에 눈보라. 며칠 동안. 재작년에올해도 불었다. 작년은 수술 후라 기억이 다. 눈폭풍 속을 걷는 일은 전혀 나쁘지 않다. 문학의 폭풍가로지르기분. 


지금까지의 항암은 여섯 챕터 정도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것이 끝이란 뜻은 아니다. 그럴 리가 있나. 항암이라는 소설이 완성되려면 최소 열두 챕터되어야지. 2020년 연말 독일에서 수술과 2021년 봄 한국에서 재수술이 두 챕터. 2021년 5월부터 가을까지 독일에서 항암을, 12월의 재활 겸 휴양이 다시 두 챕터.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방사선 치료가 한 챕터라현재까지 총 다섯 챕터가 끝났다. 여섯째 챕터는 두 가지로 생각 중. 5월까지 한 달에 한번 맞는 가슴뼈 전이 뼈주사와 림프 결절로 인한 방사선 치료 추가 여부가 남았다. 어쨌거나 투병절반은 이렇게 채워졌다. 남은 여섯 챕터는 조금 다르게 볼까 한다.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운동. 두 번째는 문학책 읽고 글쓰기. 생각 중인 가지가 더 있는데 나중에 밝힐 생각이다. 말이 앞서면 안 되는 나이가 되었기에 조금은 진중 모드로 가려한다. 양해를 구한다. 커밍순..!!!



병원 동네 산책길의 매화(라 치자! 꽃이름을 몰라서..) 그리고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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