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기행 7
책이 있는 카페를 지날 때는
두 발에게 자유를
6월 초 프라하의 28도란 일사병을 걱정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뮌헨도 그랬다. 올봄은 유별났다. 프라하든 뮌헨이든. 내가 확인한 바로는. 헝가리에서 이민 온 율리아나 엄마 이사벨라 말에 의하면 헝가리는 더 덥다나. 4월 초 기온이 40도에 가까웠다는데. 이 정도면 가 보지 않고는 믿기 힘들다.
그로부터 한 달 후. 7월 초 뮌헨은 해가 나지 않는 날의 연속. 비와 함께 20도를 넘나 들던 기온은 중순 무렵 며칠 동안 해가 나오자 25~26도를 회복한 상태. 7월의 프라하 기온도 비슷. 그러니 당시 날씨가 얼마나 기록적인 무더위였겠는가. 그런 뜨거움을 머리에 이고 돌아다닐 자신은 없었다.
박물관을 걸어 나오자 영어책을 파는 셰익스피어 서점이 눈 앞에 나타났다. 프라하와 셰익스피어라니. 그런 부조화라니. 어디를 봐도 어울리는 곳이라곤 찾을 수 없는 커플을 만난 기분. 그런데 영 말이 안 되는 건 또 아니라서 웃고 지나갔다.
비슷한 경험은 뮌헨의 동네 책방에서도. 고래 그림책 2권을 사자 심플하고 맘에 쏙 드는 천가방에 넣어 주었다. 바탕색이 고래 색. 앞면에 흰색과 차분하고 짙은 블루 무늬 그림이 그려진. 그런데 반전은 노란색 가방끈! 잘 어울려서 더 놀랐다.
셰익스피어 서점 앞 골목길로 들어서자 갑자기 찾아들던 로컬의 고요함. 그 많던 관광객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점심은 끝났고, 티타임은 이른 시간. 내 발걸음은 저절로 느려졌다.
시골의 나무 대문 두 개를 활짝 열어젖힌 듯한 카페를 본 건 그때였다. 입구 양쪽 책장에 아무렇지도 않게 가득 꽂혀 있던 책들. 카페 미셴스카 Cafe Míšenská 와는 그렇게 만났다. 아무런 예정도 예고도 없이. 그래서 더 반가운.
내 테이블은 근사한 중고 미싱대였다. 점심때가 지나서 변변한 요깃거리는 남아 있지 않았다. 원래도 요란한 메뉴는 메뉴판에 없었다. 샌드위치가 떨어졌다고, 착하게 생긴 아가씨가 미안한 듯 말했다. 그럼 뭐 먹을 만한 거라도 있나요? 야채수프가 남아있단다. 순순히 그녀의 말을 따랐다.
야채수프에 딸려 나온 수수한 검은 빵 한 조각. 뒤늦은 허기가 정중히 경의를 표했다. 수프를 먹을 때는 최대한 천천히. 볼에 남은 수프를 깨끗이 닦아 먹을 수 있게 빵은 끝까지 남겨 두었다. 고래 뱃속에서 아껴 먹던 피노키오의 사과 맛이 이랬을 것이다.
함께 주문한 파릇파릇한 생민트 티는 너무 뜨거워서 빨리 마실 수도 없었다. 무슨 마음에 뜨거운 차를 시켰나. 생각도 없이. 가을이나 겨울에 와서 마시면 딱이겠다. 가격도 착했다. 수프와 차를 합한 가격이 108 코루나/5유로/6천 원 정도.
나는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서서 나간 벽 쪽의 긴 테이블과 오래된 액자와 맞은편 벽에 비친 햇볕과 그 햇볕이 그려낸 초록잎들의 크고 짙은 그림자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프라하에서 보낸 6월의 오후 2시와 3시 사이. 카페 미셴스카는 그렇게 내 가슴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