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날씨가 좋았다. 내가 퇴원하기 전 시누이 바바라가 마요르카로 여행을 떠나서 카타리나 어머니가 적적해하시던 참이었다. 남편과 아이만 어머니 댁으로 보낼까 하다가 어머니를 뮌헨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토요일은 아이가 한글학교에 가야 하니까 일요일이 좋겠다 싶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일요일이 날씨도 화창하고 우리 집 옆 마리아힐프 광장에서 열리는 연례 야외시장 아우둘트 Audult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우둘트는 봄 여름 가을에 한 번씩 1년에 세 번 열린다. 기간은 매번 열흘. 한 주의 양쪽 끝인 주말을 포함해서. 마리아힐프 성당을 사이에 두고 양쪽 광장을 사용한다. 한쪽엔 벼룩시장을 포함한 장터, 반대쪽은 놀이기구와 먹거리를 판다. 규모가 어마어마한 옥토버 페스트에는 못 미치지만, 옥토버 페스트가 끝나는 시월 중순에 시작한다는데 상징성이 있다. 그야말로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축제 같은 느낌이랄까. 아우둘트가 끝나면 12월의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외로운 11월을 견뎌내야 하니까.
올해 만 86세가 되신 카타리나 어머니는 아직도 운전을 하신다. 야간 운전은 안 하시지만 주간은 괜찮으시다. 일요일 오전 11시에 슈탄베르크에서 뮌헨의 우리 집까지 차로 오셨다. 독일 할머니의 파워가 느껴지지 않는가. 어머니가 도착하시기 전에 우리 가족은 제각각 바빴다. 난 빨래를 돌리고, 남편은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아이는 책상 위를 정리했다. 며느리가 수술을 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아들 집이 엉망인 것을 보고 마음 편할 시어머니가 어디 있겠는가. 기본 정리만 해도 일단 만족이다. 어머니와는 집에서 차만 한 잔 마시고 나섰다.
아우둘트의 생선구이와 연어구이. 아래쪽은 찐빵과 연어구이 세트 메뉴와 크래프.
처음에는 나는 따라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생각해 보니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잖은가. 올해의 마지막 아우둘트 시장인 데다 시즌 마지막 날이었다. 일요일에 날씨마저 받쳐주지 안 올 이유가 없지 않나. 걸음이 조금 빨라지긴 했어도 혹시 인파에 휩쓸리거나 넘어지거나 해도 낭패니까. 그런데 마음을 바꾼 건 이런 날이 많지 않아서다. 내년에 어머니가 또 아우둘트에 오실지 어떻게 아는가. 거기다 어머니를 안심시켜드리고 싶은 바람도 있었다. 보세요, 저 멀쩡하죠? 산책을 아우둘트 시장으로 가는 거다 생각했다. 남편 손을 잡고 걸으니 안정감도 생겼다.
우리의 목표는 아우둘트에서 맛있는 점심 먹기였다. 과연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누구도 밀치거나 서두르거나 하지 않았다. 우리의 첫 아우둘트 푸드는 찐빵인 덤프누들. 생긴 건 우리 찐빵과 똑같은데 다른 건 속에 앙코가 없다는 거다. 대신 따뜻한 바닐라 소스를 듬뿍 끼얹어준다. 그리고 체리 소스도 한 국자. 따뜻할 때 먹으면 꽤 먹을만하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나 오픈 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생선구이를 먹으려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못 먹었다. 대신 놀이공원을 끼고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연어구이 세트 메뉴를 먹었다. 양이 꽤 되고 우리 넷 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찐만두도 연어도 나눠 먹었다. 세 번째는 크래프. 그런데 독일답게 크래프가 달지 않고 치즈를 녹여 만들었다. 이게 크래프인가 싶지만 아이의 최애 크래프라고 남편이 두 개나 주문했다. 맛은 짭조름!
구경은 많이 못했다. 도무지 발 디딜 틈이 있어야지. 인파 때문에 내가 피곤해지는 걸 염려한 남편이 서둘러 일정을 마감한 탓도 있었다. 커피는 버스를 타고 우리 동네 헥센하우스 일명 마녀의 집 카페에서 마시기로 했다. 마녀의 집도 사람들로 가득하긴 마찬가지였다. 백미는 2층의 야외 데크인데 자리가 있을 리 없었다. 작은 마녀의 집 2층을 빼곡히 둘러싼 발코니 역시 만원. 내가 좋아하는 실내는 테이블이 4개밖에 없어서 더욱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마당이지. 남편이 모든 경우의 수를 단번에 파악하고 우리를 마당으로 안내했다.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나는 녹차, 어머니는 블랙커피, 남편은 프루트 티, 아이는 미네랄워터. 입가심으로 남편이 고른 쿠헨은 마라쿠야 초코 쿠헨.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은 총 3시간 남짓이었다. 조금 피곤해도 괜찮았다. 어머니도 즐거워하시고 나도 햇볕을 쬐면 뼈에도 좋을 거고. 이래저래 가성비 좋은 어머니와의 일요일 나들이였다. 허리는 점점 좋아지고 있고, 밥도 아주 잘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