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도 떠났다. 오월도 간다. 생텍쥐페리가 말한다.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Ich werde dich nicht verlassen. 나도 그럴게 Ich auch, 나의 어린 왕자여.
라일락이 질 때(2022.5.25).
오월의 넷째 주에 뮌헨에는 비가 내렸다. 며칠 동안 30도를 넘나들던 기온도 20도 전후로 내려왔다. 비는 폭우였다가 가랑비가 되었다가 늦은 오후에는해가나왔다. 로젠 가르텐으로산책을갔다. 라일락은 지겠지. 작약은 피겠지. 꽃 진 나무들의 연초록잎그늘도짙어가겠지 생각하며.그날은<라일락이 지고>를 들으며갔다.로젠 가르텐의 라일락들은 얼마나성급하던지. 오월이 가기도 전에떠날 채비를 마치다니. 꽃들에게도 돌아가야 할별이있는건지.서운함과아쉬움사이에서한참을서성이다 돌아왔다. 작약꽃송이와꽃줄기에 맺힌 눈물방울이 그날따라 선명했다. 돌아올 때는 <꿈에>를 들었다. 지난날들이 다 꿈만 같아서. 어린 왕자와 함께 한 추억이 꽃비 되어 내리던 뮌헨의 로젠 가르텐. 오월 어느 날, 라일락 지고작약 피고.
작약이 필 때(2022.5.25).
사월에 시작한 독일어읽기 첫 번째 책<어린 왕자>와 함께 한 두 달이 지났다. <어린 왕자>를 떠나보내기 좋은 날이란 언제일까. 맑은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눈 내리는 날, 바람 부는 날, 추운 날, 더운 날, 따뜻한 날, 쓸쓸한 날? 어떤 날도 그를 보내기 좋은 날은 없다. 그렇게오월이 간다. 어린 왕자는 사막 한가운데 폐허가 된 돌담 위에서 노란색 뱀과 떠남을 얘기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독이 그의 고통을 줄여주었기를. 몸을 가지고 가기엔 너무 무겁다했으니 지금쯤 그도공기처럼 가벼워졌으려나. 장미도 다시 만났을까. 장미는 울었을까. 어린 왕자를 만나기도 전에심장이 타버렸거나 말라버린 건 아니겠지. 절대로 그러지 않았기를. 오월의 마지막인 오늘 밤에도 총총 별은 뜨겠지. 밤하늘에별들의 영롱한 방울소리 들리면 어린 왕자의 안부라는것을 기억해 주시길.어린 왕자여 안녕히. 연금술사와의 재회의 기쁨은 유월부터. 오늘까지는 그를 마음에 담는 게 예의겠다. 지상의 이별 중 쉬운것은 없다.
뮌헨의 로젠 가르텐(2022.5.25). <어린 왕자>와 그가 떠난 빈 자리. 그리고 <연금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