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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Feb 13. 2024

2월의 책

 <여자가 우유를 끊어야 하는 이유>, 제인 플랜트

2월의 책!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심을 하기까지. 에 걸리고도 3년. 한 번쯤 식이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몰랐을까. 동안 왜 줄곧 어렵게만 생각했을까. 내가 먹는 것이 최고의 건강한 밥상이자 가족과 공유하기에 최적의 밥상이라는 것을. 암 발병 후 3년, 첫 항암 후 2년 만에 뼈전이로 지난가을부터 척추 수술만 세 번을 받고서야 알았다. 이렇게 머리가 나빴나. 먹는 게 그리도 스트레스였나. 지난 일을 후회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후회는 되지만 어쩔 것인가. 다 지난 일인데. 지금이라도 해 볼 기회가 있으니 감사할 뿐. 마지막의 마지막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선택하기로 했다. 나의 건강한 밥상, 건강한 식이요법을. 원 후에.


2월의 첫 책은 <여자가 우유를 끊어야 하는 이유> (제인 플랜트, 윤출판)다. 저자는 영국의 여성 과학자이자 유방암으로 7년 동안 다섯 번의 재발을 경험한 후 작심하고 유방암과 전립선암에 대해 연구했는데 그 성과물이 이 책이다. 결론은 놀랍게도 단순했다. 우유와 치즈와 요구르트와 버터까지 포함한 유제품을 먹지 말라는 것. 결론은 채식을 하라는 것. 독일에 살면서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여기에는 우유가 들어간 빵이나 식까지 포함하는 거라서. 그래도 하려고만 하면  수 있다. 우리에겐 밥과 된장과 나물이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으니까. 제부터 그 길을 걸어볼 생각이다.


통증과 식이 때문에 선택한 두 권의 책이 더 있다. 병원에서 읽고 있는 중인데 2월의 책으로 손색이 없다. <고통의 비밀>(몬티 라이먼, 상상스퀘어) 작가는 영국의 의사이자 작가인 몬티 라이먼이다. 이 책은 그의 첫 책 <피부는 인생이다>에 이은 두 번째 책으로 아마존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 살짝 뒷부분부터 먼저 보니 놀랍게도 만성 통증에 '뜨개질'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로서는 큰 수확이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배워서 시도해 볼 생각이다(개인적으로 이명에도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두 번째 책은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존 로빈스, 시공사)으로 2002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저자의 이전 저서로는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육식과 동물성 지방을 철저히 먹지 말라는 주장이다. 여기서도 공통적으로 권하는 건 채식. 놀라운 건 이 저자가 그 유명한 세계 최대 아이스크림 기업인 배스킨라빈스의 상속자였다는 사실이다. 벌써 궁금증이 생기지 않가. 는 그랬다. 뭐지, 그런 어마어마한 기업의 상속자가 상속권을 포기하고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이유 같은  말이다. 도 그랬을까. 글쎄다.


나머지 두 권은 읽을 목록이다. 특히 <햇빛의 선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병원에 있는 동안 햇빛만 한 선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월의 책!


1월의 책 중에서는 한 권만 리뷰를 남기기로 한다. 병원에서 뒤척이는 시간,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 세상은 쥐 죽은 듯 고요하고 별들도 숨을 죽이는 시간. 침대 머리맡의 조명을 켜고 읽 좋은 책은 단연 <혼자 책 읽는 시간>(니나 상코비치, 김병화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이었다. 이 책 속에서 저자도 말하듯 책은 삶의 도피처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책은 작가가 마흔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언니를 3년이 지난 후 추모하는 글이다. 그 방식이 특이하고도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1년 동안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 것이었다. 륭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녀는 1년 후 스스로 치유되었다. 언니를 잃은 슬픔과 상실감으로부터. 스스로 자책하는 마음과 미칠 듯한 그리움으로부터. 큰 슬픔과 상실을 경험하신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이해되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만약 세상을 떠난다면 내 가족들과 친구들 역시도 저런 고통을 겪게 되겠구나. 긴 시간을 자책과 후회와 그리움으 속을 이고 게 되겠구나. 내가 아무리 나 없이도 잘 살 소리한들 남 이들의 고통과 슬픔은 고스란히 그들의 몫이 될 거란 걸 알게 되었다. 그러자 이른 새벽 묵직한 슬픔이 내 가슴에 차곡차곡 돌이 되고 별이 되어 빗물처럼 차고 넘칠 때가 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오래오래 질기게 살아남는 것. 별 수 있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으니까. 더 솔직히는 나 역시도 이렇게 일찍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으니까. 사랑하는 이들과 더 오래 사랑과 우정과 온정을 나누고 싶으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자 다시금 꺼져가던 용기가 새록 샘솟았다. 저자의 언니가 좋했던 책의 시리즈 중 한 권의 제목을 나 역시도 자꾸 되고 싶어질 만큼.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All Shall Be Well>..


그러니 걱정 마시라. 나는 다시 굳건하게 살아날 것이다. 내 별명이 '불사조'라고 젠가 한번 말씀드리지 않았나?


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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