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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Mar 07. 2019

린다에게 칭찬을 받다

독일어 공부 시간


지난주 내내 예습과 복습을 열심히 한 덕분에 이번주는 린다에게 폭풍 칭찬을 들었다. 물론 내 식으로 풀이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이번 주에는 린다와 우리 집에서 공부를 했다. 이유는 1주일 동안 파싱 카니발 방학이라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기 때문. 나 역시 린다와 만나기 전에 글쓰기를 마쳐야 해서 집에서 만나는 게 편했다. 공부는 오전 9시 15분에서 11시 15분까지. 공부가 끝나면 곧바로 알바를 가야 했기에. 내 목표는 정시 출근이 아니라 10분 전 출근하기다. 사흘 동안 잘했다.


아침에 린다를 기다리다가 그녀의 전화를 받고 놀랐다. 린다는 나를 놀라게 하는 데 선수다. 무슨 재난이라도 당한 사람 같은 목소리로 다짜고짜 미안하단다. 왜 그래 린다? 진짜, 진짜, 미안한데, 나 15분쯤 늦을 거 같아. 아이고 참. 진짜 진짜 괜찮아. 다음엔 절대로 늦지 않을 거라고 수업을 마친 후에도 또 사과했다. 괜찮아, 린다. 안 그래도 돼. 실수해도 괜찮아.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유는 그녀의 완벽.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준비한 커피도 린다는 사양했다. 요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기 때문이란다. 물 한 잔만 따라주고 커피 2인분은 내가 원샷으로 마셨다. 밤에 잠이 잘 올까 고민하면서. 쉬는 시간에 집을 보여주었고, 아이도 소개했다. 린다는 조금 들뜬 표정으로 아이가 예쁘다고, 복도가 넓고 긴 우리 집까지 세트로 칭찬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 보기 좋다고.


아이 방의 방문을 열자 아이는 소설책을 읽다가 들킨 학생 같은 얼굴로 린다를 바라보았다. 린다가 자기한테 뭘 어쨌다고. 공부 못 하거나 안 하면 야단맞는 건 엄마인데. 엄마가 공부할 동안 책도 읽고 아이패드도 보라고 허락했더니 아이패드 보는 걸 들켜서 부끄러웠나 보다. 파싱 카니발이라고 내가 일하는 사이 고모 바바라와 동물원에 다녀온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오늘 아침 린다 어땠어? 그러자 딱 한 마디가 돌아왔다. 무서웠어! 이런! 린다, 미안..



지난주 내내 예습과 복습을 열심히 한 덕분에 이번주는 린다에게 폭풍 칭찬을 들었다. 물론 내 식으로 풀이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얼음공주에 가까울 것 같은 그녀가 그런 호들갑을 떨 리가 있나. 젊잖게 칭찬 몇 마디를 던진 걸 내가 멋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 정도면 린다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다 싶어서. 더 이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린다의 칭찬에 슬쩍 업 되어 묻지도 않았는데 나 홀로 공부 중인 필살기를 누설하고 말았다. 린다, 나 요즘 이런 공부도 하고 있어. <보헤미안 랩소디> 알지? 얼마 전에 그 영화를 유튜브로 구매했거든. 지금 한창 독일어 자막을 베껴 쓰는 중이야. 아, 좋은 방법 같다고, 열심히 하라고 린다가 반색하며 말했다. 어찌나 열심이었는지 그날 읽어 와야 할 책 마지막 페이지는 밑줄만 긋고 왔다는 얘기만 쏙 빼놓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유튜브에서 <보헤미안 랩소디> 독일어 편을 발견한 건 주말이었다. 지체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구글의 결제 속도는 얼마나 신속 정확하던지! 그런데 독일어 자막은? 사놓고도 살짝 불안했다. 독일은 더빙이 대세니까. 역시나 더빙에 자막 없음. 그럼 한 장면씩 듣고 받아 쓰기를 하나? 어림도 없는 소리다. 결국 오리지널 영어 버전에 독일어 자막이 나오는 Bohemian Rhapsody (OmU) 구매했다. 열공하게 만드는 금액은 각 $16.99.


영화로 공부하기는 같은 영화를 계속 봐야 해서 생각만 해도 질렸는데 역시 좋아하는 영화가 생기니 도전하고 싶어 진다. 주말에 이틀 동안 한 분량이 43분. 오늘 아침 새벽 5시에 일어나 애 스키 보내고, 남편 출근시키고, 어학 공부 가는 조카 아침 차려주고 계속한 게 18분 정도. 벌써 절반 가량 끝냈다. 영화관에서 몇 번씩 봐도 안 들리던 대사가 이거였어? 무슨 시간이 이리 빠르나. 이제 알바 가야겠다. 염려들 마시라. 알바는 잘하고 있다. 별로 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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