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뮌헨의 마리 Dec 07. 2022

암환자에게 좋다는 약에 대해 들었다

뮌헨의 내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전한 말

처음 해 본 콩밥과 매일 먹는 두부 된장국(위). 발코니에서 잘 익은 포기 김치와 갓 담은 무+파김치(아래).



목요일이 좋다. 약속도 없고 밖에 나갈 일도 없는 목요일. 월요일에서 요일까지 한국 식품점에서 알바를 , 수요일에 자연요법 치료까지 끝내 찾아오는 목요일. 가기 싫다고  갈 수 없으니 일이나 치료에 부과되는 적당한 무게의 강제성도 마음에 든. 한 주가 시작되고 나흘 만에 찾아오는 목요일. 열심히 살면 사흘 후에 어김없이 돌아오는 목요일. 목요일 좋다.


목요일이라고 해서  할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공식적인 약속이나 병원 예약 혹은 외출할 일이 없다는  일단 해방감을 준다. 목요일 아침에 세탁기를  번 돌리고, 집 청소까지 끝내놓으면 금상첨화. 사다 놓은 배추나 무가 있으면 김치나 장아찌나 간단한 피클을 담기도 하고, 날씨가 궂은 날엔 오후 산책 대신 실내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30분에 10킬로를 달리면 온몸에 따듯한 모포를 두른 듯 땀이 나고 미루어둔 숙제를 마친 듯한 만족감이 든.


실내 자전거는 오토 양아버지가 구입하거였다. 3년 동안 사용하신 횟수가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라 신제품이나 마찬가지. 지난여름에 싸게 파실 생각이라는 얘길 듣자마자 남편에게 내가 쓰고 싶다고 했다. 작고 가볍고 간편해서 처음부터 찜했다. 이담에 안 쓰시면 내가 들고 와야지. 나도 안다. 집안의 운동 기구가 빨래 건조대로 전락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12월의 축축하고 흐리고 추운 날 산책조차 나가기 싫을 실내 자전거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아닐 수도 고..)


목요일엔 현미와 흑미에 몇 가지 콩을 넣고 밥을 한다. 콩밥을 좋아하지만 귀찮아서 자주 해 먹지 않았다. 이런 일은 여유로운 목요일이 제격이다. 쌀과 콩을 씻어 밥솥에 물을 넉넉하게 붓고 오전 내내 불렸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직전에 취사를 누른다. 처음 지은 콩밥은 물이 조금 적었다. 콩을 두 줌 넣었는데 생각보다 콩이 물을 많이 먹는 모양이었다. 된장국에는 배추와 무와 두부와 요즘엔 버섯까지 듬뿍 넣고, 멸치 가루로 간을 한다. 가끔 청국장 가루를 한 스푼 넣으면 정말 청국장 맛이 났다.



거실에 둔 실내 자전거. 높지 않고 낮아서 더 좋다.



목요일을 만끽하려면 수요일을 잘 보내야 한다. 수요일에 글을 하나 쓰는 게 목표라서. 요즘은 브런치에 한 주에 하나밖에 글을 못 올리고 있다. 수요일 아침 자연요법 치료가 끝나면 프랑스 카페로 가서 두 시간 정도 글을 다. 카페에서 초고를 쓰고 귀갓길의 산책 때 마무리를 고민한다. 수요일 밤에 글을 올리면 미션 . 한번에 술술 풀린 도 있고 이번처럼 주말을 넘긴 글도 있다. 그럴 땐 글의 완성도보다는 미완성의 글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한다. 미완성의 글이란 설익은 밥처럼 먹기는 불편하고 버리기는 아깝.


금요일마다 피트니스도 다시 시작했다. 피트니스와 림프 마사지를 한 날 한 세트로 묶어 귀차니즘을 극복하자는 게 전략이자 전술. 두 달쯤 쉬다 처음 간 날엔 탄야가 있었다. 탄야는 20대로 친절하고 밝은 여자 트레이너다. 1년 전에 내가 처음 상담을 했던 바로 그 트레이너. 다시 항암을 했다는 내 말에 그녀가 자기 집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기 집안에도 암 환자가 몇 명 있었는데, 가문의 비밀처럼 암 환자가 생기면 꼭 챙겨 먹는 게 있다고. <파드마 Padma 28>. 꼭 28이 붙은 약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집안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 약을 먹고 다 나았다고.


아니, 그게 실화야? 놀라는 내게 탄야는 자기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의 할머니는 폐암과 피부암에동시에 걸렸는데, 자기 할머니도  이 약을 먹고 나았다고. 약 이름을 다시 묻자 카운터에 있는 컴으로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인터넷으로도 주문이 가능하고 독일 아마존에도 있었다. 독일에서는 캡슐 형태로 200정에 55-60유로 정도. (알아보니 한국에서는 직구로 구입이 가능하고, 가격은 독일의 두 배 정도. 독일 구매 가격에 배송비를 합친 것이니 놀랄 일은 아니다. 한국까지 배송 시간은 2주 정도.)


남편과 상의해서 바로 주문했다. 티베트 약용 식물이 주원료라 해가 될 건 없어 보였다. 권장량은 1일 1~2회/각 2정. 나는 하루 한 번 2정씩 먹고 있다. 맛은 조금 쓴 편. 내가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탄야가 내게 알려준 의도가 선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집안의 비밀을 발설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물어본 적도 없고. 내 항암 소식을 듣고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그녀의 자비심 말고는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혹시 아는가.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참고로, 탄야의 아버지는 탄야처럼 피트니스 트레이너다. 탄야의 가족들이 항암 치료와 병행했는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 보면 확인할 생각인데, 매일 같은 트레이너가 아니라서 시간이 걸릴 수 있음. 확인하면 업데이트하겠음. 암 환자 분은 주치의와 상의하시길. 판단은 각자 신중하게 하시고, 악플은 사양함. 이번에 다시 확신 건 병은 무조건 소문을 내야 한다는 것..)



내 피트니스 트레이너 탄야의 가문의 항암 비밀 병기, 파드마 28(made in Swiss가 진짜라고 강조함).



PS.

1. 얼마 전에 유튜브를 보았다. 암 환자에게 좋은 식품(현미, 김치, 생선, 두부, 된장찌개) vs 안 좋은 식품(빵, 술, 삼겹살, 피자, 패스트푸드)을 보고 좋은 다섯 가지를 기억하기로 결심했다.


2. 새해에 다시 탄야를 만났을 때 물어보았다. 항암과 병행하길 권했다. 파드마만 복용하기엔 위험하다고. 자기 가족들도 항암과 같이 했단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 번째 항암은 못했지만 장아찌와 김치는 담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