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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어학학교

조카가 독일어를 배우다

by 뮌헨의 마리


조카가 독일에 얼마나 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독일어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드디어 조카가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 기온이 제법 떨어진 월요일 아침이었다. 슈바빙의 뮌헨대 어학부설학교와 테레지엔 슈트라세의 어학학교 한 군데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우니버지테트 슈트라세에서 가까운 어학교였다. 대학가에 위치한 세 군데 어학교를 차례로 방문하며 이 중 한 군데에 조건이 맞아 등록이 가능하기를 조카도 나도 간절히 바랐다.

조카가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독일에 온 지 어느 새 세 달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만 보낼 수는 없었다. 어영부영하다간 곧 연말이었다. 오자마자 영국정원 근처 한국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조카가 독일에 얼마나 오래 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기간이 얼마가 되든 독일어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조카의 부족한 시간과 여유있게 공부하기를 바라는 성향에 꼭 맞는 곳은 세번째 어학학교였다. 그룹은 소규모였고, 기초반 선생님들은 친절했고, 교통편도 나쁘지 않았고, 건물은 예뻤다. 독일 생활을 위해 조카가 반드시 이수해야 할 과정은 A1, A2, B1까지다. 각각 2개월 과정이었다. 필수 과정인 이 6개월 안에 생존 독일어를 익히는 것이다. 일까지 하며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았다.


다행히 세번째 어학학교와는 모든 조건이 맞았다. 방문한 날이 A1반 첫 개강일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선생님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방문했을 때 A1반 선생님은 조카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어 나를 안심시켰다. 수업은 월~금요일까지 매일이었다.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시 15분. 4주간 수업료는 460유로로 다른 어학교와 비슷한 편. 수업 시작 시간이 다소 늦을 뿐이었다.



화요일 아침 조카와 다시 학교에 간 것은 수업료 때문이었다. 조카의 가족들이 곧 뮌헨을 방문할 예정이라 1주간 수업을 빠져야 해서 1주일치 수강료를 빼 줄 것인지 문의해야 했다. 다행히 조정은 쉽게 끝났다. 빠지는 수업 내용은 개인 교습으로 보충을 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A1 과정을 한번 더 들을 생각까지 한 조카의 각오에 다시 안심이 되었다. 놀면 뭐 하나. 두 번 듣는다고 배운 게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기초는 다질수록 좋다.


가족들과 어디를 갈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조카는 일찌감치 프라하를 계획에 넣었고, 프랑크푸르트에서 귀국할 예정인 가족들을 위해 프랑크푸르트를 보여주려고 주말에 사전 답사까지 완벽히 마쳤다. 조카의 가족들은 뮌헨에 있을 동안 우리집에 머물 계획이다. 조카의 엄마인 오촌 언니와는 고향에서 앞뒷집에서 함께 자란 사이라 사촌 언니라 해도 될 만한 정도다. 내가 조카와 가까운 이유다.


어제는 둘 다 학교가 정해져서 어찌나 마음이 놓이는지 늦은 점심을 느긋하게 먹었다. 조카는 U반을 타고 집에서 쉬었다가 알바를 가기로 하고 나는 대학로에서 아이 학교까지 산책겸 1시간을 느릿느릿 걸었다. 알테 피나코텍 앞의 넓은 잔디밭에도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머리숱이 줄듯 잎들을 떠나보내 성긴 나무가지 사이를 푸른 가을 하늘이 차곡차곡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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