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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Nov 07. 2021

뮌헨의 운동 동아리

새 림프 치료사를 만난 이야기도


시월은 눈부셨다. 해는 얼마나 자주 나왔던가. 신의 축복 같았다. 그리고 11월이 왔다. 비와 함께. 노란 물결이 발길에 차여 수북이 가슴까지 쌓이는 계절이.


산책길의 단풍과 길에서 만난 빨간 단풍잎.



항암 때 만난 이어리스를 따라 운동 모임에 번 갔다. 지역 주민을 위한 오전 운동 프로그램이었다. 요일 오전과 목요일 오전에 한 번씩.  이상 여성들이 많이 오는 운동 그룹 Frauengymnastik에는 칠십 대 이상도 많았다. 오십 넘은 내가 젊은 편이니 말 다했다. 연회비 144유로를 내고 등록하면 지역 운동 센터나 학교 체육관 등에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오전에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중년 여성으로, 오래된 회원들이 대다수인 듯. 혼자서 불쑥 찾아가기는 서 두 번 다 이어리스와 함께 갔다. 이어리스 역시 10년 이상 다닌 멤버였다. 저녁 프로그램도 많았다. 그 시간대는 주로 직장 여성들이나 남성 회원들이 많이  듯.


첫 번째로 간 요일 강사는 독일 중년 여성이었다. 개인 매트 지참은 필수. 매트 위에다양한 동작을 따라 했다. 시간은 1시간. 쉬지 않고 했더니 땀도 송송. 숙련된 강사와 하는 게 이래서 좋구나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 하면 좋은 줄은 알지만 혼자서는 하기 싫은 동작들 잖나. 그런 동작들만 골라서 몇 세트씩 반복했다. 평소는 어떤지 몰라도 그날은 사람이 많았다. 강사를 중심으로 둥근 원을 그리며 매트를 는데 무려 원이 두 개. 20~30명 정도? 한 번 가고 그 후로는 못 갔다. 다시 가볼까 하니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었다고. 누군가 이 코로나 시국에 참가 인원이 너무 많다고 불평을 했다나 뭐라나. 강사님이  나신 건 수순. 꼭 있다, 저런 사람. 싫으면 자기만 빠지될 걸, 남까지 못하게 만드사람. 온라인 수업 같은 거 등록조차 못 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노르딕 워킹 때 만난 뮌헨의 단풍.이어리스와 나의 노르딕 워킹.



두 번째로 간 화요일 수업은 젊은 여성 강사였다. 회원증과 폰에 있는 백신 인증까지 보여주고 수업에 참가. 강사는 동유럽의 체조 선수 출신 같은 분위기였다. 몸매가 아담하고 동작들이 경쾌하고 깃털처럼 가벼워 보기만 해도 좋았다. 목요일 수업과 다른 점은 음악을 들으며 한다는 것. 같은 동작을 해도 리드미컬하고 역동적이라 즐거웠다. 음악도 한 가지가 아니라 클래식부터 팝까지 다양한 장르가 섞여있었다. 외국인이 놋그릇에 든 전주비빔밥을 받아 들고 조심조심 비벼 입에 넣었을 때 느낄 법한 기분이라면 말이 되려나? 어울릴까 싶은위화감 전혀 없이 너무나 조화로운. 중간 휴식도 있었다. 고작 1시간 운동에? 불만이 있을 리가 있나. 너무나 열심히들 따라 했기에 오히려 휴식필요한 타임. 나 역시도.


11월부터는 매주 월요일 아침에 있다 노르딕 워킹에도 갔다. 강사 포함 열 명 남짓이라고 했다. 뮌헨의 남쪽 동물원과 그륀발트 사이 숲 속. 모르긴 몰라도, 독일 사람들 만큼 숲 좋아하고 산책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싶다. 출발 장소는 숲 입구. 우리 집에서 U1을 타고 10분 정도. 다시 걸어서 10분 정도. 이어리스와 중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엇갈리는 바람에 10분 늦게 도착. 바람처럼 출발해버린 그룹과의 만남은 포기하고 둘이서 1시간 반짜리 노르딕 워킹 미션을 완수했다.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어 보이는 숲길을 이어리스를 따라 부지런히 걷고 또 걸었다. 육십 대 후반으로 짐작되는 이어리스를 한 번도 앞서지는 못했다. 어쩌면 그리 빠르신지! 11월 초의 햇살은 밝, 가을 하늘은 청명했다. 노란 단풍에 걸려 몸도 마음도 여러 번 넘어질 뻔. 노르딕 워킹 전문 스틱도 샀고, 비 오는 날엔 실내 운동으로 대신하기.




전신 열치료용 침대. 왼쪽 사진에 누우면 오른쪽 사진 텐트 모형 밖에서 지퍼를 올려 막는다. 가슴 쪽에 수건을 내려 얼굴로 뜨거운 열기를 막고, 얼굴 위로는 창문을 열어둠.



항암 후에도 자연치료센터에서 비타민 C 요법(주 2회), 열치료(주 1회), 림프 마사지(주 1회) 계속 받고 있다. 미슬토(주 3회)는 집에서 직접 주사로 앰플을 맞는다. 요즘은 자연요법센터 의사 샘의 권유로 전신 열치료를 받는다. 추천 횟수는 주 1회로 총 3회. 떨어진 면역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최고 온도는 38도. 독일 환자들 중는 호불호가 큰 모양이지만, 내게는 적당히 뜨거워서 좋았다. (어릴 때 시골에서 절절 끓는 온돌방 구들에서 자란 세대 아닌가. 자고 나면 할머니표 빨간 호랑이 담요가 검게 탈 정도였다!) 전신 열치료에 걸리는 시간은 총 3시간. 침대 위에 설치한 직사각형 텐트 안에 들어가서 2시간, 텐트를 해체하고 뜨거운 열기가 남은 텐트 포일을 몸에 덮고 1시간. 지금까지는 전신 열치료가 아닌 국소 치료받았다. 원반 모양의 열기구를 전이된 가슴뼈 위에만 집중적으로 비추는 방법으로 치료 시간은 1시간. 전신 열치료가 끝나면 침대에 누운 채로 병실로 옮겨준다. 점심도 주고 원하는 만큼 쉬었다 갈 수 있다. 나는 오후 2시까지 쉬었다. (가격은 국소 116유로/전신 280유로. 뮌헨의 개인 병원은 여기보다 2배 비쌌다. 건강보험 적용 안 됨.) 


말이 나온 김에, 림프 마사지에 대해서도 한 마디. 가을부터 림프 마사지 치료 센터를 바꿨다. 왜냐하면 내 마사지를 담당하던 치료사 분이 여름에 휴가를 세 번 갔는데, 돌아오면 예약 잡기가 힘들었기 때문. 혼자서 물리 치료실을 운영했으니 휴가 갈 때는 문 닫고 가는 수밖에. 그뿐만이 아니다. 항암 때문에 예약 변경이라도 할라치면 어찌나 히스테리가 심하신지.  번은 남편에게 부탁해서 변경을 알렸다. (한 번은 5유로 벌금도 냈다!) 실력으로 보면 최고인데, 그야말로 신의 손인데, 마음이 담겨 있지  어쩌나. 다시는 그런 치료사를 못 만난다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각오로 그녀를 떠났다. 사람이 살다 보면 예약을 바꿀 수도 있지! 그래서 바꿨다. 그런 일로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되는 치료사가 많은 큰 센터로.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노르딕 워킹 다음날의 산책.



첫 치료사는 20대 남자 치료사. 센터장 아들이라고. 치료 경험 1년. 여자 치료사를 부탁했지만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아무나로 바꿨다. 신기하게도 이 젊은 치료사가 내 다리에 손을 대는 순간 모든 기대가 저절로 접어졌다. 아니구나 싶었다. 그의 손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한 마디로 영혼이 없는 손. 어린아이가 피아노 실력은 없이 손동작과 제스처만 흉내 내는 느낌. 두 번째 치료사는 경력 29년의 중년 남성 치료사였다. 그와는 4회가 약되어 있었다. 첫날은 괜찮았다. 경력도 있고 성의도 있어 보였다. 내가 묻는 말에 팁도 주었다. 다리 부종에 좋은 세 가지는 림프 마사지, 압박 스타킹,  그리고 운동 같은. 특별할 건 없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둘째 날부터 성의가 없었다. 창 밖과 벽만 보고 치료하심. 29년의 경력자 치고는 의아했다. 첫날엔 이런 경력자를 만나 운이 좋구나 했는데, 2회 때부터 실망. 회수가 거듭되어도 29년의 내공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히히히, 하는 웃음소리가 거슬다. 경박하다고 할까. 29년이면 뭐하나. 현재 어떤 태도로 일하냐가 중요하지.


그래서 바꿨다, 여자 치료사로. 실력 있고 마음씨까지 좋은 치료사를 만날 기대는 완전히 접고, 일단 마음이라도 편하자! 남자 치료사에게 복부 수술 자국까지 보여 주기는 어려우니까. 대기실에는 금발의 중년 여성이 컴퓨터를 보고 있었다. 저 사람은 아니었으면 했는데 맞았다.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몇 명의 치료사들을 만나며 첫인상을 믿지 않게 되었다. 첫날은 누구나 잘한다. 신경도 쓴다. 두 번이나 세 번쯤 되어야 그 사람을 안다. 그녀는 내 이름이 좋다고 했다. 쉬워서. 고객 이름 외우는 게 젬병이라며. 나이는 내 또래쯤. 오십을 넘긴. 애는 넷. 독일 사람인지 동유럽 사람인지 가늠이 안 갔다. 내 기록을 안 보고 왔다는데도 그 솔직함에 마음이 편해졌다. 수술 자국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다. 수술 흉터를 보더니 놀라며 꼼꼼하게 만져주었다. 이렇게 오래 내버려 두면 안 된다며. 부종이 있던 왼쪽 다리는 다음날 훨씬 좋아졌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궁 수술 후 해야 하는 운동법도 알려주었다. 펭귄 걷기, 누워서 상체 들기, 발바닥 지압하기. 놀라웠다. 독일에서는 묻지도 않는데 알려주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 의사나 간호사조차도. 어쩌면 실망하는 날이 온다 해도 그녀를 만난 기쁨은 기쁨대로 남을 것 . 해질 무렵 길에서 만난 11월의 장미처럼 말이다.



길가에 핀 11월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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