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는 뮌헨을 사랑했을까

뮌헨의 여행자들 2

by 뮌헨의 마리


"뮌헨을 떠나기 싫어!"



리타와 다시 만난 월요일. 오전 내내 기다렸는데 리타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덕분에 글을 두 편이나 썼다. 12시에 아이를 데리러 일어서는데 리타 등장.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왜 늦었냐고 물었더니 내가 그 시간에 오랬다나. 마지막 날인 줄 알면서 너무 야박하게 군 것 같아 미안했다.
아이를 데리고 다시 합류. 그 주는 아이가 방학하기 전 마지막 주였다. 학교 사물함에 있던 책과 노트들. 미술 도구가 든 박스까지 들고 다녀야 했다. 아이의 책가방은 무거웠고 박스는 번거로웠다. 리타가 가고 싶은 곳이 여전히 이케아일까 걱정.


날씨는 더웠다. 26 도라지만 해가 쨍쨍한 날씨는 체감 온도가 2도가량 높았다. 아침을 늦게 먹어서 점심 생각이 없다는 리타와 배가 고프다는 아이 사이에서 서둘러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리타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오후 3시 전까지 친척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친척 아주머니의 딸 집에 초대를 받았단다. 이케아 대신 명품 브랜드 숍이 모여있다는 막시밀리안 거리로 일정을 좁혔다.

아이 점심은 빅투알리엔 버스 정류장 쪽 독일식 도넛을 파는 빵집에서 해결하기로. 종류는 네 가지였다. 생긴 것은 넙데데하지만 만드는 건 우리식 꽈배기와 비슷한 그 집 대표는 금방 튀겨낸 후 설탕을 듬뿍 발라주는 빵이었다. 따끈할 때 먹으면 별미. 아이의 점심은 하나로 충분했다.


예전에 아이가 좋아하던 빵은 크라번이었다. 가운데 구멍이 없이 볼록한 도넛. 안에는 잼이 들어 있고. 내가 좋아한 건 작고 네모난 식빵. 건포도가 든 것이랑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달콤한 식빵 맛이 난다. 커피에 찍어먹으면 맛있다. 가격도 착해서 독일 사람들과 여행객들로 언제 가도 인산인해. 주말에 한번 갔더니 1,2층 어디나 자리가 없었다. 1층의 야외 정원과 2층의 발코니는 운치마저 느껴져 글쓰기 카페로 바꿔볼 생각하기도 했다. 흠이라면 관광이 많고 자리 회전이 빨라야 해서 종업원들이 불친철한 편. 와이파이가 되느 물었더니 퉁명스럽다. 인터넷 할 생각 말고 빨리 일어나라?,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막시밀리안 거리는 명품 거리답게 차도도 도보도 큼직했고 시원했다. 숍들은 하나 같이 멋졌다. 아이와 학교 가방까지 끌고 이고 들어가려니 절로 쭈뼛거려졌다. 리타는 물 만난 고기 같았다. 안 데려갔음 어쩔 뻔했나, 내가 흐뭇할 정도.

보석 가게를 보면 안 들어가더라도 꼭 설명을 덧붙였고, 핸드백과 구두 가게 앞에서는 품평을 잊지 않았다. 리타가 가장 시간을 많이 들인 곳은 에스카다 Escada.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란다. 거리의 절반 가량이 나로서는 입에 착착 감기지 않는 상표였다.


그날은 윈도쇼핑으로 끝났다. 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탓도 있었고, 리타가 도무지 편안하게 쇼핑을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드 타운에서 걸어서 멀지도 않은데 '3시 이전 귀가'를 열 걸음에 한번 꼴로 반복했다.

친척 아주머니가 엄한 타입이거나, 리타의 신경 줄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나는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리타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괜찮아. 여기서 가까워. 돌아가는 길은 내가 잘 아니까 염려 마. 리타는 피곤해 보였다. 주말엔 친척의 가족들과 보내고 잘츠부르크도 잘 다녀왔다고 했는데.


리타를 위해 2시 30분에 빅투알리엔 시장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장소를 확인하고야 안심이 되는지 얼굴에 불안함이 사라졌다. 발걸음이 느려지더니 뜬금없이 바나나를 먹자고 제안한 것도 리타였다. 싱싱한 바나나 세 개를 사서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리타와 내가 하나씩 먹었다.

리타는 우리의 이별을 지연시키는 중이었다. 나 역시 오후 내내 그녀와 함께 있으리라 생각했다가 일찍 헤어져야 해서 섭섭했다. 그럴 줄 알았다면 오전부터 같이 돌아다닐 걸. 고지식한 리타. 그런다고 12시에 오나. 바나나를 아무리 천천히 먹어본들 작별의 시간은 금방 왔다.


"뮌헨을 떠나기 싫어!"


리타가 말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뮌헨에서 계속 심심해하지 않았니. 내 질문에는 친절하게 답해주지 않았다. 아, 설마 집에 돌아가서도 이렇게 심심하단 뜻은 아니겠지? 불안이 엄습했다. 제발 내 촉이 맞지 않기를. 리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헤어졌다.
리타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선물로 준 뮌헨의 기념품 폰 파우치를 높이 들어 보이며. 한창인 오후 햇살이 그녀의 얼굴에 닿자 저녁노을처럼 스러졌다. 공연히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녀에게 준 파우치에는 바이에른 방언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니가 좋다.' 리타도 기억할까?



p.s. 아이가 리타 아주머니 글을 읽어달래서 읽어주니 딱 한 마디만 물었다.

"진짜 섭섭했어?"

"그, 그럼. 미안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그래? 난 답답했는데."

거기다 한 가지 수정을 요구했다. 자기도 크라번이 아니라 네모난 식빵을 좋아한다고. 그것도 예전부터. 커피에만 맛있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마시는 코코아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디어 이네스 Dear I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