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브런치 카페
베이커리 카페 회플링어 Höflinger
햇살만 보면 벌써 가을인가 싶었다.
햇살로만 치면 벌써 가을 같았다. 8월의 마지막 주말인 어제와 오늘은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졌다. 겉옷을 걸치지 않으면 제법 쌀쌀했다. 비만 오면 가을로 직행할 분위기.
모처럼의 일요일 아침이었다. 뮤지엄 쪽에 아껴둔 카페가 생각나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브런치라 해봐야 대단할 것은 없다. 커피와 크라상과 간단한 계란 프라이 정도. 어떤 것도 유난 떠는 법 없는 독일의 이런 문화가 나는 무척 마음에 든다.
집에서 U2를 타고 오면 다섯 정거장째. 지하철로 10분이면 닿는 곳에 이런 카페가 있어 고맙다. 럭셔리한 곳은 바라지도 않는다. 편안하고 부담 없고 거기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에 부담이 없으면 최고다. 이 카페는 두어 달 전 조카의 어학원을 찾다가 들른 적이 있었다. 베이커리 카페의 이름은 회플링어 Höflinger.
첫인상부터 좋았다. 사람이든 장소든 마찬가지다. 첫인상이 좋으면 쉽게 끌린다. 그때 나는 카푸치노를 한 잔 마셨다. 커피 맛도, 분위기도, 카페 한가운데 놓인 어두운 원목 장 탁자 위에 있던 큰 화병 속 꽃들까지 세트로 마음에 들었다. 사람으로 보자면 단정하고 깔끔했다. 책도 글도 금방 몰입할 수 있겠다 싶어 기억해 둔 이후로 오늘이 처음이었다.
오늘은 가족과의 나들이라 남편과 아이의 마음에도 들 지가 관건이었다. 온 가족이 한두 시간을 무리 없이 보낼 수 있다면 성공이다. 카페도 많고 대부분의 베이커리 안에도 카페가 있지만 막상 가족과 함께 가려니 마땅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다행히 남편도 아이도 좋아했다.
나는 카푸치노와 플레인 크라상, 아이는 생수와 초콜릿 크라상, 남편은 카페라테와 햄&계란 메뉴를 주문했다. 가격은 총 17유로(19,000원 정도). 이 정도면 부담 없는 주말 브런치다. 베이커리 카페는 대체로 셀프라 팁도 필요 없다.
어제는 흐리고 비가 내려 춥기까지 했는데 오늘은 해가 나서 기분이 보송했다. 철 이른 가을 느낌이 조금 빠르다 싶지만 뭐 어떤가. 여긴 뮌헨인데. 가을 없이 겨울로 바로 넘어간대도 이상할 건 없다. 무슨 일에든 시니컬한 태도가 만연한 독일 사람들의 대화법은 바로 이런 날씨 탓이 아닐까. 10월부터 3월까지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날씨만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런 태도를 배우고 싶은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무슨 일에 건 불평불만만 많고 비판적인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 적당히 넘어가서 괜찮은 일도 있는 법이다. 사사건건 걸고 넘어지면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한가.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일도 많지 않다. 급선무는 이런 독일 사람들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노하우를 몸에 익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