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아이와 한인 식당에 갔다. 이름도 예쁜 유유미.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방과 후를 마친 아이는 늘 그 시간이면 배가 고프다 했고, 나 역시 그날은 맵고도 뜨거운 것이 먹고 싶었다. 교과서를 읽듯 꼼꼼하게 메뉴판을 읽은 후 아이는 어묵 우동을, 나는 해물 순두부를 시켰다. 어묵과 우동은 아이 입맛에 부응했고, 순두부는 기대만큼 화끈했다.
다시 유유미에 갔다. 이번에는 알리시아의 친구 율리아나와 같이였다. 11월의 첫째 날이었다. 방학이라 애들이 지루할 것 같아서 오전에 디즈니 실사 영화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 갔다. 나는 카페에서 기다리고 둘만 들여보냈다. 영화를 본 후에는 셋 다 배가 고팠다. 보통이라면 피자가 수순이겠지만 우리는 유유미로 갔다. 율리아나는 김치전을, 알리시아는 간장 떡볶이를, 나는 돌솥 비빔밥을 먹었다. 맛이 좋았다. 허겁지겁 돌진하느라 김치전과 돌솥 비빔밥은 못 찍고, 떡볶이만 급 수습과 봉합을 거쳐 사진으로 남기는 데 성공했다.
밥을 먹고 나자 둘 다 율리아나 집에 가서 놀겠다 해서 율리아나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햇살이 얼마나 고운지 셋 다 반해서 공원에서 한참을 뛰어놀다가 집으로 갔다. 정확하게 4시 반이 되자 공원에는 햇살이 딱 한 줄만 남았다. 아이들을 율리아나 집에 보내고 혼자 산책을 했다. 공휴일에다 간만에 나온 햇살 때문인지 이자르 강가엔 나처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리 위에는 막 넘어가는 석양을 감상하느라 또 사람들이 많았고. 노을은 왜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나. 언제 보아도 똑같은 노을이 없다.
유유미 세 번째 방문은 노아 엄마랑 가기로 했다. 감기란다. 방학인데 놀까 봐 어학 학교 선생님이 숙제까지 많이 내주어서 주말까지 숙제를 해야 한다고. 원망의 어조가 강하게 전해졌다. 그건 그렇지. 애들도 방학 땐 숙제라곤 없는데. 그나저나 감기엔 뜨겁고 매운 한국 음식이 최고지. 여름에 왔으니 집에서 요리를 한다 쳐도 한국 음식이 슬슬 그리울 때가 되었을 터. 방학이 끝나는 주말에 시간을 맞춰보기로 했다. 애들하고 먹어도 그렇고 노아 엄마처럼 자기 관리 잘 하는 사람과 먹어도 결과적으로 내가 제일 억울하다. 많이 먹는 사람이 없어 마지막까지 젓가락을 들고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기에.
아이와 나도 매번 품평회를 한다. 사 먹는 음식이 그렇듯 첫 숟갈은 맛있는데 다 먹고 나면 언제나 느끼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다음번 메뉴를 정해놓는다. 아이와 내가 다음에 먹기로 찜한 메뉴는 김치전과 고추장 떡볶이. 간장 말고. 역시 매콤해야 덜 느끼할 것 같다. 한 세 번 정도 먹고 나면 잠시 휴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부침개를 해 달라 할지도 모르고. 부침개는 역시 김치전이 최곤데. 이래저래 두 번째 김치 담그기가 실행에 옮겨져야 할 시간이 다가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