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뮌헨의 마리 May 31. 2022

<어린 왕자> 가고 <연금술사> 온다

오월 가고 유월 오듯


어린 왕자도 떠났다. 오월도 간다. 생텍쥐페리가 말한다.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Ich werde dich nicht verlassen. 나도 그럴게 Ich auch, 나의 어린 왕자여.


라일락이 질 때(2022.5.25).



오월의 넷째 주에 뮌헨에는 비가 내렸다. 며칠 동안 30도를 넘나들기온도 20도 전후로 내려왔다. 비는 폭우였다가 가랑비가 되었다가 늦은 오후에는 해가 나왔다. 로젠 가르텐으로 산책을 다. 라일락은 겠지. 작약겠지. 꽃 진 나무들의 연초록 그늘도 짙어가겠지 생각하며. 그날은 <라일락이 지고>를 들으며 다. 로젠 가르텐의 라일락들은 얼마나 성급하던지. 오월이 가기전에 떠날 채비를 마치. 꽃들에게도 돌아가야 할 별이 있는 지. 서운함과 아쉬움 사이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돌아왔다. 작약 꽃송이와 줄기에 맺힌 눈물방울이 그날따라 선명했다. 돌아올 때는 <꿈에>를 들었다. 지난날들이 다 꿈만 같아서. 어린 왕자와 함께 한 추억이 꽃비 되어 내리던 뮌헨의 로젠 가르텐. 오월 어느 날, 라일락 지고 작약 피고.



작약이 필 때(2022.5.25).


 

월에 시작한 독일어 읽기 첫 번째 책 <어린 왕자>와 함께 한 두 달이 지났다. <어린 왕자>를 떠나보내기 좋은 날이란 언제일까. 맑은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눈 내리는 날, 바람 부는 날, 추운 날, 더운 날, 따뜻한 날, 쓸쓸한 ? 어떤 날도 그를 보내기 좋은 날은 없다. 그렇게 월이 간다. 어린 왕자는 사막 한가운데 폐허가 된 돌담 위에서 노란색 뱀과 떠남을 얘기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독이 그의 고통을 줄여주었기를. 을 가지고 기엔 너무 무겁다 했으니 지금쯤 그도 공기처럼 가벼워졌으려나. 장미도 다시 만났을까. 장미는 울었을까. 어린 왕자를 만나기도 전에 심장이 타버렸거나 말라버린 건 아니겠지. 절대로 그러지 않았기를. 오월마지막 오늘 밤에도 총총 별은 뜨겠지. 밤하늘에 별들의 영롱한 방울소리 들리면 어린 왕자의 안부라는 것을 기억해 주시길. 어린 왕자여 안녕히. 연금술사와의 재회의 기쁨은 유월부터. 오늘까지는 를 마음에 담는 게 예의겠다. 지상의 이별 중 쉬운 은 없다.



뮌헨의 로젠 가르텐(2022.5.25). <어린 왕자>와 그가 떠난 빈 자리. 그리고 <연금술사>.


작가의 이전글 나의 독일어 선생님 홀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