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부활절 요리

생선수프, 부야베스

by 뮌헨의 마리
남편이 부활절날 준비한 부야베스 생선 수프.



올해 독일의 부활절 학교 방학은 2023. 4.1(토) - 4.16(일)까지 2주였다. 부활절 공휴일은 일요일(4/9)이었는데 직전 금요일 다음날 월요일을 합쳐 나흘을 쉬었다. 한국 설과 추석 연휴를 생각하시면 되겠다. 독일의 최대 명절은 부활절과 크리스마스니까. 연휴에 대비해서 목요일에 미처 장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고맙게도 토요일에 슈퍼가 문을 열었다. 우리도 수혜자 중 하나. 만약 슈퍼가 문을 안 연다면? 죽으라는 법은 없다. 뮌헨 중앙역으로 달려가면 대형 슈퍼 에데카 Edeka가 사시사철 문을 연다. 그것도 여의치 못하면 가까운 주유소에 익스프레스 마트도 있다. 과자와 빵과 생필품이 있고, 야채와 과일은 거의 없고, 좀 비싸다는 단점은 있지만.


이번 부활절에는 시어머니 카타리나와 시아버지 오토의 아들딸이 다 모였다. 우리 남편과 시누이 바바라와 오토의 딸과 양쪽의 손녀들까지 하나씩 합하니 총 8명. 이렇게 전부가 얼굴을 보는 건 1년에 네 번 정도. 두 분의 생신날과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번엔 각자 음식을 준비해 오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어머니가 늘 레스토랑을 예약했는데 오토 아버지의 몸이 불편해지신 이후로는 레스토랑에 음식을 주문해서 어머니 댁에 가져와서 먹었다.



시아버지 딸 미하엘라가 준비한 오렌지 샐러드.



우리 남편의 부야베스 전력은 역사가 좀 길다. 내가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부산에 살 때부터 시작되었으니까. 독일에 와서도 종종 해주었다. 뮌헨의 빅투알리엔 마켓에 가면 그나마 독일에서 구하기 힘든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부야베스는 남편의 3대 레시피 중 하나다. 나머지 두 개는 돈가스인 슈니츨과 이태리 오븐 요리 라자냐. 요즘 자주 등장하는 건 라자냐인데 슈니츨은 잘 안 하고 있다. 독촉이 좀 필요한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남편은 부활절 공휴일 사이에 낀 토요일 아침에 생선과 해산물과 채소를 공수해 왔다. 육수 준비는 토요일 저녁에 미리 하더라. 자기가 원하는 맛이 안 나왔는지 일요일 아침에도 또 하고. 나는 이번에는 아무것도 안 하기로 굳게 결심했다. 방사선 치료 후 피로가 조금 남아 있다는 핑계로. 다음 방문 때는 나도 한번 준비해보려 한다. 소고기 뼈와 고기로 육수를 내어 감자와 각종 야채를 깍둑썰고 독일식으로 감자 수프 Kartoffel Suppe를 만들어볼까 다. 거기에 비엔나 소시지도 조금 넣고. 레시피가 복잡하지 않고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메뉴다. 소시지는 거들 뿐이고. 남편의 부야베스는 모두에게 좋은 평을 받았다.(평점 5점 만점에 4점. 본인은 3점 정도를 주는 것 같았다.)



미하엘라의 티라미수(위). 어머니 댁에서 가끔 즐기는 나의 최애 디저트는 아포가토(아래).



다음은 오토 시아버지의 딸 미하엘라(남편과 나와 동갑인데다 우리가 어렵게 애를 가진 후 1년 반만에 자기도 애를 뚝딱 낳았다).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바로 미하엘라가 음식을 해 온 건 처음이었다. 오렌지 샐러드와 디저트로 티라미수를 준비해 왔는데 오렌지 샐러드는 합격! 맛이 있어서 남은 일인분도 내가 먹었다. 문제는 티라미수. 모두에게 혹평을 받았다. 물론 당사자 앞에서는 아무도 내색을 안 했지만. 나만 그럭저럭 맛있게 먹은 편. 설탕이 적게 들었고, 리퀴드 맛은 강했다. 아무튼 모두가 알고 기대하는 티라미수 맛은 결단코 아니었다. 뮌헨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과 바바라와 아이가 전에 없이 한 목소리로 일관되게 성토하는 걸 보니 맛이 없긴 없었나 보다. 그럼에도 내 취지는 이렇다. 자꾸 해오도록 다 보면 맛도 업그레이드 될 때가 있겠지. (참 깜박했는데, 자기 딸 먹으라고 듣도 보도 못한 유기농 콜라 한 병을 들고 왔고, 자기 커피에 넣을 유기농 우유도 따로 챙겨왔다. 미하엘라다운 모습. 거기다 그 추운 날 또 호수에 가서 차가운 물에 한번 뛰어들고 돌아왔다. 이 정도면 넘사벽! 티라미수 평점은 짰다. 나는 3점. 같은 차에 타고 돌아온 세 명은 0~1점.)


바바라는 꽃다발을 준비했다. 전날 꽃다발을 누가 준비하느냐는 문제로 바바라가 왓츠앱을 보냈다. 빅투알리엔 마켓에서 자기가 꽃을 살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길래 고민 없이 곧장 사라고 조언했다. 딸인데 좀 사도 안 되나? 어차피 꽃다발 경비도 받을 건데. 아니나 다를까 남편도 바바라도 어머니로부터 부야베스와 꽃다발 비용을 정산받았다. 문제는 또 미하엘라. 미하엘라한테는 안 주셨다. 어쩌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된 미하엘라가 나는 왜 안 주냐고 맞받아치는 바람에 결국 경비를 받아내고야 말았다나 뭐래나. 2023년 부활절 교훈은 이렇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우는 놈한테 떡 하나 더 준다'. 근데 난 이쪽 저쪽도 아니라서 팔 굽는 쪽에 관심도 없고, 울지도 않는 쪽을 택하려 한다. 독일 며느리 노릇, 이렇게 쉽고 속 편하다.



바바라가 빅투알리엔 마켓에서 산 오렌지빛 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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