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생애> 이승우
"단지 내가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사랑과 추억일 뿐."
요즘은 부지런히 브런치의 글들을 살핀다. <사랑은 불가능한 것을 욕망하게 한다> by someday도 브런치에서의 소중한 발견 중 하나다. 이승우의 책 <사랑의 생애>를 소개하는 글이다. 사랑의 세 꼭짓점인 사랑과 욕망과 질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 소장하지도, 당장 이곳에서 구입할 곳도 없으니 브런치 작가의 글과 알라딘 인터넷 서평에서 몇 구절을 재인용하기로 한다.
늘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에 집중해온 이승우 작가가 그려내는 사랑 이야기라니 일단 반가운 마음부터 드는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20대 중반에 읽고 한동안 정신을 수습하지 못했던 작가의 <생의 이면>을 다시 펼쳐보는 것으로 당장 이 책을 손에 들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해야겠다. 사랑에도 기술이 있고, 사랑도 배워야 하는 것임을 알려준 첫 번째 책. 그 독서는 자연스럽게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로 연결되었다.
출판사 서평을 참고하자면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할 모든 연인을 위해 가장 통속적인 삼각관계가 보여주는 우리 사랑의 문학적 해부학이라고. 가장 나중에 남는 질문도 역시 이것이란다. 사랑, 넌 대체 뭐냐?
'사랑이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랑이 불가능한 것을 욕망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시작한 사람이 욕망하는 것은 연인의 마음이다. 그것을 욕망하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내부에 살기 시작한 사랑이다. 그런데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걸 가질 방법은 없다. 누구에게도 그럴 방법은 없다.'
'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다. 맹렬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열등감을 느껴서 맹렬하게 질투하는 것이다.'
'왜 지금, 하필 너를 사랑하게 됐을까?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고 끝날까? 사랑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가 던지는 세 가지 질문이 곧장 내게로 왔다. 이거야말로 우리가 평생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화두 아닌가. 연애를 시작할 때, 결혼을 결심할 때, 어떤 식으로든 이별을 예감할 때. 언젠가 실제로 헤어질 때조차도 우리는 이 질문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진짜 부자세요?> by Blue Moon을 읽다가 만난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한 마디에도 눈길이 갔다.
'지금 내가 죽음 앞에서 느끼는 건 이 세상을 떠날 땐 세상에서 내가 그토록 애써 쌓아 왔던 유명세와 부는 하나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 또한 어떤 가치도 없다는 것. 단지 내가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사랑과 추억일 뿐.'
나는 생각한다. 잡스의 '사랑과 추억'은 바로 '사랑의 추억'을 말하는 거겠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사랑이 추억으로 남는 거라면, 생의 마지막 정산은 결국 그 사랑의 무게와 추억의 부피를 재는 도리밖에 없겠다. 마지막 순간의 잡스에게는 스마트폰과 맞먹는 발명인지 발견이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