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마지막 전날에는 아이와 양궁 수업을 다녀왔다. 가라테 수업에는 잘 안착했고, 저녁마다 가라테 동작을 선보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양궁은? 실전에 앞서 의지부터 활활 불태우는 중!
뮌헨의 양궁장(위). 첫 양궁 수업의 위엄(아래).
뮌헨의 스포츠 수업에는 두 번의 참관 수업이 가능하다. (보통은 무료 거나 소액의 참가비를 받는다.) 가라테 수업이 그랬다. 아이는 두 번의 참관 수업을갔다가 정식으로 등록했다. 친구 한나와 함께. 원래는 회원이 꽉 차서 등록이 어려울 거라고 코치가 말했다. 코로나 이후 작년 10월에 어린이반 회원 모집을 했는데 신청자가 물밀듯이 밀려왔다나. 그렇다고 작은 체육관이 꽉 차도록 오다니. 가라테가 독일에서 이렇게 인기 많은 스포츠였나. 태권도의 인기도 만만찮은데. 가라테에 대해 뭘 알고 고른 건 아니고 아이가 태권도를 안 하겠다고 해서 비슷한 종류로 고른 것일 뿐. 만일의 경우엔 가을학기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그건 곤란하지. 아이들의 열정은 금방 식는다. 마음이 변하기 전에 등록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수업에 가면서 곰곰 생각했다. 설마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중도에 탈락하는 애들이 없을까. 아프거나 이사를 가거나 열정이 식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두 명만 더 끼워달라고 코치분께 간곡하게 부탁해 볼 참이었다. 우리가 누군가. 불멸의 한국인. 우리에게 불가능이 어딨나.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열정이 있는 곳에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거라 믿었다. 내가 이곳에 아이를 보내고 싶은 이유는 가라테 동호회가 가장 활성화된 곳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70세의 노 코치가 계셨다. 독일분인데 오랜 세월 가라테 수련을 하셔서인지 동양의 무예인 같은 포스를 풍겼다. (아, 여기를 어떻게찾았냐고? 우리에겐 구글이..)
첫날 체육관을 못 찾고 두리번거리다가 이분을 만났다. 홈피에서 뵌 분이라 금방 알아 뵙고 예의 바르게 인사를 드렸다. 고수답게 눈이 예리하셨던 것 같다. 우리가 참관 수업을 온 초보라는 걸 한눈에 꿰뚫어 보셨으니까. (아님 아시아 회원이 우리가 처음?) 발길을 멈추시더니 오늘 가라테 처음 온 거냐 물으시고는 어린이 수련장까지 직접 안내해 주셨다. 담당 코치에게 인수인계 후 옆 건물의 큰 체육관으로 이동하심. 오우! 아이들은 가라테 수련복을입으신 할아버지 코치를 만난 후 한층 고무되는 분위기였다. 두 번째 수업 때 등록 여부를 문의하니 코치 왈, 노 코치께서 그 두 아이를 받아줘라 하셨다나! 이런 게 일상의 기적이고 귀인의 출현이 아니고 뭔가. 언젠가 아이들이 청소년 반에서 노 코치께 배울 날을 기대함. 그때까지 진득하게 잘 버텨주어야 할 텐데.(참고로, 중장년을 위한 +50 클래스도 있다. 50대부터 70대까지. 이자상한 어른께서 직접 지도하신다고.)
모든 스포츠의 꽃은 운동복!
이번 주엔 아이를 데리고 뮌헨의 양궁장에도 다녀왔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뮌헨에 양궁 동호회가 몇 군데가 있었다. 일단 토요일에 연습하는 곳은 제외. 토요일은 한글학교가 있으니까. 금요일 오후가 좋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딱 조건이 맞는 곳을 찾았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양궁장도 뮌헨의 남쪽. 지하철 우반과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청소년 수련이라 우리 아이는 어린 나이에 속했다. 두 번의 참관 수업을 하고 등록할 수 있다고. 참관 때마다 활과 화살 대여 비용으로 6유로를 낸다. 장소는 야외. 뮌헨 외곽 숲 속에 만들어진 양궁장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간 첫날은 햇살이 좋았다.봄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춥지는 않았다. 봄볕에 타는 게 문제가 아니다. 비타민 D를 받는 날이라 생각하고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와 빛나는 햇살을 즐겼다. 텀블러에 담아 간 숭늉처럼 연하고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기분을 업시켜주었다. 그날은 한나도 함께 갔다. 우리 집에 들렀던 한나가 같이 가고 싶어 해서. 미리 등록을 한 건 아니지만 사정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같이 수업에 참가하도록 했다. 참관 수업이 끝나자 둘 다 양궁에 흥미를 느낀 듯했다. 아이의 고민도 시작되었다. 1주일에 두 번이나 한나와 같이 운동을 다니면 절친 율리안나가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다고. 어쩌랴, 인력으로 안 되는 일도 있는 것을. 이럴 때 쓸 만한 한국의 명언.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자! 아이들의 세계라고 해서 어른들의 감정과 다를 리 없다.
등록을 담당하던 중년의 여자분이 물었다. 어떻게 양궁을 알게 됐고, 양궁을 시작하고자 한 계기는 뭔가요? 오호라, 양궁 클럽의 담당자라면 한국의 위상 정도는 알고 계시겠지. 저희 아이는 한국 사람이에요. 작년 여름 하계 올림픽 때 양궁 경기를 보다가 아이가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저 역시 적극 권했고요. 아시다시피, 한국이 양궁을 좀 잘하잖아요. 여자분이 만면에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더 놀라운 건 다음 대목. 코치분께서 활과 화살을 꺼내왔을 때였다. 아이가 받은 활 전면에 대문짝만 하게 적힌 회사명이 바로 <SAMICK>이라는한국의 익숙한 악기 회사였다. 아이에게 그 사실을 귀띔해주자 더욱 신나심. 국격이란 바로 이런 것!어른들을 위한 코스는 없냐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주말 코스. (토요일 오후 1시-5시.1일참가비/50유로.)
청소년들의 양궁 수련 모습과 코치의 시범. 아이의 어깨에 맨 활에 선명한 한국 회사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