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남티롤로 휴가를 왔다

이태리 남티롤 1

by 뮌헨의 마리
카타리나 어머니와 휴가를 온 곳은 이태리 남티롤. 호텔의 발코니에서 보이는 풍경.



10월 말과 11월 첫째 주는 바이에른 주 학교의 가을방학이다. 번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암 전에 시어머니와 휴가를 왔다. 음에는 리 가족끼리 등산을 갈 계획이었다가 홀로 계신 어머니 생각에 계획을 바꾸었다. 내가 허리 수술을 하기 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신의 한 수였다. 내가 허리 수술을 하게 될 줄 어찌 알았겠나. 시어머니도 휴가가 필요하신 타이밍이었고. 결론은 이태리의 남티롤 푈츠 Völs에 있는 호이바트 Heubad 호텔. 잘 믿기진 않지만 패밀리 호텔인 이곳은 1903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우리 시어머니인 카타리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시아버지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동안 30번을 휴가를 오신 곳. 봄가을로 매년 두 번씩. 처음 이곳을 아시게 된 계기는 시아버지의 누님 내외로부터 소개를 받으셨다고. 독일의 휴가지 충성도는 높은 편이다. 대를 이어 간다. 예를 들면 돌아가신 시아버지 딸도 해마다 이곳으로 휴가를 오고, 시아버지 누님 딸들도 가족들과 매년 이곳으로 온다. 이번에도 누님 두 딸들 가족들과 여기서 만났다. 세상 참 좁다.


독일의 섬머 타임이 끝나던 일요일이었다. 오전 11시 슈탄베르크를 출발. 오후 2시 반에 남티롤의 호텔에 도착했다. 3시간 반이면 훌륭하게 선방한 셈. 보통 뮌헨이나 슈탄베르크에서 남티롤까지는 4시간이 걸린다. 시누이 바바라는 우리 휴가 직전에 스페인의 휴양지 마요르카로 혼자 열흘간 휴가를 다녀와서 이번에는 우리끼리 왔다. 쿨하신 우리 시어머니는 남티롤로 향하는 차 안에서 선언하셨다. 이번 휴가 때 같은 방을 쓰게 될 우리 아이 호텔비만 당신이 내시겠다고. 우리 부부 호텔비는 알아서 계산하라 하셨다.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호텔비는 머릿수대로 계산하는 거라서. 호텔은 3성급으로 어머니 룸은 트윈베드/발코니/샤워/화장실 별도(1인당 115유로). 우리 룸은 더블베드/발코니/욕조/욕실과 화장실 공용(1인당 118유로). 어머니 룸이 드레스 옷장이 크고 실용적이라면, 우리 룸은 사이즈가 훨씬 컸다. 어머니 룸에는 직사각형 소파가 작은 침대만 하고 우리 룸은 보라색 소파 세트가 모던하고 깔끔하, 욕조가 있어서 피로를 풀기 좋았다. 결론은 둘 다 괜찮았다.



크고 모던한 우리 룸. 아래는 각각 아이의 책상과 남편의 책상. 둘 다 휴가를 온 건지 공부하러 아니면 일하러 온 건지 구분 불가!



올 인클루시브가 아닌 독일 휴양지의 특징은 이렇다. 점심이 없다. 아침 식사는 제공. 독일은 아침이 중요하다. 독일만큼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는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같은 독일어권인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의 취리히 등 독일어 사용 지역을 빼면. 오후 2-3시경의 티타임 때는 자비로 커피나 차 그리고 쿠헨을 먹는다. 어제 우리도 딱 그 시간에 도착해서 차와 쿠헨을 먹었다. 나와 아이는 쿠헨 대신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었다. 빵도 어찌나 맛있던지. 하이라이트는 저녁이었다. 어제는 5가지 코스 요리를 1시간 반 동안 먹었다. 저녁 7시부터 8시 반까지. 샐러드, 연어 회, 누들, 소고기로 만든 메인 요리인 타펠 슈피체 그리고 후식. 각각 양도 적당해서 기분이 좋을 정도로 배가 불렀다. 이 호텔은 3성급인데 음식이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우리 시어머니 말씀으로는 그래서 한 번 온 고객은 계속 온다고.) 독일 휴가지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음료는 별도 계산이라는 것. 하긴 이건 클럽메드 같은 올 인클루시브도 그랬다. 이해는 간다. 비싼 와인이나 리퀴어를 공짜로 먹게 하면 수지가 안 남겠지. (어제 저녁 식사 때 우리 남편이 주문한 레드 와인이 얼마나 맛있던지 세 모금이나 얻어마셨다. 레드 와인 못 마신 지 몇 년은 된 것 같다. 그렇게 묵직하고 목 넘김이 좋은 와인을 오랜만에 마셔서 더 정신줄을 놓은 게 아닌가 싶다. 술 아니고 약 같은 기분 모두 잘 아시리라 믿는다.)


세 시간 반을 차를 타고 와서 그랬는지 저녁을 먹고 나자 몸도 노곤하고 허리도 뻐근했다. 시어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먼저 룸으로 돌아왔다. 아이도 이때다 싶었는지 엄마를 따라와서 우리 방에서 반 시간을 뒹굴거리다 갔다. 아이도 힘들겠지. 독일 할머니들이 좀 엄격하시다. 손자 손녀라도 제 멋대로 구는 걸 절대 봐주시지 않는다. 우리 아이도 눈치는 있어서 할머니 앞에서는 절대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밤에는 두 번 화장실을 다녀온 것 빼고는 그럭저럭 잘 잤다. 남편이 돌아왔을 때 나는 깊이 잠들어 있더라고 이튿날 남편이 말했다. 그랬을 것이다. 남편이 오는 기척을 못 들었으니까. 간밤에는 돌아가신 시아버지 꿈도 꾸었다. 병상에 누워계시던 분이 내가 가서 손을 잡아드리자 벌떡 일어나서 집으로 가자시며 옆 침대에서 주무시고 있던 시어머니를 깨우셨다. 이튿날 어머니께 꿈 얘기를 하자 시아버지와의 오랜 추억이 담긴 곳이라서 시아버지가 내 꿈에 나타나신 것 같다고 하셨다. 남티롤의 아름다운 휴양지에서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위와 아래는 저녁 코스 요리. 가운데는 지정 식탁과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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