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뮌헨의 날씨는 계속 영상을 유지 중이다. 추울 때보다 기온이 풀릴 때 감기를 조심해야 한다. 꼭 그럴때 걸리잖나. 방심해서. 1월 첫 주 이틀 동안 한국슈퍼에서 일했다. 화요일 날 가볍게 입고 나간 건 전날 날씨가 따듯했기 때문이다. 오후 출근이라 더했다. 집을 나서는 순간 아차 싶었으니까. 출근하면 배달온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땀꽤나 흘리는데 가게 앞뒤로 열어놓은 문으로 바람이 들어와땀이 식은 게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퇴근 무렵 목이 칼칼하고 마른기침이났다.
수욜부터 방콕시작. 나의 전략은 간단하고 명확했다.찬바람 안 맞기.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서만 뒹굴기. 그리고 5일 후 출근이 최종 목표였다(독일 사람들은 감기에 걸려도 얼어죽어도 산책은 나가더라. 그러다 우리 남편은기침 감기가 열흘이 갔다). 마른기침을 한지 사흘이 지나자맑은콧물이 나왔다.나흘째는기침을 할 때마다 갈비뼈 언저리가 아팠다. 흉통?설마폐에 문제가 생긴건 아니겠지? 열은 없고 머리가 아프지도 않았다. 하루종일기침을한 건아니지만 한번 기침이 터지면 대책이 없긴 했다.기침을 하면 애가 놀라서 쳐다봤으니까. 서서히 잦아든 건 4일째와 5일째. 매일 두부 된장국에 고소한 흑미밥.수시로생강차마시기.집안일은돌아도 안 보고드러누워k드라마를봤다.나환자잖아. 암에, 감기에!땀나게 실내 자전거도탔고, 글은 딱 한 편만 올렸다. 부채 없이,부담 없이.코로나는아니었다.
모든 일엔 예외가 있다. 어쩌다 카푸치노와 크라상을 먹는 날도.
출근은 성공적이었다. 근무 첫째 날은기침이났다. 기침 안 해야지 긴장한 탓에 한 번.마리 씨는 오늘 쉬는 게 나았겠네요 말씀에 또 한 번. 그리고 그리고.. 둘째 날은전날보다 나았다. 정확히 7일째 기침이거의끝났다. 마침새해 첫 열치료와 비타민 C 고용량 요법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산책도 다시 했다. 날이 푸근했다. 병원 부근 단골 프랑스 카페에서 두 달 만에 카푸치노와 크라상을먹었고, 산책로 입구의 작은 성당에도 들렀다. 오후에는자연요법센터 Dr. Wölfel 선생님과 면담도마치고. 퇴직 후 연장 근무를 하시는 70대 할아버지 의사 샘이부작용 없이 항암과 방사선을 마친 나를축하해 주시고, 더구나 일도 병행하고 있다는 말에 당신 일처럼 기뻐해 주셨다. 그분 덕분이었다. 미슬토와 열치료와 비타민 C 요법없이도 부작용 없는 항암이가능했을까. 이렇게 빨리 면역력을 회복할 수 있었을까. 어려웠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올해의 목표는 즐겁게 산다, 다. 무조건즐겁게. 무작정즐겁게.춤도추고, 노래도 부르며. 동영상으로 라틴 댄스연습을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노래는 저녁 설거지를 하며 소리쳐불러봄. 살다살다설거지 타임이 이렇게 즐거울 일인가. 부엌문과 발코니 출입문은 꼭닫고. 산책을 할 때 '마음의 선택'에 대해서도 들었다.부산의 Y언니에게. 좋은 것을 선택하기. 모든 게 본인의 선택이라면. 감정조차도. 왜자기자신에게 나쁜 선택지를 주어야 하는가. 무엇보다,그 누구보다 소중한 나에게 말이다. 새해 벽두부터 언니는 그렇게 한 도를 이루려나 보다. 매일 가는 산책길에 환희가 꽃처럼피어난다는 언니 말을 들으며 생각한다. 역시 인생은 파티야. 매일매일이 축제야. 그로부터 매일 저녁 듣고 부른다. 농담 아니고, 아모르파티. 이 파티가 그 파티는 아닐지라도. 기름기 쫙 뺀 승윤의 롹 버전으로.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들과인연들에도쿨하게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